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거는 코리안 메이저리거 '기대반 우려반'

2015-05-11     김종현 기자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피츠버그 강정호의 합류로 새바람이 불었던 메이저리그(MLB) 한국선수들이 시즌 초반부터 제대로 상승세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지난 4월까지 찬바람이 불었다. 추신수의 방망이는 잠잠했고 류현진은 부상으로 여전히 선발출전이 무산되면서 힘겨운 3년차에 접어들었다. 강정호 역시 안착하는 모습이지만 성적은 아직까지 부족한 상태다. 하지만 5월을 기점으로 코리안리거들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한국야구의 자존심인 이들의 화려한 5월을 만나본다.

 4월 악몽 극복한 코리안 타자들…득점포로 기대감 높여
 프로데뷔 1613이닝 던진 류현진…롱런의 기로에서 신음


먹튀 우려 속에서 여전히 현지 언론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는 최근 물 만난 고기처럼 장타력을 과시하며 득점포에 시동을 걸었다.

‘추추트레인’ 추신수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세인트 피터스 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템파베이 레이스전 1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2루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하며 7경기 연속 장타를 쏘아올랐다. 이에 시즌 타율도 종전 0.154에서 0.159로 소폭 상승했다.

추신수 덕분에 텍사스도 5-4 승리를 거두며 4연승에 성공했다. 이날 텍사스는 2회초 대거 4점을 뽑아내며 기선제압에 선공했다. 이후 4회 1점을 추가하면서 5-0까지 앞서나갔다.

다만 5회말 선발 닉 마르티네즈가 흔들리며 4⅔ 이닝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텍사스는 알렉스 클라우디오, 키오니 켈라, 션 톨레슨, 네프탈리 펠리스 등을 차례로 투입해 1점을 추가 허용했지만 승리를 지켰다. 이로써 텍사스는 시즌 12승 16패를 기록했다.

달라진 타격감
제2 전성기 시동

5월 들어 타격감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는 추신수지만 지난 4월은 재앙과도 같았다. 그는 한 달 동안 16경기에 출장 타율 0.096을 기록해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최하위의 굴욕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전부터 6경기 연속 안타를 신고했고 이중 홈런 2개를 처내며 ‘홈런치는 1번 타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7경기에서 때린 6개 안타 중 단타는 1개도 없었다.

특히 장타율은 4월 0.173에서 5월 0.692로 껑충 뛰어오르면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즌 장타율도 0.346까지 뛰어올랐다.

다만 아직까지 아쉬움은 남아 있다. 7경기 연속 장타를 때리면서 멀티히트는 단 1차례에 불과해 타율 상승은 완만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추신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타석에서 3~4번 정도 강하게 쳤던 것 같다”며 “이제 타석에서 기분이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텍사스 역시 추신수가 살아나면서 제 궤도를 찾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텍사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휴스턴을 완파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첫 MLB에 진출한 강정호는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있지만 서서히 안착하고 있다. 특히 종종 “메이저리그에 가면 아롤디스 채프먼과 상대해보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지난 7일 메이저리그 대표 강속구투수인 채프먼과 맞대결에서 안타를 신고하며 기분 좋은 5월을 보내고 있다.

채프먼 사냥에도
선발자리 물음표

강정호는 지난 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홈경기에 6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강정호는 2회 신시내티 선발 마이크 리크를 상대로 내야 안타를 뽑아냈다. 또 9회 ‘꿈의 170km 강속구’를 뿌려대는 마무리 채프먼을 만났다. 강정호는 풀카운트 점전 끝에 시속 160km짜리 직구를 받아쳐 유격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선보였다.

이에 강정호의 타율은 시즌 0.289(38타수 11안타)까지 올라갔지만 팀은 0-3으로 패해 5연패 늪에 빠졌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강정호는 채프먼을 뛰어넘으면서 선발 체질임을 다시금 입증해 냈다.

이에 대해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강정호가 인천공항을 떠나며 ‘채프먼과 상대하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오늘은 강정호가 가장 기다리던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쿠바 출신 괴물 투수로 불리는 채프먼은 160km 이상의 광속구를 가볍게 찍기 때문에 타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불린다.

이처럼 강정호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지역 언론들의 반응도 호의적으로 돌아섰다.

지난 6일 미국 피츠버그 지역언론 ‘피츠버그 포스트 가젯’은 “클린트 허들 감독은 라인업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강정호를 적극 기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 피츠버그 지역언론 ‘트립라이브’ 역시 “피츠버그 구단에서 포스팅 비용 500만 달러에 4년간 1100만 달러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저조한 공격을 살리기 위해서는 강정호에게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정호가 주전 자리를 꿰차기 위해서는 더 확실한 실력을 입증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는 지난 8일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첫 4연속 경기 선발 출장을 기대했으나 무산됐다. 아직 허들 감독의 신임을 얻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최장기 휴업
롱런에 물음표

5월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추신수와 강정호와 달리 류현진은 복귀 일정이 계속 늦어지면서 롱런의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28일자로 15일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던 류현진은 지난 5일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첫 6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최장기 휴업에 들어갔다.

앞서 류현진은 왼쪽 어깨 통증으로 재활에 돌입한 이후 세 차례의 불펜피칭을 무난하게 소화하며 복귀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6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오는 27일까지는 등판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메팅리 감독은 지난 7일 밀워키와의 경기를 앞두고 “류현진의 구속이 82~83마일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면서 “예상에 못 미치는 상태라 재활속도를 늦췄다”고 설명했다. 또 큰 문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매팅리 감독의 말을 종합하면 류현진의 현재 상태가 심각한 것은 아니나 예상했던 것만큼 재활속도가 나지 않는 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류현진은 마지막으로 공을 던진 것이 지난 3월 19일이니 최소 두 달 이상 공백기를 가지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휴식은 류현진 프로데뷔 이후 최장기 휴업으로 롱런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2년간 344이닝을 던졌고 KBO 리그에서는 7년간 1269이닝을 던졌다. 이를 합치면 1613이닝으로 MLB와 KBO의 수준차이가 있지만 현역 MLB 선수 중 1613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지난 7일 현재 44명에 불과하다. 다만 팀 동료인 잭 그레이키는 1912⅓이닝, 클레이튼 커쇼는 1417이닝을 던져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고비를 잘 넘기지 못한다면 류현진의 선수생활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비슷한 부위에 비슷한 통증이 계속 찾아오고 있다는 점은 특정 신체부위의 내구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적색경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미 찾아온 통증을 되돌릴 수는 없는 만큼 철저한 관리만이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를 바라보는 한국 야구팬들의 심정은 기대감보다 불안함 일색이다. 올 초 결국 윤석민 선수가 메이저리그를 포기했고 지난해 한국 자존심을 굳건히 지켜온 류현진마저 부상으로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물론 지난해 추락했던 추신수가 다시 부활의 신호를 알렸고 이제 막 데뷔한 강정호도 수많은 현지 언론들의 비난을 이겨내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룰 때만이 한국프로야구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후배 선수들의 빅리그 진출에 기폭제가 된다는 점에서 야구팬들의 응원과 선수들의 집중이 필요한 때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특히 코리안몬스터 류현진 선수가 부상을 완벽하게 극복하고 올 6월 복귀와 함께 롱런의 시동을 걸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