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절판 실손보험…알고 보니 거짓말

새 보험 8월에 나오는데 …“3월까지만 판다?”

2015-04-27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손해보험사들의 ‘절판마케팅’이 구설수에 올랐다. 앞서 각 손해보험사들은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자기부담금 인상을 앞두고 “서둘러 가입하라”며 부추겼고, 이로 인해 가입자 수도 급증했다. 하지만, 새로운 실손보험은 8월 이후 나올 전망이다. 자기부담금 상향도 ‘비급여’에만 적용된다. 이에 소비자들은 “손해보험사들이 이제 더 이상 가입할 수 없을 것처럼 꼼수를 부려 가입자 수를 늘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금융당국이 제도변경에 혼선을 줘 소비자들이 절판마케팅에 현혹되도록 부추겼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 “유예기간 필요하다” 시행일 변경
“불안감 자극해 꼼수 부린 마케팅이다” 불만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안정화 방안’이 혼선을 빚으면서 소비자들이 손해보험사들의 절판마케팅에 이용당한 꼴이 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4월부터 실손보험 자기부담금을 기존 10%에서 20%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 10개 손보사가 판매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3년 연속 급증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2011년 78.4%에서 2012년 83.0%, 2013년 91.2%로 높아졌다. 현대해상은 2011년 102.4%에서, 2012년 111.2%, 2014년 125.7%로 올랐다. 동부화재 역시 2011년 95.9%에서 2012년99.6%, 2013년 116.7%를 기록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실손의료보험 자기부담금을 높여, 가입자들의 과잉진료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의 발표 후 대다수 손해보험사들은 “3월까지만 판매한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제 1주일 남았습니다’, ‘앞으로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해도 치료비의 80%만 보장 받는다. 가입을 서두르세요’ 등의 문구를 이용해 보장율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자극했고, 이는 가입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3월 현대해상과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사를 통한 실손보험 계약 건수는 46만4000여 건에 달한다. 이 중 지난 1월 16만4744건, 2월 17만176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현대해상은 10만 8836건의 판매건수를 기록해 실손보험 판매 1위에 올랐다.

또한 지난해 12월에 거둔 실적 34만9925건보다도 2배 가까이 많은 실적을 올렸다. 월평균 신계약이 2~3만 건인데, 지난 3월에만 7만~10만 건의 실적을 거뒀다.

실손보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개선에 나선 것인데, 절판마케팅으로 오히려 실손보험 판매실적이 급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새 실손보험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위험률 산출 등의 작업을 거쳐 8월 이후 나올 전망이다.

게다가 자기부담금 인상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규제개혁심사위원회가 “비급여에 대해서만 자기부담금을 20% 올리고, 유예기간을 3개월로 둔다”고 결정해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보험사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소비자 A씨는 “3월 안에 가입해야 기존 혜택을 누릴 수 있단 말에 불안감을 느꼈는데 막상 4월이 돼도 제도 변화가 없다”며 “절판된다는 말을 통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마케팅 전략에 넘어간 기분이다”고 말했다.

난처한 보험사

또 ‘보험료 인상’ 요인을 앞세웠던 만큼 불완전 판매로 피해를 입는 소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상품의 운용방법, 위험도, 손실가능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자기부담금 인상만을 강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8월을 앞두고 또 한번의 절판마케팅이 시행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번 효과를 본 마케팅 전략인 만큼, 다시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앞서 2009년 자기부담금제도(10%)가 도입될 때도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일명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제도변경 때마다 절판마케팅으로 대중화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의 절판이 오·남용돼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면 보험사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실손보험 절판마케팅에 대한 구설수가 커지자 각 보험사들은 난처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인데, 그 책임을 보험사들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자기부담금 인상은 의료과잉, 재정악화에 대한 대응으로 예고가 됐고, 보험사는 이에 맞춰서 준비단계에 있었다”며 “규제개혁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는 입장인데 소비자를 우롱한 것처럼 돼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절판마케팅이란 용어가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런 마케팅 전략을 만들어내면서 계획적으로 가입률을 올리려고 하지 않았다”며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계획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아니다”고 전했다.

또 복수의 관계자는 “새로운 실손보험이 판매될 때쯤 또 절판마케팅이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한번 이 같은 구설수가 생긴 만큼 지금과 같은 효과가 생길 것이란 기대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보험사들의 하소연에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당초 4월부터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던 대로 진행했다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혼란도 적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즉 금융당국이 제도변경에 혼선을 줘 소비자들만 ‘봉’이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다수의 소비자들은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악용하는 보험사나, 이를 방관하는 금융당국 모두 반성해야 한다”며 “또 다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