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인수 불발에도 뒤에선 웃는다’

2015-05-04     이범희 기자

금호산업 매각과 관련해 업계는 최소 8000억 원에서 1조 원 가량의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호산업 인수 성공 시 항공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과 그룹 전반의 경영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당초 계획에 턱 없이 부족한 인수액이 제시됐고, 단독 입찰한 호반건설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업계는 오히려 이번 탈락으로 호반건설이 얻은 게 더 많다는 분석이다.

그 대표적인 게 인지도 상승이라는 것. 호반건설은 창업 30년 된 기업으로 호남권을 대표하는 금호산업 인수에 참여하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초반 함께 경쟁하던 대기업을 모두 털어내고 단독 입찰까지 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인수전을 통해 재계의 주목을 받게 된 김상열 회장은 지난 3월 20일 만장일치 추대 형식으로 제22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로 인해 호남권에서 금호그룹을 이을 차세대 지역 경제계 리더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금전적으로도 이득을 취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주식을 매입, 지분율 6.16%까지 끌어올렸다가 지난 1월 주식 총 33만1000주를 매각했다. 2월 25일에는 금호산업 채권단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기 직전 나머지 지분 4.95%까지 모두 팔았다.

호반건설은 이 과정에서 280억 원대의 차익을 얻었다. 때문에 업계는 호반건설이 ‘잃을 게 없는 장사를 했다’는 평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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