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메르스 불똥에 긴장

괴담 속출…현대·GS건설로 ‘불똥’

2015-06-08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여파가 재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을 비롯한 건설업계 전체가 비상이다. 중동 현지에 회사 임직원이 대거 파견된 상태이며 해외 건설공사 70% 이상이 메르스 발병 근원지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LG전자, 아시아나항공 등도 메르스로 인한 불똥을 맞았다. 메르스 공포가 재계를 덮치는 가운데 매출, 출근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재계를 난감한 상황에 빠트리고 있다.

 최고 수주 자랑 했는데…골칫거리 생겨
 루머·괴담 주인공 오르면 이미지 타격

메르스 사망자와 확진자, 감염자가 급속도로 번지는 가운데 재계도 메르스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을 비롯한 건설업계는 비상상태다. 건설사 대다수는 중동 현지에 회사 임직원을 대거 파견하고 있다. 또 해외 건설공사의 70% 이상이 메르스 발병의 근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 메르스 감염자 역시 중동 바레인에서 온 68세 남성이다.

새로운 1차 감염자로 의심받은 사람 역시 국내 모 건설사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 소속이어서 긴장감은 증폭됐다.

해당 직원과 이 사람을 접촉한 사람들 모두 메르스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건설업계 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동 수주 가뭄이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큰 데다가 메르스 감염에 대한 원망이 건설회사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국내 건설사 중 중동에서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17개 공사를 진행 중이며 카타르와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5개 국가에도 32개 현장을 가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측은 “해외 현장 근로자 중 아직 메르스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며 “출장 금지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지만 확산 추이 등을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건설사 직원 중 카타르와 요르단, 레바논, 쿠웨이트, 이란, 오만, 예맨 등 총 20개 중동지역에서 일하는 이들은 1만2792명에 달한다. 메르스 감염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에는 32개 건설사에서 3912명이 진출해 있다. 이 밖에도 쿠웨이트 15개 건설사 1252명, 아랍에미리트 24개 건설사 1036명, 카타르 17개 건설사 445명 등이 중동에서 일하고 있다.

이에 현대건설은 중동 건설 현장과 지사에 있는 임직원들에게 메르스 예방수칙과 대응지침을 전파하고, 의심 환자 유무 파악을 지시했다. 또 건설 현장 인근의 추천 병원 리스트를 만들어 전달하고, 의심환자 발생 시에는 즉시 회사에 보고하도록 했다.

국내에서 중동지역으로 출장을 갈 때는 메르스에 대한 예방수칙과 대응지침을 숙지하고 마스크를 반드시 지참하도록 했다. 출장 복귀 후에는 감염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5일 이내에 체온측정과 문진 등 검사를 받도록 했다.

경기 더 위축됐다

GS건설, 쌍용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도 안전강화에 나섰다.

GS건설의 경우 올해 입사한 사원 58명 중 35명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에 가있다. GS건설은 사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메르스의 개요와 감염예방 수칙을 제공하고, 안전보건팀을 통해 직원들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최근 중동에서 근무하는 전 직원에게 메르스 초동조치 매뉴얼, 감염예방 수칙 등을 전달했다.

대우건설은 중동 현지에 지정 의료기관을 두고 있으며 감염예방 지침을 더욱 강화했다. 대우건설은 2013년부터 메르스 감염 예방 지침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중동 근로자들이 낙타 체험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삼성물산은 중동 건설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체온을 매일 측정하고 있고, 중동에서 복귀한 지 3주가 안 지난 사원들은 삼성그룹 전체 하계 수련회 참석에서 제외시켰다.

이와 관련해 해외건설협회도 오는 8일 열리는 하반기 중동 전망 세미나에서 질병관리본부의 협조를 얻어 메르스 예방책 등을 안내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산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메르스와 관련된 괴담이 속출하면서 난감한 입장에 빠진 기업이 많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중국에서 격리된 한국인 메르스 환자가 LG전자 직원이라고 알려지면서 중국인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국내에서도 ‘나라 망신’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당시 중국 언론은 “격리된 한국인 메르스 환자는 경기도 오산의 LG전자 품질관리 엔지니어다. LG이노텍 LED 품질교류회 참석을 위해 중국으로 입국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환자는 LG전자 직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중국 언론의 오보로 밝혀졌다. 사실이 아니었지만 LG전자는 소문의 주인공이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룹 전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또 이후에도 SNS상에서 논란이 된 환자가 LG와 관련이 있는 계열사에 근무한다는 설이 도는 등 메르스로 인한 루머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에서 격리된 한국 메르스 환자를 태우고 비행한 사실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환자가 탑승했던 여객기의 승무원 6명과 당시 인천공항 카운터 직원들에 대해 격리조치했다. 더불어 탑승객 158명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항공기를 소독하는 등 메르스 확산방지에 분주한 상태다.

하지만 이미 국내 감염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재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기업 자체 행사를 연기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출근문제를 비롯해 기업 자체적인 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메르스 악재로 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유통업계 등은 메르스로 인해 매출 신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한 여행사의 이달 4~11일까지 패키지여행 상품으로 국내에 입국할 예정이었던 중국인 300여 명은 예약을 취소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계획한 6~7월 한국여행 관광객 1295명도 예약을 취소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