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종 간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친정 향해 칼 빼드나?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사진)의 로펌행을 두고 말들이 많다.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간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세종 측도 이를 의식한 듯 “소송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지만 업계에선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단순히 취업제한이 풀려 이직한 것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취업 제한 풀리고 간 곳이 론스타 법률대리인 회사
“소송관여 안해” 해명…고문 계약 해지 촉구 목소리
업계는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윤용로 전 행장의 이직이 석연찮다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세종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5조원대 투자자-국가소송(ISD)을 대리하고 있는 로펌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이 소송의 첫 재판이 오는 15일로 예정돼 있어 시기상으로도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고문 계약 해지 촉구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취업제한이 풀리지마자 하필 세종이라니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며 “본인은 아니라 해도 친정을 향해 칼을 빼드는 모양새로 비치고 있어 보기 안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난 여론…왜
앞서 윤 전 행장은 론스타가 2007년 외환은행 지분을 HSBC에 넘기기로 합의했을 때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2011년 론스타 추천으로 외환은행장에 오른 그는 론스타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해 주목 받기도 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윤 전 행장의 이런 경력이 ISD 쟁점과 무관치 않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과거 매각에 관여하고 승인한 국가기관의 직책에 있던 사람이 소송 당사자를 대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론스타는 금융당국 승인이 늦어지는 사이 세계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돼 HSBC와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고, 뒤늦게 하나금융과 더 나쁜 조건으로 계약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부당한 양도소득세를 부과받아 매각 대금이 줄었다며 한국 정부에 총 5조1328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청구했다.
윤 전 행장은 이 같은 사안을 잘 알 수 있는 핵심 관계자다. ISD에 증인으로 설 수 있는 전·현직 금융당국 및 업계 관계자들과 개인적 친분도 가지고 있다.
소송 진행은
막대한 국민세금이 걸린 소송전에서 정부 반대편 로펌에 선다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외환은행장을 지내 ISD 쟁점을 잘 아는 윤 전 행장이 국민 세금이 걸린 소송전에서 정부 반대편 로펌에서 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세종 측은 “(윤 전 행장의)영입배경은 금융분야에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고문으로서 조력하기 위함”이라며 “윤 고문은 소송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은 윤 전 행장이 금융기관 인수합병, 금융지주회사, 증권 분쟁 등의 업무에 관여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편 이번 소송의 소송가액만 무려 43억 달러(약 4조6590억 원)에 달한다. 패소할 경우 국부 유출은 물론 다른 외국계 투자자들의 소송이 빈발할 수 있다는 우려로 정부는 소송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극비리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에 따르면 원고에 해당하는 론스타와 피고 측인 정부는, 이번 심리가 재판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하에 양측에서 선정한 증인 진술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구체적인 재판 기일과 채택된 증인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론스타는 2012년 12월 외환은행 매각 과정이 지체돼 심각한 손해가 발생했고 매각에 따른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43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중재재판을 국제투자중재센터(ICSID)에 제기했다.
양측은 그간 중재인, 재판 장소 등을 선정하고 서면 자료를 제출했다.
이 재판은 정부가 ISD 제도로 피소된 첫 사례로, 1974년 체결된 한·벨기에 양자투자보장협정(BIT)에 따른 것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주체는 론스타 미국 본사가 아닌 론스타 벨기에 법인이다.
정부는 국무조정실과 법무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범 부처 대응팀을 구성해 소송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합동 대응팀을 구성한 것은 반드시 승소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재판은 미국 워싱턴DC ICSID에서 열리며 중재 재판부 판정은 재판이 모두 끝난 뒤 1∼2년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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