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 ‘처음처럼 순하리’ 명과 암
2015-05-26 강휘호 기자
주류업계 허니버터칩…논란도 평행이론?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롯데주류가 내놓은 처음처럼 순하리가 주류 시장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면서 수많은 뒷말을 낳고 있다. 앞서 허니버터칩 열풍 때 소비자들은 상품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파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일부에선 지나친 상술이 나은 폐단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순하리도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는 가운데 [일요서울]이 주변의 시선들을 살펴봤다.
숨겨팔기·품절현상 등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기존 소주시장 침체·지나친 미투제품도 우려
말 그대로 허니버터칩 때와 똑같다. 처음처럼 순하리는 품절대란이 일어났고 생산라인을 확대한 상황이다. 순한 14도의 칵테일 소주로 알코올 향을 줄이고 유자향을 가미해 소주의 쓴 맛을 없앤 것이 주효했다.
출시 한 달 사이 무려 150만 병이 팔려나갔을 정도다. 3개월 만에 50억 원의 매출고를 올린 동시에 롯데주류의 주식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품절 현상을 일으킨 처음처럼 순하리는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봤다.
동시에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점유율도 20%대를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말 전국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판매된 롯데주류 ‘처음처럼’의 점유율은 18.2%였다. 하지만 1년 4개월 뒤 지난달 처음처럼의 점유율은 24.5%로 껑충 뛰었다. 무려 6.3%포인트 상승했다.
알코올 도수 전략이 두 제품의 성과를 갈랐다. 지난해 말 처음처럼과 참이슬은 모두 알코올 도수를 17도대로 내렸다. 참이슬은 18.5도에서 17.8도로 낮추었지만, 처음처럼은 18도에서 17.5도로 더 내렸다. 여기에 처음처럼 순하리가 돛을 달아준 모양새다.
그런데 현재 우려가 되는 부분은 인기 양상이 허니버터칩 때와 똑같은데, 논란이 제기되는 맥락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우선 처음처럼 순하리를 취급하는 일부 거래처는 숨겨 팔기를 하고 있고, 경쟁사는 미투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부 편의점이나 술집을 가면 ‘순하리 1인당 1병’이라는 안내를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가 마음대로 물건을 살 수 없을 지경이다. 경쟁사들은 이를 따라잡기 바쁘다. 순하리를 끝내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직접 만들어 먹자는 웃지 못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무학은 가장 먼저 유자와 석류, 블루베리를 첨가한 좋은데이 3색 시리즈로 순하리 추격에 나섰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주류다 보니 연령층에서 차이가 있지만, 허니버터칩 때와 상당 부분 비슷하다”면서 “자칫 끼워팔기 등 상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주류 납품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도 “상술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미투제품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무분별한 제품 찍어내기는 오히려 시장의 건전성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해당 제품으로 인해 본래 소주 시장이 침체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례로 처음처럼 순하리가 주류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만들면 만들수록 롯데주류의 주력 소주인 처음처럼의 생산량은 줄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결과적으로 순하리를 많이 팔수록 좋긴 하지만 주력 소주인 처음처럼 생산이 감소해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는 카니발리제이션 현상(한 기업에서 다른 제품을 생산해 서로 매출을 감소시키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이러한 결과가 전체 주류 시장에 퍼질 경우 당연히 각사의 마케팅이 강화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익이 감소하는 추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넘치는 의혹들
인기가 너무 많다보니 롯데주류가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일부러 공급을 하지 않거나 품절이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많다.
일부 언론은 롯데주류가 처음처럼 순하리 업소용을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공급하지도 않았으면서 수요가 넘쳐 공급이 딸리고 있다고 억지 주장을 해왔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아울러 “롯데주류는 순하리 품귀는 억지 주장이라는 비판이 일자 ‘순하리가 많이 팔렸다고 말한 적이 없으며,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고 얘기한 바 없다’고 말을 바꾸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에게선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어떤 소비자는 “제품이 인기가 많은 걸 왜 욕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고 반대로 “인기가 많은 것처럼 꾸며 호기심을 일으키는 거짓말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롯데주류는 절대로 이러한 논란들을 계획한 바 없으며, 향후 생산을 늘려 각종 의혹을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주류의 한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너무 잘 팔리다 보니 미처 공급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생산 공장을 늘렸으니 차차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소주 시장이 피해를 입을 수 있지 않냐는 부분에 대해선 “우리 역시 생산라인이 따로 가동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처음처럼의 라인을 일부 빼서 순하리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애매한 상황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품절현상이 마케팅 아니냐는 질문엔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정말로 예상 범위보다 많이 팔린 것이지, 의도한 효과가 아니다”라면서 “허니버터칩과 많이들 비교하시는데, 논란을 이어받을 생각은 절대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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