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백만 명 살린다던 바이오시밀러란

한 수 빠른 생체의약품 연구·개발…글로벌 시장 선점

2015-06-02     김나영 기자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바이오시밀러 하나 개발하면 수혜가 백만 명씩 돌아간다더라”

지난 상반기 셀트리온의 주가가 크게 치솟을 때 일명 묻지마 투자자들은 해당 종목과 관련업계로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실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무작정 몰려들어 테마주마냥 거품을 키운 것이다.

물론 바이오시밀러는 여전히 중국 관련 소비재와 더불어 가장 떠오르는 섹터가 맞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 없이 선동되는 투자자들이 훨씬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개념과 함께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국내 바이오업계를 두루 살펴봤다.

생체물질 특성상 단순 카피 제네릭과 차이 있어
국내 셀트리온이 만든 램시마…파급효과에 쏠린 눈


바이오시밀러란 생체물질로 이뤄진 의약품(biomedicine,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뜻한다. 오리지널 약의 특허 만료 이후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반 제네릭(generic medicine, 복제약)과도 비교되지만 둘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먼저 일반 제네릭의 경우 오리지널 합성약의 화학식을 그대로 본떠서 만들 수 있다. 화학적으로 만드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오리지널 약과 동등한 효능을 자랑한다. 생성 역시 실험환경 통제만 제대로 된다면 변수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약과 똑같이 만들기가 쉽지 않다. 원래 약 자체가 살아있는 동식물 세포와 조직, 호르몬 등 유효물질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개발 역시 유전자재조합 또는 세포배양기술 등을 통해 분자생물학적 기법이 필요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과적으로 같은 효능을 나타내더라도 완전한 동일 약이 아닌 유사 약에 가깝다. 명칭 자체가 바이오제네릭이 아닌 바이오시밀러가 된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열린 유럽 비해
닫혀 있던 미국

이 바이오시밀러는 특성상 개발기간이나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결실도 있다. 대부분의 바이오의약품 가격이 일반 의약품보다 비싼 환경이 그 답이다.

의약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류머티즘 관절염에 처방하는 일반 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의 가격 차이는 한때 100배가 넘게 벌어지기도 했다. 당연히 일반 제네릭에 비해 바이오시밀러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유망하게 보는 근거는 최근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속속 만료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앞서 2000년대 중반부터 타국에서 만든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승인하는 등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지 오래다. 여기에 비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은 오히려 꽁꽁 닫혀 있었다. 자국 제약사들의 오리지널약 수익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바이오시밀러 승인을 차일피일 미룬 것이다.

그렇다고 전 세계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미국은 지난 3월에야 첫 바이오시밀러를 승인하며 태도를 바꿨다. 현재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미국 47%, 유럽 28%, 일본 8% 등으로 선진국의 비율이 80%가 넘는다. 뒤늦게 문호를 개방하는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관절염·당뇨병
치료비용 낮춰

이에 비해 국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관심은 허가나 승인보다는 역시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셀트리온이다.

코스닥 1위 대장주로 유명한 셀트리온이 내세운 무기는 램시마다. 램시마는 TNF-알파 억제제 계열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현재 셀트리온은 일본을 비롯해 북유럽과 동유럽 일부에서 램시마의 시장점유율을 20% 이상 끌어올리며 약진하고 있다. 또 지난 2월 특허가 만료된 서유럽 주요국에서도 판매를 시작하며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또한 셀트리온은 레미케이드 미국 특허를 무력화하기 위한 특허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레미케이드 특허는 오는 2018년 9월 만료 예정이나 그 전에 무효 판결이 나면 램시마 미국 조기출시도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일부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면서도 대체적으로는 흐름이 좋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최대의 바이오약품 시장인 미국은 고가의 바이오의약품들의 처방 증가로 지난해 약가지출이 10년 내 최고치인 13% 급증했다”면서 “이에 미국정부가 운영하는 공적보험이 바이오시밀러 처방 시 인센티브 제공 등 지원정책을 발표하면서 미국시장에서의 바이오시밀러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했다.

더불어 한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레미케이드 대비 평균 30% 수준의 가격경쟁력과 글로벌 수준의 판매대행업체들을 이용해 점유율 30%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허셉틴과 리툭산 바이오시밀러도 연내 유럽 허가신청 후 2017년부터 판매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셀트리온의 2015~2018년 매출액은 연평균 30% 증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연평균 각각 46%, 72% 급증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레미케이드 특허에 관련한 불확실성과 조기 출시여부에 따라 전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면서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경쟁 바이오시밀러보다 1년 이상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이들 제품과 강세를 띠는 치료 분야가 다소 달라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 우려했다.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