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한화, 골프장 사들인 내막

2015-05-18     강휘호 기자
뉴코리아CC 운영 현대중공업…계열 분리 위한 포석?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김승연 한화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현대중공업의 골프장 지분을 인수한 이유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두 그룹 전부 골프장 사업이 필요했던 상황도 아니었고, 그럴 이유도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새로운 분석들이 나온다. 뉴코리아CC를 운영하고 있는 신고려관광이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견이나, 신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대중공업 지분 40%서 29%로…규제 벗어나기 작전
신사업 진출 등 각종 분석 많지만 ‘묵묵부답’…향방 주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2012년 동양고속으로부터 인수했던 신고려관광 40% 지분 가운데 11%를 김승연 회장과 이웅열 회장, 단재완 회장 등에게 균등매각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현대중공업의 신고려관광 지분은 종전 40%에서 29%로 낮아졌다. 반대로 개인 최대지분을 보유한 김승연 회장은 23.67%, 단재완 회장 12.08%, 이웅열 회장이 10% 순서로 각각 상승했다. 매각대금은 15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웅렬 회장과 단재완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도 마찬가지로 23.67%가 됐다. 코오롱글로텍과 해성산업이 신고려관광 지분 3.67%를 신규로 취득했다. 여러 모로 지분 분할이 된 상황이다. 
 
이들이 사고 판 신고려관광은 경기도 고양시 소재 골프장 뉴코리아CC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계열사다.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김승연 회장과 이웅열 회장에게 골프장 지분을 판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고려관광 지분은 현대중공업, 김승연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단재완 한국제지 회장 등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현재 골프장 뉴코리아CC를 운영하는 신고려관광의 대표이사는 성하현 전 한화국토개발 부회장이다.
 
현대중공업이 신고려관광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어 신고려관광은 현대중공업 계열사에 속해 있었지만 경영은 그동안 한화그룹과 코오롱그룹 등이 돌아가면서 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매각으로 현대중공업은 지분율이 30% 이하로 떨어져 신고려관광은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현대중공업은 지분 매각 뒤 신고려관광을 계열사에서 제외해 줄 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결국 이러한 움직임들이 신고려관광 지분 매각을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 제외해 공시의무 등 각종 규제를 벗어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하게 만든다. 
 
실제 신고려관광은 대기업 계열사에 속하면서 각종 공시의무를 비롯해 여러 규제들의 적용대상이 됐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지분율을 낮춰 신고려관광을 계열사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신고려관광이 중소기업으로 돌아가게 되면 각종 규제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신사업 확장에서도 걸림돌이 상당수 없어진다. 중소기업을 위한 임금지원 등 다양한 혜택들도 자연스럽게 가져갈 수 있다. 
 
“아직은 모른다”
 
그러나 신고려관광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 
 
신고려관광의 한 관계자는 “지분 매각 소식과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 제외되는 것이 주주들의 요청이라는 것까지만 알고 있다”면서 “신사업 구상 등과 관련해서 전혀 나온 것이 없다”고 거리를 뒀다. 
 
이어 “우리는 1965년부터 골프장 하나만 운영해 왔고 전혀 다른 길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양한 분석이 있는 것은 우리도 알지만, 아직은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고려관광은 경기도 고양시 소재의 회원제 골프장 뉴코리아CC를 운영한다. 1965년 최주호 우성건설 회장, 김종호 세창물산 회장, 단사천 한국제지 회장, 우제봉 경산개발 회장,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신고려관광을 공동으로 설립했다.
 
이후 지분양도와 상속을 거쳐 현대중공업과 동양고속, 김승연 회장, 단재완 회장과 관계인, 이웅열 회장과 관계인이 각각 20%씩 지분을 보유해 왔다. 그러다 2012년 신고려관광은 현대중공업 계열사에 편입된다. 
 
당시 동양고속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신고려관광 지분 전량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275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 때 현대중공업 지분이 40%로 늘었고 신고려관광은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편입됐다. 
 
신고려관광은 지난해 9월 성하현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에, 김정 한화그룹 고문을 감사에 선임했다. 이웅열 회장은 사내이사에 등재됐고 단재완 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장인인 서정화 새누리당 상임고문,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등 역시 비상무이사로 있다.
 
신고려관광의 매출을 살펴보면 지난해 117억 원, 영업이익 12억 원을 기록했다. 167억 원의 단기금융상품에서 5억 원의 이자수익이 발생했고 배당금은 5억 원을 풀었다. 
 
특히 이번 매각에서 흥미로운 점은 코오롱그룹과 해성그룹은 그룹 내 계열사가 새로 지분을 취득했지만 김승엽 회장은 본인이 직접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사재 약 50억 원가량을 추가로 투자했다는 말이다.  
 
또한 이웅렬 회장과 단재완 회장은 본인뿐만 아니라 총수일가 여럿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 반면 김승연 회장은 본인이 23.67% 지분 전체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신고려관광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게 될지, 차후 사업을 어떻게 전개해나갈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김승연 회장의 광폭행보 또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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