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 규제 완화… ‘난개발’ 부추기나?

“쾌적한 환경 위해 그린벨트 확대해야”

2015-05-11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정부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의 입지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30만㎡이하 그린벨트를 각 시·도지사가 해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1만㎡ 미만의 개발제한구역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국토부는 “입지규제 완화로 개발사업의 금융비용 224억 원 절감, 주민불편 완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난개발을 부추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규제를 완화하지 말고 오히려 그린벨트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주민 생활·재산권 침해 해소 개발가치 접근”
30만㎡이하 구역 시·도지사 해제 가능…반대의견 높아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고 30만㎡이하의 개발제한구역 해제권한을 지자체 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발제한구역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특산물 판매 시설
공장 증축 가능해져

개선방안에는 그린벨트의 무분별한 해제 방지를 위해 현 해제총량 범위내 허용, 관계부처 사전협의, 2년내 미착공시 그린벨트 환원규정 신설, 환경등급 높은 지역 제외 등의 내용도 담겨있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그린벨트 입지규제도 완화된다. 현재는 지역특산물의 소규모 가공시설만 허용되지만 앞으로는 판매, 체험 등을 위한 시설 설치가 허용된다. 규모도 200㎡에서 300㎡로 확대되고, 마을공동으로 설치하는 경우에는 1000㎡까지 설치가 가능하다.

또 5년 거주기준을 폐지해 거주기간에 따른 주택 등 시설증축 차등이 완화되고 취락지구 내 음식점도 형평성을 감안해 건축규제(건폐율 40%까지 건축가능)가 완화된다. 주유소 내 부대시설 설치도 가능해지고 공장의 증축도 부지 내 건폐율 20%까지 허용된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전에는 그린벨트 하면 보존적 가치 차원에서 접근했는데 이제는 그린벨트 안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불합리한 재산권 침해를 해소한다고 하는 개발적 가치 차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그린벨트 입지규제 완화로 ▲시설증축 등 1300억 원 투자유발 ▲해제 소요기간 1년 단축으로 인한 개발사업의 금융비용 연간 224억 원 절감 ▲시설입지와 경계지역 관련 민원 65% 해소로 주민불편 완화 ▲70만㎡ 훼손지 정비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토 훼손하겠다는 발상
부정부패 발생할 것”

그러나 이러한 규제완화 개선방안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특혜시비 및 부정부패 등의 역효과가 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일 논평을 발표하고 “정부의 발표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풀 수 있는 지역은 죄다 풀겠다는 것”이라며 “이럴 바에는 애당초 그린벨트를 왜 도입했는지 정부에 되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논평에 따르면 시·도지사의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해진 30만㎡의 규모는 축구장 면적(7140㎡)의 42배에 달하는 크기다. 이 단체는 “정부는 중소규모의 그린벨트라고 표현했지만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상 주택건설사업이 30만㎡이고 도시개발사업의 경우는 25만㎡인 것임을 감안해도 작은 규모가 아니다”라며 “30만㎡ 이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부여한다는 것은 사실상 그린벨트 관리를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어 “전 국토를 갈아엎겠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주민불편 해소에 목적을 두고 이번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그린벨트가 가진 자들의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지자체장에게 그린벨트 해제권을 부여하면 선거 때마다 개발공약을 남발하거나 선심성 민원 해결이나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결국 특혜시비가 불거지고 사회혼탁을 부추기는 부정부패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그린벨트의 해제 조치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사전 협의로
마구잡이 개발 방지한다

또 환경연합과 환경정의도 지난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 개발욕구에 따른 전 국토 난개발이 우려된다. 중앙정부차원에서 현행대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이미 이명박 정부 때 개발제한구역 해제의 근거가 되는 광역도시계획에 해제 관련 규제가 완화됐다”며 “권역별 해제 총량만 정해진 상태로 개발할 곳과 보전할 곳을 광역도시계획상 명시하지 않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개발제한구역의 환경등급 3~5등급이 환경적으로 보전 가치가 낮은 지역으로 난개발의 우려가 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번 발표는 오히려 보전보다는 개발수요가 있는 지역은 어디든 우선 개발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과 확산, 녹지공간의 감소, 미래세대에 대한 무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그린벨트 정책은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 지켜왔던 정책이다. 개발지역의 비싼 땅값 때문에 개발제한지역을 개발해야 한다는 기업논리에 따른 정책추진은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환경단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일호 국토부 장관은 “난개발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시·도지사에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이 이양되면 난개발을 부추기게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기우”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 장관은 “이번 조치가 난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놨다”며 “지자체에서 해제가 가능한 그린벨트는 해제총량인 233㎡ 내에서만 가능하다” 밝혔다. 그는 이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개발할 때는 우선 국토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마구잡이 개발,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하도록 돼 있다”며 “만약 협의 단계에서 난개발 우려가 보인다면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다시 심의를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또 “현재 훼손된 그린벨트가 개발되면 30% 정도는 다시 기부체납을 받아 녹지로 만들도록 의무화 돼 있다”며 오히려 규제완화가 이미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freeore@ilyoseoul.co.kr

환경운동연합이 밝힌 그린벨트 해제 논란

▲ 국토교통부가 그린벨트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 그린벨트는 환경보전과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방지를 위해 대도시권의 외곽을 묶어 개발을 제한하는 제도로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광역적 도시관리 수단이다. 특히 이 제도는 수도권의 개발수요를 지리적으로 제한하고 지방으로 개발수요를 이전해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그린벨트 규제완화 조치는 기업의 수도권 개발요구를 전폭 수용한 것이다. 정부가 수도권 과밀문제나 지역균형발전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여겨진다.

▲ 정부는 일정 규모 이하의 사업만 지자체가 규제를 완화할 수 있게 조치했기 때문에 난개발은 우려에 불과하다는데.

- 정부는 30만㎡이하의 개발 사업을 중소규모 개발 사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30만㎡는 중소규모 개발 사업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환경영향이 큰 도시개발사업, 주택건설사업, 산업단지 개발사업 등에 해당된다. 또 최근 7년간 해제된 지역현안사업의 57%가 30만㎡이하의 개발 사업에 해당돼 사실상 국책사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제업무를 지방에 이양했다.

▲ 무분별한 난개발에 대한 안전장치를 여러 겹 마련했다는데.

- 정부는 30만㎡이하 해제 권한을 지자체에 부여했는데 이 규모는 현행법상(환경영향평가법) 환경적 영향이 매우 큰 도시개발사업 25만㎡이상, 산업단지개발사업 15만㎡이상에 해당된다. 주택건설사업도 현행법상 30만㎡이상의 경우와 차이가 거의 없다. 더욱이 완화된 규제로 인해 조각개발이나 연접개발을 통해 환경영향평가도 피해온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김포의 거물대리등 공장난개발을 자자체에서 막지 못하는 것도 이 경우에 속한다. 또 국토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것과 국토부가 허가하는 것은 책임주체가 완전 다른 문제다. 특히 수도권 과밀억제와 지역균형발전 등 경기도와 지방의 이해가 엇갈리는 경우 조정에 한계가 명백하다. 따라서 경기도와 기업, 그리고 개발 편향적인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 사실상 수도권만 혜택을 받는 게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국토부는 해제총량 중 남은 물량이 수도권에 42%, 지방에 58%가 남아 있어 수도권만 혜택을 보는 건 아니라고 반박하는데.

- 개발제한구역의 수도권 잔여물량이 42%로 비수도권인 지방 58%보다 많은 것은 맞다. 하지만 수도권 중 개발제한구역 해제잔여물양이 가장 많은 경기도는 무려 49.5㎢로 여의도면적(2.9㎢)의 17배에 해당된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 해제면적인 부산 23㎢, 대구 21㎢, 광주 23.2㎢ 대전 24.3㎢ 울산 23.9㎢ 창원권 20.3㎢의 약 2배가량의 물량이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 그린벨트 면적의 약 62%, 인구대비 약 60%가 외지인들의 소유로 주민불편 해소보단 이들이 혜택을 보게 되는 현상이 빚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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