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원 vs 템퍼…제2백수오 사태?
해외직구·국내 판매 가격 비교 자료 놓고 티격태격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한국소비자원과 매트리스 제조·판매사 템퍼코리아(이하 템퍼)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해외직구와 국내 판매 가격 비교’ 자료를 놓고 템퍼 측은 정정을 요청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추가 반박 자료를 내놨다. 양측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소비자원과 템퍼의 갈등으로 ‘제 2의 백수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벌어진 백수오 사태의 영향으로 더 이상의 갈등 없이 양측의 신경전이 일단락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템퍼 “인정 않지만 의견 전달에서 끝낸다”
한국소비자원과 템퍼의 갈등은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주요 해외직구 혼수용품 중 국내 판매가와 비교 가능한 해외직구 가격 비교’ 자료에서 시작됐다.
한국소비자원은 템퍼의 같은 제품이 국내보다 해외 직구로 구매했을 때 62.8%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와 해외직구의 가격 차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된 제품은 ‘타퍼 3인치 퀸’으로 국내에서는 160만 원에 판매됐지만, 직구를 이용할 경우 59만4444원에 살 수 있다.
해당 내용이 발표된 후 템퍼는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국내 판매 제품과 직구 제품은 서로 다른 모델이다”며 한국소비자원의 발표를 정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템퍼 측은 “국내 판매 제품인 ‘타퍼 7’의 경우 덴마크에서 생산됐고, 직구 제품인 ‘타퍼 3인치 슈프림’은 미국에서 생산됐다”며 “‘템퍼’와 ‘템퍼 페딕’은 별개의 브랜드이고 전혀 다른 제품이므로 조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포함한 유럽 및 아시아에서는 템퍼 제품만을, 북미에서는 템퍼 페딕 제품만 판매하고 있으며 공장 역시 덴마크와 미국에서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두 제품은 소재 구성비가 다르고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더 고급 원단을 쓰는 등 차이가 있는 제품이다”며 “특히 직구 제품의 경우 템퍼 페딕에서 저가 라인으로 분류된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템퍼는 두 제품의 소재 구성비 등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는 영업기밀을 이유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조사 제품의 정확한 명칭이 국내 판매 제품의 경우 템퍼 ‘타퍼 7’, 직구 제품은 템퍼 페딕 ‘타퍼 3인치 슈프림 퀸 매트리스 타퍼’라고 정정했다.
가격차 이유 ‘묵묵부답’
하지만 조사 결과에서 해당 제품을 제외시키지 않았다. 가전 등 여러 제품들이 국내 판매용 제품과 해외 판매용 제품의 모델명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아, 이런 경우에는 브랜드의 유사 사양 제품을 조사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해당 자료에는 이 같은 내용이 설명돼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소비자원은 “상세 페이지를 보면 메모리폼 같은 매트리스 고유 소재를 ‘템퍼’라고 칭하는데 두 제품 모두 템퍼 소재 100%인데다 두께도 비슷하다”며 “가격차를 설명할 만한 기능과 구조상의 이유를 문의했으나 레시피(성분비)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논란이 된 7㎝ 두께의 ‘타퍼 7’과 약 7.62㎝ 두께의 ‘타퍼 3인치 슈프림’은 두께가 6㎜밖에 차이나지 않고, 사양도 비슷해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에게 유사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 템퍼코리아 판매점 7곳에서도 “미국과 한국에서 판매되는 두 제품이 제조공장과 모델명만 다를 뿐, 소재와 기능이 동일하다”고 소비자들에게 설명하며 판매하고 있다.
또 국내 및 미국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두 제품의 소재는 모두 ‘템퍼 소재(TEMPUR® material)’로 명시돼 있다. 두 제품 간 내부 구성성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없고, 한국소비자원에서 비교대상으로 사용한 미국 판매의 ‘템퍼-페딕’ 제품 역시 템퍼(TEMPUR®) 브랜드가 명시된 ‘템퍼 소재(TEMPUR® material)’를 100% 사용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소비자원은 “템퍼와 템퍼 페딕이 다른 브랜드라는 주장에 대해 ‘템퍼코리아는 템퍼 페딕 인터내셔널의 한국 현지법인’이라는 문구가 템퍼코리아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점을 볼 때 전혀 별개의 회사와 브랜드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어 2013년 3월과 9월에 ‘템퍼-페딕, 씰리 인수 완료…템퍼 씰리 인터내셔널로 거듭날 예정’인 내용을 담은 기사를 근거로 내놨다.
소비자만 혼란
양측의 신경전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제2의 백수오 사태’를 우려하는 시선이 나타났다. 가짜 백수오 파동이 일어날 당시 내츄럴엔도텍이 한국소비자원의 주장에 반박하며 갈등을 빚었던 것이 떠오른다는 지적이다.
또 백수오 사태를 기점으로 한국소비자원과 제조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모두 하락한 상황이어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한국소비자원과 템퍼의 갈등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자 템퍼 측은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템퍼의 한 관계자는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자료에 대해 템퍼 측의 의견을 밝혔으니 더 이상의 대응은 없을 예정”이라며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알린 것이고, 현재 이와 관련해 별다른 대응책 마련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한국소비자원과의 마찰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해당 내용에 대한 인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 측 역시 “현재 템퍼 측으로부터 추가항의를 받은 것은 없다”며 “템퍼 측의 항의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해명했고, 소비자가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외직구 관련 정보를 계속 제공할 예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