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파격
2015-06-01 강휘호 기자
“증권가 혁신의 아이콘” vs “시장 물정 무시한 무리수”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여의도 증권가 최고 화제의 인물은 단연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사진)이다. 주진형 사장이 2013년 9월 취임한 뒤로 파격적인 행보를 끝없이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진형 사장은 그동안 증권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매도 보고서 작성 확대를 비롯해 매매 수수료 기반 성과급 폐지, 임원진 자사주 의무보유 등 수많은 변화를 모색해왔다. 특히 그가 취한 조치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한데, 현재 주진형 사장은 ‘파격’과 ‘논란’ 사이에 놓여 있다.
매도리포트 확대·연금 제도 등 끝없는 실험
남은 변화 또 있나…여의도 증권가 이목 집중
주진형 사장의 경영은 파격이라거나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수식어가 많다. 면면을 살펴보면 임원의 자사주식 의무보유와 매도 리포트 확대, 과당매매 기준 강화, 직원연금 자사주 투자 등 보수적인 증권가에서 상상하기 힘들었던 모습들이다.
우선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임원들이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했다. 책임 경영의 발로라는 설명이다. 실제 주진형 대표는 자사주 매입을 위해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핵심 사항은 매도 리포트의 확대다. 일례로 증권가에서 가짜 백수오 사태의 주인공 내츄럴엔도택의 매도의견 리포트를 낸 증권사는 찾기가 힘들었고, 당연히 이는 투자자들의 손실로 전환됐다. 이러한 피해를 없애기 위해 매도 리포트 확대를 실시한 것이다.
더불어 한화투자증권이 직원들의 월급을 떼어내 자사 주식을 매입하고 수익을 나눠주는 형태의 직원연금을 도입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직원들의 월급의 일정부분을 떼어내 자사 주식을 사서 연금 형태로 수익을 돌려주는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고객에게 전달되는 모든 글을 편집국의 감수를 거치게 하겠다는 구상으로 증권사 편집국을 설치한다든가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회전율 300% 이상이던 과당매매 판정 기준을 올해부터 200%로 낮춘 점도 혁신으로 불린다.
지난달 28일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회사 근무 시 복장에 관련한 규정을 폐지하기로 했다”며 “이제부터는 자기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 다녀도 된다”고 말했다. 반팔셔츠조차 편하게 입지 못했던 금융권의 관례를 아예 뒤엎은 것이다.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승부수 역시 이미 던진 상태다. 대량의 자사주 처분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부동산과 구조화 부문 등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투입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발상이다.
앞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자기주식 350만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금액은 주당 6840원으로 총 239억4000만 원이다. 처분 예정 기간은 오는 7월 29일이다.
이처럼 파격을 거듭하는 그의 행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많다. 한 대형증권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해당 정책들이 어떤 효과를 거둘지 결과는 두고 봐야 아는 부분”이라면서 “다만 매도리포트 확대 등 일정부분 증권가에 필요했던 조치라는 점에는 동감한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의견들
물론 긍정적인 기류와 반대로 주진형 사장의 실험들은 시장의 분위기를 무시하는 무리수가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그가 내놓은 일부 정책이 벌써부터 부작용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월급의 일부로 연금을 마련한다는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22조 1항 강제저금의 금지 항목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는 논란이 그 첫 번째다. 한화증권이 추진하는 제도를 그대로 인용할 경우 근로자 스스로가 저축의 종류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전 직원이 월급을 강제로 내야 한다거나 한화증권이 이를 강행한다면 불법이 된다. 회사와 직원이 근로계약서 상 자신의 월급을 떼어 자사주를 사는 것을 용인할 경우엔 제도 시행이 가능하다.
매도 리포트 확대 시행도 만만치 않은 모양새다. 2013년 9월과 2015년 5월 사이 한화증권에서 나온 매도 의견 리포트는 비율로 따져 2%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더군다나 매도리포트에 대한 부담으로 직을 옮기는 사원들의 모습도 늘어나고 있다.
회전율 300% 이상이던 과당매매 판정 기준을 올해부터 200%로 낮춘 점도 영업직 사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불씨가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영업직원은 “고객 중심의 경영을 하는 것도 좋지만, 영업직 사원들의 입장도 조금만 더 생각해줬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마지막으로 주진형 사장의 임기가 한계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진형 사장의 임기가 3년인데, 2013년 취임한 점을 감안하면 이제 임기는 1년 남짓 남게 된다. 그런데 주진형 사장이 연임을 하지 못하면 전부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생긴다는 우려다.
다만 주진형 사장은 이런 우려나 논란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다. 고객 중심 경영은 상식으로 돌아가는 기본이며, 회사의 이익 창출과도 직결된다는 입장이다. 법에 저촉될 수 있는 부분들도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밝혔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직원연금과 같은 부분은 강제성을 띠지 않을 뿐더러 이를 원하는 사원에 한해서만 시행될 것”이라며 “현재 검토 중인 단계로 법적인 부분까지 모두 살펴보고 있다”고 일축했다.
한편 천천히 긍정과 부정 사이를 오가고 있는 주진형 대표의 실험들이 말 그대로 실험으로 끝이 날지, 증권가를 변화시킨 혁신으로 기억될지는 앞으로도 여의도 증권가의 관심을 한눈에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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