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엄마의 젊은 엄마 따라잡기
피부 관리·SNS는 기본 왕언니 노릇까지
“엄마 예쁜데 친구들이 몰라줘” 딸 눈물에 외모 관리 시작
지역·학교·나이 커뮤니티 왕성한 활동… 정보통 왕언니
김모(40·여)씨는 몇 달 전 피부 마사지샵을 등록했다. 화장품도 고가의 브랜드로 바꾸고 미용실도 꾸준히 방문한다. 최근에는 피부과 시술도 받았다. 김 씨가 외모를 가꾸기 시작한 이유는 딱 하나 바로 자신의 딸 수아양(4·가명) 때문이다. 5년 전 결혼 생활을 시작한 김 씨는 사랑스런 딸을 출산한 뒤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수아가 건강히 자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었다.
그러나 딸이 어린이집에 들어간 뒤부터 김 씨의 걱정이 늘었다. 자신의 나이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가 열리던 날 김 씨는 같은 반 엄마들을 만나게 됐다. 제일 나이가 젊은 엄마가 20대 후반의 A씨였다. 엄마들끼리 대화를 나누던 도중 아이들이 찾아왔다. 그리고 아이들은 A씨를 보며 “예쁜 언니(누나)”라고 칭찬을 했다. 그날 집에서 수아는 김 씨에게 “엄마도 그 언니(A씨)처럼 예쁜데 친구들이 몰라줘서 속상하다”며 훌쩍였다. 이때부터 김 씨는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10세 어린 젊은 엄마 옆에서도 외모로 뒤지지 않겠다는 각오도 했다. 김 씨는 “아이들은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는다”면서 “딸이 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예쁜 엄마로 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 넓은 인맥 이용
트렌드 따라 잡기
2013년 기준 평균 결혼 연령은 남자 32.2세 여자 29.6세다. 2000년과 비교하면 남성은 2.9세, 여성은 3,1세 높아졌다. 결혼 연령이 높아진 만큼 출산 연령도 증가했다. 2011년 기준 35세 이상 출산은 전체 출산의 20.2%를 기록했다.
그러다보니 20~30대 젊은 엄마들이 모인 초등생 엄마 모임에 40대 중년 엄마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중년 엄마들의 젊은 엄마 따라잡기가 치열해졌다. 젊은 엄마들의 트렌드를 알아내고 아이가 트렌드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이 중년 엄마들의 목표다.
김 씨처럼 젊은 엄마들의 외모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은 중년 엄마들의 기본이다. 더 나아가 중년 엄마들은 SNS를 이용해 현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김모군의 엄마 이모(49)씨는 아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3달 전부터 페이스북과 밴드, 카카오스토리를 시작했다. 인근 지역 엄마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지역·학부모·같은 연령 커뮤니티도 모두 가입하고 적극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터넷 용어와 줄임말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SNS와 커뮤니티에 접속한 지 3년째. 이 씨는 인근 학교는 물론 지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은 제일 먼저 접하는 ‘정보통 왕언니’가 돼 있었다. 사건사고부터 새로 오픈한 어린이 놀이방, 학원, 독서실 정보까지 모르는 것이 없다. 같은 반 젊은 엄마들이 이 씨에게 조언을 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 씨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보니 주위 인맥도 늘어났다. 관공서 학교 경찰서 시민단체 등에서 일하는 지인들도 생겼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주변 일을 알 수 있을 정도”라며 “중년 엄마도 노력하면 뭐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트렌드를 앞서 나가는 중년 엄마가 있는가 하면 젊은 엄마들과의 친분으로 정보를 얻는 엄마도 있다.
8세 아들을 둔 한모(46)씨는 최근 필라테스에 푹 빠졌다. 한 씨는 올 초부터 같은 학교 엄마들 사이에서 필라테스가 유행이라는 소식을 듣고 운동을 시작했다. 젊은 엄마들과의 친분을 쌓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한 씨 본인이 푹 빠졌다. 한 씨는 젊은 엄마들의 트렌트를 따라잡기 위해 인근 백화점 문화센터도 등록했다.
한 씨는 “엄마가 잘해야 아이의 학교생활이 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운동 취미생활 등 젊은 엄마들과 함께 어울리려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기 브랜드·음식점 등
친분 없이는 알 수 없어
한 씨는 “아이들은 유행에 민감하다. 애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옷·신발·가방 브랜드부터 시작해서 자주 가는 음식점, 생일파티 장소 모두를 알고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엄마와의 교류가 필수”라고 말했다. 한 학년이 지나기도 전에 학생들 사이에 유행이 바뀌기 때문이다.
초교 5학년 아들을 둔 엄마 최모(48)씨는 “아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 요즘 트렌드를 알게 됐다”며 “중년 엄마, 젊은 엄마 따질 것 없이 엄마들은 자녀들의 편한 학교 생활을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