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 논란에 빠진 ‘편의점 빅3’
재고 담배 팔아 추가 수익…‘흡연자들 뿔났다’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CU, 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편의점들의 담배 사재기 의혹이 제기됐다. 담뱃값 인상이 발표된 뒤 재고 물량을 쌓아뒀다 추가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담뱃값 인상 발표 후 물량부족으로 대부분의 편의점 진열대가 비었던 겉모습과는 달리, 3500만갑의 담배가 쌓여 있었던 셈이다. 이들 편의점이 사재기로 올린 추가수입은 약 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담배제조업체인 KT&G 역시 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KT&G는 “재고 차익을 환원하겠다”고 나섰지만 뿔난 흡연자들의 마음은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업계 “기재부 기준 따르려 노력”…신뢰 ↓
국내 빅3 편의점인 CU, GS25, 세븐일레븐이 의도적으로 지난해 담배 재고 물량을 시장에 풀지 않다가, 담뱃값이 인상된 올해 1월부터 판매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담뱃값 인상 발표 후 사재기를 했고, 확보한 물량을 담뱃값이 인상된 올해부터 판매하는 방법으로 추가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다수 흡연자들은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담배 구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다수 편의점의 담배 진열대가 비어 있어 담배를 사기 힘들었다.
당시 각 편의점들은 “물량이 부족하다. 없어서 못 판다”며 “한 사람당 두 갑씩 판매한다”고 양해를 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담배 재고량 변화는 정말 없어서 못 판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편의점 3사의 담배 재고량은 지난해 8월 말 2000만 갑에서 담뱃값 인상 발표 후 급격하게 늘어났다. CU는 1500만갑, GS25는 1300만갑, 세븐일레븐은 600만 갑으로 4개월 동안 1300만갑이 증가했다. 담뱃값 인상 하루 전인 2014년 12월 31일까지 약 3500만갑의 물량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흡연인구 한 사람 당 약 세 갑씩 피울 수 있는 물량이다.
지난 1월부터 담뱃값이 2000원 씩 오르면서 편의점 3사는 지난해 확보한 재고 물량을 통해 약 700억 원의 추가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편의점 3사의 재고가 원래 수준인 2000만갑이 유지됐다면 이들은 400억 원의 순이익만 챙겼겠지만, 추가 물량확보로 인해 75%가량 수익이 늘어난 것이 된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슈퍼들의 재고물량까지 합친다면 지난해에 만든 담배로 유통업계는 천억 원대의 이익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재고 차익이 가능한 것은 담뱃세를 매기는 시기 때문이다. 담뱃세는 공장에서 담배가 나올 때 붙는다. 일례로 지난 1월 1일 공장에서 출고된 담배는 세금이 1갑당 3318원이 붙지만 지난해 12월 1일 출고된 담배는 세금이 1550원으로 매겨진다.
즉 지난해 출고된 담배는 세금이 1550원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담뱃값이 인상된 올해부터 판매했을 때 1갑당 1768원의 추가수입을 얻을 수 있다.
해명 불구 불신 가득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담뱃값 인상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편의점 3사란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추가수입 발생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탈세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재기로 물량 공급을 조절하고 담뱃값이 인상된 후 판매한 것도 탈세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세금 추징이나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담배제조업체 KT&G도 같은 의혹에 휩싸였다. KT&G도 같은 방법으로 2000원이던 담배를 3700원에 팔았고, 총 3000억 원 정도의 추가이득을 올렸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KT&G 측은 “재고 차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KT&G의 한 관계자는 “최대 33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해 소외계층지원 등에 투자하겠다”면서도 “현재의 논란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세금이 인상되는 과정에서 일부 제품에서 유통수익이 발생했지만 유통 흐름상 불가피하게 일어난 일”이라며 “담배는 제품 특성상 생산 후 판매점에 도달하기까지 약 1~6개월 소요되는 등 유통기한이 길다. 또 판매점 결품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재고를 보유하는 것은 필수적인 부분이 있어 벌어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CU의 한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CU의 경우 직영점 없이 가맹점으로 운영되고, 발주되는 양을 근거로 데이터를 만들어 제조사에 물량을 주문한다”며 “기획재정부(기재부)의 고시를 받아 주문을 받았고, 기재부의 기준이 바뀔 때마다 적용도 달라졌는데 다소 억울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담배 수요 급증을 예상하고 주문양을 늘렸지만, 기재부 고시에 따르다 보니 생긴 오해라는 것이다. 또한 제품을 발주할 때 항상 안전재고를 확보하기 때문에 이 같은 오해가 불거졌다는 설명이다.
GS25 관계자도 “현재 알려진 내용과 사실은 다르다”면서 “2013년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 12월 담배 재고량은 33%가 더 적었다. 지난해 8월 재고량도 13%가 더 적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흡연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의 흡연자들은 “가뜩이나 담뱃값에 대한 부담이 커졌는데 자기들 잇속 챙기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상대로 장난질을 쳤다”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진짜 이럴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또한 인터넷에서 지난해 편의점에서 물량을 빼돌렸다는 사진과 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어서 편의점 3사와 KT&G의 해명을 온전히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뿐만 아니라 기재부를 비롯한 정부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담배 포장을 바꿔 사재기를 막는 등의 방법을 구현할 수 있었지만 대책을 세우지 않았으며, 급박하게 잡은 인상 기한으로 인해 재고를 소진할 시간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인당 1갑만 판매한다는 등 품귀현상이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제조된 담배가 최근까지 시중에 판매됐다는 점을 보아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정부로부터 이 금액을 환수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환수가 안 된다면 사회에 환원하도록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제보를 받은 후 파악에 나선 상태지만 담배제조사들은 영업 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