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글로벌 광폭행보 우려에서 긍정 시선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 병석 1년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병석에 누운 지 벌써 1년이 됐다. 지난해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병원에만 머물고 있다. 그간 이 회장의 소식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 채 삼성 측이 내보낸 소식으로만 전해졌다. 증권가나 찌라시를 통해 이 회장의 사망설이 돌 때면 어김없이 삼성 측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이 호전되고 있다는 기사를 흘렸다.
하지만 이 회장의 최근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한 매체는 현재로선 없는 상태다. 그래서인지 병석에 누운 지 1년 된 현 시점에도 이 회장의 근황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건강호전설·이재용 조기안착설 등 소문 무성
“건강상태 큰 변화 없다”는 말뿐…미래의 삼성호는?
삼성 관계자에게 이 회장의 근황을 물으면 돌아오는 답변은 “많이 호전되셨다”는 말뿐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휠체어를 타고 다닐 정도로 호전됐다”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친 순간 눈을 뜨셨다” 등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대답은 한결같다.
지난 6일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도 수요 사장단 회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이 회장의 건강상태는)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만 했을 뿐이다.
이 회장이 입원한 지난 1년 동안 사망설과 건강 악화설, 심지어 퇴원설 등이 꾸준히 나돌았고 그때마다 삼성은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해 왔다.
급기야 삼성 측은 이 회장의 건강상태 및 치료 등이 사생활 영역이라고 판단,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모든 소문은 이 회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 확인이 어렵다. 한 매체가 주기적으로 사망설을 제기하고 있지만 확인이 불가능해 쉬쉬되는 분위기다.
변화된 삼성의 모습은
이 회장의 건강상태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지만, 삼성의 365일은 숨가쁘게 변해갔다. 이 회장이 쓰러진 직후 재계에선 ‘삼성 위기설’이 심심찮게 나도는 등 우려 섞인 전망이 쏟아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검증되지 않은 경영자라는 우려 속에 이 회장의 공백을 제대로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부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본 사람들은 지금의 삼성을 만든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이병철 회장 사후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 회장의 경영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와 반대로 이 부회장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은 삼성의 상황을 애플 CEO였던 고 스티븐 잡스 타계와 비유하며 큰 타격 없이 삼성이 성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또한 대기업인 만큼 어느 정도의 대안을 마련해뒀을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았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스마트폰 사업의 극심한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따라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 같은 지적도 함께 들끓었다.
그러나 이러한 재계 안팎 우려의 시선과 달리 이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1년이 흐른 현재 이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우려에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뀌었다.
우선 이 부회장이 그룹의 전면에 나선 이후 가시적인 성과는 지배구조의 개편이다. 삼성은 2013년 하반기부터 계열사끼리 나누고 합치는 등 사업구조를 개편해왔다. 옛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을 분리해 에버랜드와 합쳐 새로운 제일모직으로 재탄생했고, 소재부문은 삼성SDI와 합병했다.
IT서비스 계열사인 삼성SDS와 삼성SNS를 합병해 증시에 상장했다. 또한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말 이재용 부회장의 지휘 아래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4개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해외 기업 인수에도 적극적이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인수합병(M&A)만 8건에 달한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광폭 행보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1년간 해외 거물급 인사들을 만나며 폭넓은 인맥을 과시했다. 그가 친분을 쌓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을 만났다.
지난 7일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단지 기공식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나란히 서기도 했다.
또한 촉박하지 않은 공식 일정이나 별도의 개인 일정은 전용기가 아닌 민항기를 애용하고 자신의 짐도 직접 운반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표출되면서 임직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는 평도 많다. 이런 탓에 일부 언론에선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미 동생들과도 사업적 분리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상황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와 이 회장의 근황에 재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