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한국석유공사, GS에너지 공 가로채기?
UAE 유전 채굴권 주체 놓고 뒷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현지 유전 지분 매입 계약 체결 건에 대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해당 사업 주체의 모호성 때문이다. 자금 투자가 없어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없는 한국석유공사가 GS에너지의 성과를 자사의 성과처럼 발표했다는 것이다. 또한 입찰 주체가 GS에너지로 변경된 과정과 근거의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논란도 있다. 때문에 대기업의 사업 확장에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시비도 있다.
“잘못 알려진 얘기” 해명…업계 “믿기 어렵다”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는 UAE 육상유전을 운영하는 국영회사 ADCO와 아부다비 육상유전에 3%의 지분 참여를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조광권 확보에 따라 생산한 원유에 대한 처분권을 갖게 돼, 국내 직도입에 따른 에너지 수급 안정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해당 계약은 우리나라 해외 유전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전에 대한 조광권을 확보한 것이다. 40년간 약 8억 배럴 규모의 원유량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부다비 유전은 잔여 매장량 271억 배럴, 일일 생산량 160만 배럴이다. 매장량으로는 세계 6위이며 UAE 최대 규모다. 여기서 생산되는 ‘머반유(Murban Crude)’는 우수 유종으로 국제시장에서 두바이유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계약 체결 성과의 주체를 놓고 뒷말이 나오면서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의 관계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GS에너지가 7400억 원을 들여 확보한 성과를 한국석유공사가 자사의 실적으로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것은 한국석유공사의 사업 주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은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이 지분을 낙찰 받았다. 2개 이상의 주체가 사업을 공동 추진한 결과물이지만, 자금 투자와 리스크 부담이 GS에너지로만 쏠려 있어 한국석유공사를 사업의 주체로 보기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GS에너지는 한국컨소시엄이 아부다비 육상생산광구 조광권 지분 확보를 위한 투자금액 7432억9800만 원 전부를 부담한다. 투자에 따른 리스크도 GS에너지가 짊어지게 된다.
다만, 향후 5년간 GS에너지가 보유한 참여 지분 3% 중 30%에 대한 지분매수청구권을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하고 있다.
아부다비 광구는 이미 원유를 생산 중인 생산광구여서 개발에 대한 리스크가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정학적 위험이나 유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즉 투자 금액 전부를 부담하고 있는 GS에너지와 달리 한국석유공사는 사업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없는 셈이다.
게다가 GS에너지 측이 “GS에너지가 생산유전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한국석유공사의 지원을 받았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생산유전 지분을 낙찰 받고, GS에너지가 한국컨소시엄 대표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점도 논란거리가 됐다.
공공기관 갑질
단정짓기 어려워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석유공사가 자금 투자와 위험 부담 감수 없이 GS에너지의 성과를 가로채는 공공기관의 갑질을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계약 성과를 자원외교 비리 논란으로 압수수색을 받고, 자원외교 실패가 거론되는 상황의 돌파구로 삼았다는 시선이다.
또 에너지업체들에게 갑인 한국석유공사에게 GS에너지가 항의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닐 것이란 추측이 나오면서 사업 성과의 주체를 바꾼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도의적 논란이 일고 있다.
다만 당초 ADCO 유전 지분계약 추진은 한국석유공사가 2011년부터 해왔다는 점에서 한국석유공사의 사업 주체성에 대한 결론을 단정짓기는 어렵다.
이에 한국석유공사 측은 “잘못 알려진 얘기”라고 해명했다. 한 관계자는 “계약 체결로 인한 지분 자체는 GS에너지에 있지만 한국석유공사가 컨소시엄을 함께 구성했고 가장 중요한 기술적 부분을 지원했다”며 “현장 실사를 같이 갈 정도로 함께 준비해 온 것이 맞기 때문에 한국석유공사가 GS에너지의 공을 가로챘다는 얘기는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UAE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현지 유전 지분 매입 계약 체결 사업 진행 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며 “자사가 참여 지분 중 30%에 대한 지분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석유공사의 성과라고 말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GS에너지 측 역시 “이야기가 와전됐다”며 “GS에너지가 지분 입찰에 따른 금액을 지불하지만 한국석유공사가 터를 닦아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의 사업 주체성 여부가 모호한 까닭으로 입찰 주체가 GS에너지로 변경된 것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GS에너지가 한국컨소시엄을 대표해 이번 계약을 체결했지만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가 함께 진행한 것은 2012년부터이기 때문이다.
사업 주도권 변경은 한국석유공사가 지난해 말 정부의 자원외교 논란이 불거지면서 본격화됐다. 지분 확보를 위해 ADNOC에 현금으로 ‘사이닝 보너스’를 줘야 했는데, 자원외교 관련 논란으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3% 지분을 배정받기 위해서 ADNOC에 줘야 할 금액은 6억 달러(약 6600억 원)로 추산된다. 자원외교 비리 및 실패 논란과 긴축재정, 부채 비율 감축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대규모의 회사채 발행, 금융권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셈이다.
또 저유가 국면도 한국석유공사가 과감히 사업을 밀고나가지 못하는 데 한몫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한국석유공사는 올해 초 계약의 주체에서 빠졌다.
문제는 입찰 주체가 GS에너지로 변경된 과정과 근거가 밝혀진 게 없다는 것이다.
또 공기업이 사기업의 사업 확장에 자원을 투입하는 꼴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GS에너지가 사업의 주도권을 쥔 상황이어서,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 자원을 사기업에 투입하는 것이 옳은가를 두고 시비가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