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애경개발 前 운전기사 충격폭로… 채승석 사장 ‘수상한 돈거래’
“현금 20여억 원, 운전기사 명의 통장 거래” 왜?
2009년부터 6년간 운전기사 계좌로 적게는 4억 원, 많게는 6억여 원 거래
“채승석 사장, ‘돈 입금시키는 거 문제 안 되겠죠?’라며 나에게 물어봤다”
“공사업자 L씨로부터 수표로 5천만 원 받아 ‘청담동지점’서 현금화”
채승석 사장 ‘묵묵부답’…애경 측 “사장 관련된 것, 확인해 줄 수 없다”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아들’ 채승석(사진) 애경개발 사장의 수상한 돈거래가 포착됐다. 본인의 돈이 통장에 입금되기까지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 이른바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채승석, 운전기사에게 현금 전달→운전기사, 본인계좌로 현금 입금→운전기사, 채승석 통장으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지난 2009년부터 6년간 돈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거래금액은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이다. 거래간격도 ‘들쑥날쑥’이다. 이 외에도 애경개발이 운영하는 중부 컨트리클럽 공사 과정에서 공사업자 L사장으로부터 수표를 건네받아 현금화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채 사장은 왜 현금을 본인의 계좌로 넣지 않고 운전기사 통장을 거쳐야만 했을까. 그리고 L사장으로부터 수표를 받아 현금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서울]이 단독으로 채 사장의 의혹투성인 ‘통장 거래’ 등을 살펴봤다.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이 이른바 ‘돈 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신의 현금을 운전기사 통장 계좌에 입금했다가 자신의 계좌로 이체시켜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채 사장이 본인의 통장에 직접 돈을 넣지 않은 것을 두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요서울]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채 사장은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총 6년간 현금을 운전기사 통장 계좌를 통해 자신의 계좌로 입금시켰다. 또 제 3자를 통해 운전기사 계좌에 돈이 입금되면, 이를 인출해 채 사장에게 현금으로 전달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총 20억여 원이 입출금됐다.
실제 본지가 입수한 자료를 살펴보면 2012년 4월 6일 오후 3시 16분경, 채 사장으로부터 현금 500만 원을 받은 운전기사는 자신의 우리은행 계좌에 돈을 입금했다. 그리고 3분 뒤인 3시 19분, 운전기사는 500만 원을 다시 채 사장 신한은행 계좌로 이체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채 사장은 2012년 4월 9일 오후 6시 31분(500만 원), 4월 27일 4시(500만 원 중 36만 원은 B, 나머지 금액 464만 원은 채 사장), 9월 17일 11시 59분(300만 원), 9월 20일 오후 6시 24분(400만 원), 9월 21일 10시 24분(400만 원), 2013년 1월 2일 오후 4시 33분(500만 원)에 운전기사 A씨로부터 돈을 이체 받았다.
심지어 2014년 한 해 동안 무려 7억4000여만 원의 돈이 입출금되기도 했다. [관련 사진 참조]
취재과정에서 만난 채 사장의 전 운전기사 A씨는 “5만 원 짜리 지폐를 준다. 채 사장이 현금을 주면, 이를 받아 나의 우리은행 계좌에 돈을 입금시킨 뒤 채 사장의 통장으로 돈을 이체했다”며 “일부는 내가 먼저 현금을 사용한 뒤 채 사장의 돈을 관리하는 한 인사로부터 계좌를 통해 받거나 현금으로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금 전달 받으면
계좌이체 곧바로
이어 “이런 식으로 적게는 4억 원, 많게는 6억여 원이 입출금됐다. 일례로 2014년 한 해만 7억4000여만 원이 출금됐다. 연봉 4000만 원 정도 되는 내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을 빼더라도 6억여 원의 큰 돈을 어떻게 만질 수 있었겠느냐”고 털어놨다.
아울러 “결론적으로 총 20여억 원은 이런 식으로 입출금됐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통장 내역을 모두 수집해놨다”고 덧붙였다.
A씨는 특히 “날마다 500만 원을 연속으로 보낼 때도 있고, 들쑥날쑥 줄 때도 있다. 주기적으로 현금을 주기보다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채 사장이 (통장에 입금한 뒤 다시 이체해 달라며 현금을) 준다”고 말했다.
다만 채 사장에게 전달받은 현금의 출처에 대해서 자세히 모른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심증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물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A씨는 “500만 원 이상의 돈은 다른 사람 명의로 입금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는 (이체하지 않고) 현금을 찾아서 채 사장에게 직접 전달해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 4월 26일(6시 35분)에는 C 인사로부터 3500만 원을 통장으로 받아 잔액 100만 원만 남기고 3400여만 원을 인출한 뒤, 차량구입 등 채 사장과 관련된 일에 썼다는 게 A씨의 말이다.
운전기사로 재직했을 당시 A씨는 돈 뿐만 아니라 채 사장의 사적 영역까지 업무를 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채 사장이 관심을 표했던 지인에게 선물을 제공하거나 관계를 회복시키는 역할 뿐만 아니라 채 사장의 자동차 보험료도 직접 관리하는 등이다. A씨는 “지금도 유명인 중 한 명의 집 주소를 까먹지 않을 정도”라며 “유명 명품 백화점에서 선물을 구입,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눈에 띄는 점은 500만 원 이하의 돈만 채 사장의 통장으로 ‘이체’됐다는 사실이다. 500만 원 이상의 거액은 제3자가 A씨의 통장에 돈을 입금하고, A씨는 이를 현금화한 뒤 채 사장에게 전달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중 일부는 채 사장과 관련된 다른 부분에 사용되기도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선 ‘의심거래’로 지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2000만 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되면 은행이 고액현금 거래로 인식해 FIU에 보고하게 되고, 소액이라도 제 3자를 통한 거래가 반복되면 ‘범죄 수익 은닉 의심거래’로 지목돼, 금융권으로부터 관리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 한 관계자는 “은행별로 각각의 룰을 가지고 있지만, 소액이라도 이런 식의 거래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 FIU에 보고가 되기 때문에 의심거래로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돈세탁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A씨에 따르면 채 사장은 지난 2008년 의심거래 의혹이 제기돼 S지청에 조사를 받았다. 당시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이 사건 이후 채 사장이 운전기사인 A씨의 계좌를 통해 돈 거래를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돈거래 흔적
왜 남겼을까?
그렇다면 채 사장은 왜 A씨의 통장을 거치면서까지 돈거래 흔적을 남겼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채 사장은 A씨를 믿었다. 실제 A씨는 채 사장 친구의 소개를 받아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 보니 채 사장은 거액의 돈을 통장에 넣어두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현금을 A씨에게 전달, A씨의 통장을 통해 이체하는 방식으로 돈을 전달받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채 사장이 자신의 통장에 매번 돈을 입금시키는 것을 귀찮아 했고, 거액의 현금을 직접 가지고 다니는 것도 불편해 했다”며 “간편하게 체크카드를 긁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통장에 돈을 직접 못 넣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A씨는 채 사장이 이 같은 거래가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채 사장이 ‘A씨가 저한테 입금시킨 거 별 문제가 안 되겠죠’라고 물어봤을 때 ‘제가 돈을 빌려 분할로 갚는다고 하면 되죠’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알겠다’고 하더라”고 폭로했다.
이런 두 사람의 관계가 ‘악연’으로 변질된 것은 채 사장의 ‘거짓말’ 때문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박스 기사 참조]
뿐만 아니라 A씨는 채 사장과 관련해 자신이 직접 목격하거나 경험했던 사례를 전해주기도 했다. A씨에 따르면 공사업자인 L사장은 서울 압구정 갤러리 백화점 식품관에서 채 사장을 만나 2회에 걸쳐 기업은행 수표 3000만 원과 2000만 원 총 5000만 원을 건네줬고, 채 사장이 “현금화하라”고 지시해 자신이 직접 기업은행 청담동지점에서 현금화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회사에 있던 금고를 직원들(K 과장 등)이 채 사장 집에 옮기면서 카키색 마대자루에 1만 원 권이 다발로 가득 들어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채 사장은 직원들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200만 원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애경 “그룹 차원에서
응대할 부분 아니다”
본지는 채 사장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 애경개발 측도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본지는 애경그룹 산하, 홍보실이 있는 애경산업 측에 A씨의 주장에 대해 문의했다.
이에 대해 애경산업 측은 A씨의 근무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줬다. 다만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선 “그룹 차원에서 응대할 부분이 아니다”며 “오너와 관련된 개인적인 부분이라 대신 대답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만 여러 차례 강조했다.
7122love@ilyoseoul.co.kr
컷/ 운전기사 A씨 미니인터뷰 “연예인 A씨 문제 해결하고 뜻하지 않게 기사로 채용” -채승석 사장과의 인연은. -운전기사로는 어떻게 채용이 됐는가. -채 사장과의 관계가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채 사장과 멀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이 의심스러웠다는 것인지. -본지 기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은 ‘확약서’ 위반 사항 아니냐. |
애경산업 측 입장은… “개인적인 부분, 확인해 줄 수 없다” -A씨가 채승석 사장 운전기사로 근무한 것이 맞느냐. -채 사장이 현금을 운전기사에게 전달, 운전기사는 자신의 계좌에 입금시킨 뒤, 채 사장에게 통장으로 돈을 이체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돈 거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L 사장으로 서울 압구정 갤러리 백화점 식품관에서 수표 5000만 원을 받아, 기사에게 현금화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인지, 일방적인 주장인지. 한편, 이 밖에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확인 요청을 했지만 애경 산업 측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