애경개발 채승석 사장 수상한 돈거래 본지 보도 그후…

“확인요청 ‘거부’해 놓고 포털 통해 수정·삭제 요구”

2015-06-08     박형남 기자

 채승석 사장 의혹 보도 관련, 포털에 2차례 항의, 주체도 ‘미스터리’
 본지, 확인 요청했지만 ‘모르쇠’로 일관…과거 사례 살펴보니 ‘헉~’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언론과 기업 홍보. 도저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선택이 아닌 필수란 얘기다. 그 중에서도 언론을 상대하는 홍보팀은 더욱 그렇다. 기업 관련 취재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은 물론, 회사를 대표해 입장을 전달하고 또 잘못된 내용에 대해 수정 및 반론을 요청하기도 한다. 나아가 법적 대응 여부를 통보하기도 한다. 그런데 애경그룹은 본지가 지령 1099호에 보도한 ‘[단독보도] 애경개발 전 운전기사 A씨 충격폭로, 애경그룹 아들 채승석 사장 수상한 돈거래’와 관련, 2차례 포털을 거쳐 본지에 수정 및 삭제 요청 등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반복됐다는 점이다. 애경이 포털을 통해 언론 옥죄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취재 당시 “사장의 개인사이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한 애경 측이, 보도 이후 본지가 아닌 포털을 통해 수정·삭제를 요구했고, 법적 대응하겠다고 했음에도 또다시 포털을 통해 항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서울 기사 관련 확인 요청드립니다.”

지난 5월 26일 한 포털에서 한 통의 메일이 왔다. 본지가 지령 1099호에 보도한 ‘[단독보도] 애경개발 전 운전기사 A씨 충격폭로, 애경그룹 아들 채승석 사장 수상한 돈거래’과 관련, 애경그룹에서 해당 기사의 수정 및 삭제 요청이 인입되었다는 것이다.

이 포털 관계자는 “애경그룹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이 들어와 전달해주는 것”이라며 “기사 수정·삭제 여부는 해당 언론사에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와 관련, 본지는 보도(5월 25일)되기 한 달 전부터 채 사장과 애경개발, 그리고 애경그룹 산하 애경산업 측에 여러 차례 확인요청을 했다. 또 보도 직전인 5월 19일에도 다시 한번 애경 측에 취재 내용과 관련해 사실 확인요청을 한 바 있다. 그리고 본지는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애경 측의 입장을 기사에 최대한 반영했다. 그런 점에서 포털로부터 도착한 메일과 애경 측의 행동을 본지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법적대응 발언 후
포털에 또 다시

결국 본지는 포털 요청에 따라 애경그룹 산하 애경산업 측에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에 대해 물었다. 애경산업 측에서는 “애경개발에서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수정 요청이 아니라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기사 제보를 통해서만 작성이 된 것 같아서 주관적이란 생각이 든다”며 “그 이외에 다른 팩트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본지는 포털 측에 기사 수정 및 삭제를 요청한 애경개발 담당자와의 연결을 요청했다. 또 요청사항에 대해선 담당자와 통화 후 내부 논의를 거쳐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애경산업 측에 전달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 주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홍보팀은 빠지기로 했다. 법무법인 김앤장을 통해 법적대응을 하겠다”였다.

이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애경산업 측과 통화 후 1시간여 뒤 또다시 포털을 통해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한 것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애경그룹이 아니고, 애경개발 측에서 들어온 문의다. 직접 확인된 사실이 아닌 주관적인 내용이라 보여지지 않게 처리해달라는 요청이 인입되어 전달드립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애경산업 측과 통화했던 내용이 포털을 통해 본지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포털 측에 삭제 및 수정요청을 한 것은 ‘애경개발’이라면서 정작 ‘애경산업’에서 지적한 내용들이 포털을 통해 1시간 만에 그대로 통보된 것이다. 본지 기사에 대해 포털 측에 항의한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급기야 본지는 지난 3~4일 이틀에 걸쳐 애경개발 측에서 ‘포털을 통한 항의’ 사실 및 요구사항에 대해 확인요청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애경개발 측에서는 ‘메모를 남겨달라’, ‘법무법인을 통해 입장을 받으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포털을 통해 항의한 주체가 애경개발 측인지, 애경산업 측인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는 상황이다. 게다가 애경 측이 본지 기사의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 지 등에 대한 명확한 얘기를 하지 않은 것 역시 의문이다.

문제는 애경이 자사 관련 기사에 대해 포털을 통해 항의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선 기자들 반응은?

실제로 지난해 9월 본지 ‘[소비자고발] 애경 유령 경품 행사 파문’ 보도에 대해 애경 홍보실은 포털사이트를 통해 항의했다. “허위 내용의 기사이니 보여지지 않게 처리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또 ‘제주항공 2분기 적자 전환…저가항공사 업계 1위 흔들’이라는 본지 보도에 대해서도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며 확인해 달라”는 취지로 포털을 통해 본지에 이 내용을 전달했다. 

이 같은 애경그룹의 언론대응에 대해 일선 기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애경이 포털을 통해 언론을 압박하고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본지는 ‘[단독보도] 애경개발 전 운전기사 A씨 충격폭로, 애경그룹 아들 채승석 사장 수상한 돈거래’와 관련해, 채 사장의 ‘돈 세탁’ 의혹을 제기했다. 자신의 현금을 운전기사 통장 계좌에 입금했다가 자신의 계좌로 이체시켜 사용했다는 것이 보도의 골자.

특히 운전기사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채 사장과 인연을 맺게 된 경위를 비롯해 채 사장의 지인(유명인사)들에게 선물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일에 대해 상세히 말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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