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죽음 못 받아들여” 남편 시신 방치한 아내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죽은 남편의 시신을 방치한 아내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아내들은 ‘남편이 무섭다’ ‘남편의 사망을 받아들일 수 없다’ 등의 이유로 죽은 남편의 시신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광주광산경찰서에 따르면 같은 달 27일 오전 9시30분께 광주 광산구 송정동의 어느 주택 안방에서 김모(68)씨가 숨진 지 4개월 만에 백골화 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에서 김 씨의 아내 임모(63·여)씨는 “외출했다 돌아온 뒤 남편이 숨져 있는 것을 보고 너무 무서워서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김 씨는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뒤 거동이 불편해 외출을 하지 않고 임 씨의 간호를 받았다. 임 씨 자신도 유방암 환자로 투병 중이었지만 실의에 빠진 남편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김 씨는 삶의 의지를 잃고 매일 술을 마시며 지냈다. 임 씨가 청소일을 하면서 벌어들인 월 100만 원의 수입은 모두 김 씨의 술값과 약값으로 사용됐다.
지난해 12월 어느날 그날도 평소처럼 임 씨는 장례식장 청소일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안방에서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김 씨는 미동조차 없었다. 김 씨가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임 씨는 두려움에 인근에 살고 있는 친구 서모(63·여)씨의 집에 가 머물렀다. 오랫동안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임 씨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서 씨가 경찰에 신고해 김 씨의 죽음이 드러났다.
임 씨는 “3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수발을 들었는데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하자 시신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임 씨를 상대로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하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방침”이라며 “시신을 방치한 임 씨를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신을 7년 동안 방치한 아내도 있다.
지난해 5월 검찰은 남편의 ‘미라’와 함께 6년9개월 동안 생활한 혐의(사체유기)로 입건된 조모(47·여)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조 씨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지난 2007년 간암으로 숨진 남편 신모(당시 43세)씨의 장례를 치르지 않고 집안 거실에서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조 씨는 “기도를 하면 깨어날 것”이라며 남편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집에 함께 살고 있던 10대 자녀 3명과 시누이 역시 신 씨의 시신에 인사를 하는 등 평소와 같은 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발견 당시 신 씨의 시신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상태였으며, 거실 카펫 위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조 씨가 주기적으로 옷을 갈아입혀 깔끔한 옷차림이었다.
시신은 살짝 부패했지만 7년 된 시신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남편이 숨진 후 외부와의 접촉은 거의 하지 않았으며, 집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현관에 두꺼운 커튼을 치고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조 씨의 동업자의 신고로 인해 범행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체 발견 당시 상황을 종합해보면 조 씨가 그동안 신 씨의 시신을 지극히 돌본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사체를 유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