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형제 합헌 결정 ‘제2의 정남규’ 나올까

사형집행 두려움에 사형수 자살시도 우려

2010-03-02     이수영 기자
‘뇌사상태’에 빠진지 오래인 국내 사형제도가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사형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5: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1996년 재판관 7: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지 14년 만에 같은 판결이 나온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생명권이 헌법 상 존중받아야할 기본권임에 틀림없지만 최근 잇단 흉악범에 대한 사회적 단죄가 필수적이라는 강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형제를 둘러싼 이번 헌법소원은 지난 2007년 4명의 20대 젊은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보성 어부’ 오모(72)씨의 요청으로 촉발됐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헌법이 보장한 생명권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서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헌법이 사형제를 인정하고 있으며 특정 인간의 생명권 역시 타인의 생명권 보호나 중대한 공익을 위해 제한하는 것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사형이 확정된 57명의 희비가 엇갈렸다.

전국 교정시설에 수감된 사형확정자(사형수)는 모두 5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1~2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이들까지 합하면 모두 59명의 사형수가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문제는 1997년 23명이 무더기로 사형당한 이후 13년 동안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생애 마지막 날’을 기약할 수 없는 사형수들이 불안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종종 있는 만큼 관계 당국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 서남부 일대에서 13명을 연쇄 살인해 사형이 확정된 정남규는 지난해 11월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 같은 것”이라는 메모를 남기고 자살했다.

2005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전국 47개 교정시설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형수는 모두 422명, 이 가운데 72명은 실제로 목숨을 잃었다.

한편 가장 최근 사형이 확정된 인물은 연쇄살인범 강호순이다. 그는 납치·살해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모두 사형을 선고받은 뒤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지난 2008년 안양 어린이 살해사건 범인 정성현도 사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