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추적]전 정권 핵심 사정 임박
청와대 부패척결 칼끝 누구 겨누나
공무원연금 등 구조개혁에서 정치개혁으로 확대
前정권 핵심라인 사정임박…수사 불가피說 솔솔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황교안 법무장관이 총리후보로 지명되면서 정부와 사정기관의 ‘부정·부패 전쟁’이 정점을 향해 빠른 박자를 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황 장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됨에 따라 박근혜정부가 추진해온 부패척결, 공직기강 강화 등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 사태 이후 정치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정치권에 대한 사정 드라이브가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부패척결과 공직기강 강화는 현 정부의 핵심적인 국정과제인 만큼 새 총리가 취임하게 되면 더욱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할 것이라는 소리다.
일각에서는 황 장관의 지명이 새 총리 취임과 함께 본격적인 사정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와 사정기관은 ‘성완종 리스트’ 사태가 현재진행 중일 뿐만 아니라 여러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정치개혁까지 강도 높게 추진할 계획이다.
황 후보자의 발언에서도 ‘부정부패사정 의지’는 여실히 드러난다. 총리후보 지명 직후 황 장관은 “무엇보다도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이루고, 비정상의 정상화 등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후보자는 검사 시절 국가보안법 해설서까지 펴낸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법무부 장관 재직 중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사건’을 직접 변론하며 정당 해산을 이끌어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검찰 출신 총리로서 검찰 장악력도 이전 총리들에 비해 월등하다.
황 장관이 총리후보로 지명됨에 따라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와의 역할분담도 분명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황 후보자는 부패척결과 정치개혁이라는 임무에 집중하고 최 부총리와 황 부총리는 고유의 업무 영역에 대한 책임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은 포스코와 경남기업 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여러 의혹이 제기됐던 사안들이 하나둘씩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 정면 겨냥에 반발 확산
사정정국 2라운드 임박설이 확대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가 야권으로 향할 것이라는 말이 돌면서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야당은 황 장관을 총리 후보로 지명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황 장관 지명을 두고 “야당과 다수 국민의 바람을 짓밟은 독선적 인사”라고 지적했다. 황 후보자와 경기고 72회 동기로 ‘40년 지기’인 이종걸 원내대표도 “김기춘(전 비서실장)의 아바타”라며 “소통과 통합의 정치가 아니라 공안통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황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일 때 두 차례 해임건의안을 내기도 했다.
야권은 성완종 리스트 의혹의 검찰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황 내정자를 지명하면서 정치 개혁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는 황 장관을 내정자로 지명했다고 발표하면서 “지금 우리의 현실은 경제 재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과거부터 지속돼 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고 정치개혁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 수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여권 인사 8인 허태열·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중 개인 비리 혐의인 이 전 총리와 홍 경남도지사에 대한 수사에 치중해왔다.
검찰이 이 전 총리와 홍 도지사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확정하면서 이제 수사는 지난 2012년 대선 자금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의 다음 칼끝이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해 여야의 정치 개혁 차원에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중남미 순방 복귀 이후 건강 악화에도 김성우 홍보수석이 대독한 성명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참여정부 당시 두 차례 사면을 거론하며 문제 삼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성완종 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과 나라 경제도 어지럽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의 계기를 만들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직접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 때문에 향후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 대해서도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후속 사정시나리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구조개혁은 물론 정치개혁 추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최근 “앞으로 전방위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감사원 등 사정기관이 총동원돼 대대적인 사정정국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불안섞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경남기업 수사로 불거진 성완종 전 회장 자살 파문이 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퇴로까지 이어지는 등 청와대는 메가톤급 역풍을 맞았지만 재보선으로 회생의 동아줄을 잡은 모양새다.
기업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검찰의 기업비리 수사가 정치적 성격이 강한 만큼 비리 의혹을 사고 있는 기업들을 상대로 추가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이계를 겨냥한 정치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정치인의 비리 연루보다 기업의 내부 비리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부분은 과거 “이명박 정권 핵심 실세와 연결된 비리 아니냐”는 의혹을 사왔던 부분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결국은 전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아울러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들이 더 있다는 소문이 사정기관과 재계 주변에 무성하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이명박 정권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몸 담았거나 이명박 정부 비자금 조성에 기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경우 여야 고위 관계자가 사정 범위 안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중심으로 부정부패 수사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론은 현 정권이 인수위이던 때부터 곳곳에서 전망됐다. 이 같은 전망은 국민적 요구에서 비리척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을 바탕에 둔 것이다.
총리 인선 이후 사정기관의 전방위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포스코 경남기업에서 시작된 기업수사가 다른 기업수사로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청와대 의지 통할까
경남기업 수사에 이어 포스코에 대한 검찰수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포스코와 중간재 거래를 하는 업체인 코스틸의 박재천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7년부터 최근까지 코스틸의 철선 제품에 사용되는 슬래브 등 중간제품을 포스코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대금이나 매출 관련 기록 등을 조작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업무상 횡령·배임)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경위를 캐묻는 한편 일부 금액을 포스코 측의 비자금으로 쌓아둔 것인지 추궁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와 오랜 기간 거래를 해 온 코스틸은 포스코그룹의 ‘비자금 저수지’라는 의혹을 받아 왔다. 특히 박 회장이 재경 포항고 동문회장을 지냈고,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물론 전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이에 검찰은 박 회장의 주변 관계와 더불어 전 정권 핵심인사들과의 접촉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박 회장에 대한 조사와 함께 박 회장과 연결된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조사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경남기업에 이어 다시 한번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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