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화 내부거래 곳간 채우기?

2015-05-11     강휘호 기자
개인회사 배당금 60억 원…창사 이후 최대규모
 
대한유화(회장 이순규)가 막대한 수준의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의 자산 증식을 돕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상은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이하 KPIC코포레이션)인데, 해당 회사는 대한유화와 내부거래를 해 매출을 올리고, 이를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또 대한유화는 과거에도 줄곧 이와 같은 지적이 있어왔던 터라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 이순규 회장 부부만 이득
사 측 “내부 거래 전혀 해당 안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KPIC코포레이션은 지난해 중간 배당금 10억 원을 포함해 총 60억 원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는 2005년 이후 최대 액수이기도 한데, 배당금을 받아간 주주는 이순규 대한유화 회장과 그의 부인 김미현씨가 전부다. 
 
현재 KPIC코포레이션의 지분은 이순규 회장이 93.35%를 가지고 있고 부인 김미현 씨가 6.65%를 소유하고 있다. 아울러 KPIC코포레이션은 대한유화의 지분을 30.5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순규 회장 부부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이러한 KPIC코포레이션은 지난해 대한유화에 원재료를 판매하고,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54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대한유화가 생산한 제품의 판매를 대행하는 과정에서도 매출이 발생했다.
 
지난해만 대한유화로부터 9624억 원어치의 제품을 사온 것이다. 이를 통해 KPIC코포레이션 실적은 별도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9.5% 증가한 1조 417억 원을 올릴 만큼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싱가포르 계열사 ATMAN 역시 대한유화에 나프타를 비롯한 원재료를 공급하며 실적을 올렸다.
 
ATMAN은 대한유화를 대상으로 연간 4000억~7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거래를 유지한다. 때문에 대한유화를 두고 “가장 기본적으로 볼 수 있는 내부거래 후 배당금 지급의 형태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유화의 내부거래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2013년에는 KPIC코포레이션과 대한유화가 1조 2772억 원의 매출매입을 진행했다. 대한유화가 KPIC코포레이션에 유화제품 9143억 원어치를 판매했고, KPIC코포레이션은 대한유화에 나프타를 판매해 3629억 원을 받았다. 
 
KPIC코포레이션의 지분을 이순규 대한유화 회장과 그의 부인 김미현씨가 100%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부의 축적을 위한 움직임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이러한 모습은 자회사를 통해 일종의 통행세를 받는 것이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일각에서는 “없어도 되는 중간 회사를 만들었다는 건 사업적 측면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2013년 대화유화가 사용한 운송비는 320억 원 상당이다. 2012년 355억 원, 2011년 310억 원, 2010년 333억 원의 운송비용을 대한유화가 지급한 것으로 공시됐다.
 
일석이조
 
아울러 KPIC코포레이션이 대한유화 지분의 30.22%를 보유한 지주사라는 점을 봤을 때, 이와 같은 내부 거래는 이순규 회장의 경영권 강화에도 상당 부분 힘을 보탠다. KPIC코포레이션이 지주사가 된 것은 기존 지주사였던 유니펩을 지난해 12월 합병하면서다. 
 
현재 이순규 회장이 KPIC코포레이션를 지배하고 이어 KPIC코포레이션이 대한유화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KPIC코포레이션이 내부거래를 통해 튼실한 재무구조를 갖춘다는 것은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과 동일한 상황이다. 
 
이순규 회장 입장에선 KPIC코포레이션을 비롯한 개인회사들의 덩치가 커지는 동시에 경영권 강화가 함께 이루어진 셈이다. 다만 대한유화 측은 이러한 지적들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우선 통행세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종합상사 업체라면 물건을 주고받는 것이 당연한 과정 아니냐”면서 “총수의 지분이 높기 때문에 오해를 받는다는 점은 알지만 내부거래라는 말은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번 KPIC코포레이션 배당금과 관련해선 “할 말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난 3월 10일 KPIC코포레이션은 ATMAN을 청산했는데, 역시 내부거래와 자산증식이라는 지적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다만 청산을 앞둔 지난해 ATMAN은 이익잉여금 등을 배당금(64억 원)으로 KPIC코포레이션에 줬다. 
 
한편 지난해부터 줄곧 대한유화와 같이 100대 그룹 중 공정거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중견 그룹들의 편법적 부의 대물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다. 규제 기준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터라 총수 일가 계열사 지분율이 높아도 법망을 벗어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로써 총수가 있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그룹의 경우, 대주주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규제 감시 대상이 됐다. 
 
이와 관련해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시이오(CEO)스코어가 자산총액 기준 국내 100대 그룹의 대주주 일가 지분율을 조사한 결과, 공정거래위원회 감시 대상에서 벗어난 49개 그룹 가운데 대주주 지분율이 공정위 기준을 초과하는 계열사 비중이 17%에 달하기도 했다. 
 
당시 시이오스코어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단순히 자산총액 5조 원 잣대로 못 박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재벌의 탈법적 자산 증식을 막는다는 당초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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