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검사스폰서 후속편 논란 재점화
룸살롱 향응 기본…해외 성접대 ‘논란’
2010-06-15 최은서 기자
MBC PD 수첩 ‘검사와 스폰서’의 후속편이 방송되면서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1984년부터 2009년까지 총 25년간 전·현직 검사들에게 촌지와 향응·성접대를 제공했다’는 건설업체 사장인 정씨의 제보가 보도되고 나자 한국 사회가 들썩였다.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돼 검사장 2명을 포함해 현직 검사 71명과 전직검사 30명 등 총 160명이 감찰 조사를 받았다. 또 검찰은 떡검, 섹검, 스폰서 검찰 등의 별명들이 붙으며 국민적 비아냥을 듣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같은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PD수첩은 또 다른 제보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8일 MBC ‘PD수첩’방송에 따르면 제작진은 ‘검사와 스폰서’ 방송 이후 최근까지도 검사들의 스폰서 문화가 이어졌다’며 기존 입장을 공고히 했다. 검사뿐만 아니라 검찰 일반직에까지 스폰서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폰서 검사 후속편’ 방송
지난 90년대에 제주도서 범죄예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제보자 강진우(가명)씨는 “범죄예방위원회는 그야말로 검찰의 스폰서”라며 말문을 열었다.
강씨는 당시 이 지역을 방문하는 전국 검사들의 접대를 도맡아 했다며 “검사들의 명절, 휴가 경비 보조금으로 최소한 50만 원씩 상납했고 매주 골프, 룸살롱 등의 향응과 심지어 해외 성 접대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적어도 200~300만원은 썼던 것 같다”며 접대 대상은 제주지검 검사들 뿐만 아니라 휴가철에 제주를 찾은 검사들까지 포함됐다고 털어놨다. 특히 4박 5일의 태국여행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질펀하게 놀았다”고 떠올렸다.
현직 범방위원인 신모씨는 “돈을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최우선이 아닌가 싶다”며 재력있는 사람이 범방위원이 돼 스폰서 역할을 하는 관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밝혔다.
‘PD수첩’에 따르면 총 57명의 지역협의회장단 중 47명이 사업가다. 이에 검찰은 검사를 접대했다는 주장은 수수자에 대한 확인이 없어 근거가 없고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또 범방위원은 재력이 아니라 사회적 신망과 사회봉사 열의에 따라 위촉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보자인 전 검찰 수사관 안상호(가명)씨는 검찰직원들이 집단으로 성매매업소를 갔었다며 이 같은 회식비를 마련키 위해 허위 보고서를 작성, 운영자금을 예산으로 모아두는 경우가 많다고 폭로했다.
안씨는 “1년에 수십 번의 회식자리서 양주와 맥주로 폭탄주를 마시는데 공무원 월급으로 감당이 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6년부터 출장 및 정산신청은 전산 입력하고 출장비는 직원 개인 급여 계좌로 직접 송금하고 있어 허위 출장 보고서를 작성해 회식비를 마련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해명했다.
이 날 방송에서 한 룸살롱 종업원은 “검사들에게 받은 명함만 10개가 넘는다”며 주로 자신이 관리했던 검찰 관계자들 중 한 검사와 수사관 명함을 공개해 시선을 끌었다. 또 난잡한 술자리와 변호사의 검사 접대 사실을 이야기했다.
또 다른 여종업원은 불과 1~2달 전까지 검사가 변호사와 의뢰인이랑 룸살롱을 찾아왔다며 최근 일임을 밝히기도 했다.
또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의 외주용역업체 장모 대표의 검찰간부 접대 향응 일지를 공개했다. 춘천지검 강릉지청 현직 계장인 김모씨에게 15차례 성접대 한 것을 비롯해 수십여 차례의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일지에 기록돼 있었다. 외주용역업체 일거리를 잃은 장 대표가 이 접대일지를 지난해 4월 공개했지만 강릉지청은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김 계장은 아직도 집행계장 자리에 있는 반면 오히려 장 대표의 집이 압수수색 당하는 등 검찰 수사를 받은 사연도 방송을 탔다.
검찰은 “김모 계장 사건은 내사 과정에서 단서가 발견돼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며 “유죄 증거가 부족해 형사 처벌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사실 확인 시 엄정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상규명위원회, 스폰서 검사 솜방망이 처벌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성낙인)가 지난 4월 MBC가 보도한 스폰서 검사 의혹에 대해서 향응 및 성접대에 관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직무와는 유기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형사처벌은 없고 ‘징계권고’ 수준에서 활동을 마무리해 비판을 받고 있다.
정 사장이 26년간 촌지와 향응을 제공했다는 PD수첩의 내용에 관해서는 교류가 중단된 기간이 많기 때문에 지속적 접대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박기준 부산지검장은 ‘보고의무위반 및 직무에 태만’의 사유로 징계 대상이 됐다. 성 접대는 부산지검 부장검사만 혐의가 인정됐다. 금품제공 건도 한승철 검사장에게 100만 원을 준 것만 확인했다. 징계시효가 지난 검사 7명은 인사조치를, 술자리에 참석한 28명은 엄중 경고할 것을 권고했다.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쏟아지는 비난
‘검사와 스폰서 후속편’이 방송되면서 ‘PD수첩’ 홈페이지 게시판과 ‘대검찰청’ 홈페이지 게시판은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PD수첩’ 홈페이지 게시판은 보도 내용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표시하는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반면 ‘대검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스폰서 검사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글들이 게시되고 있는 것.
시청자 신모씨는 “우리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부정직을 고발하는 증언자가 되어주신 PD 수첩 감사합니다”라며 “PD수첩 관계자 여러분께 박수를 보내 드린다”고 밝혔다.
또 시청자 오모씨는 “부끄러운 한국 사회의 모습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며 “상식이 통하는 나라, 국민을 중심으로 한 나라가 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와는 반대로 ‘대검찰청’ 홈페이지 게시판들은 검사 스폰서 문화에 대한 질책과 비난의 글들이 줄줄이 올라오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