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 탄 계기는 박태준의 민정당 대표 취임

포스코의 아이러니

2015-04-13     류제성 언론인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국영기업이던 포스코(포항제철)는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산업은행이 지분 36%를 매각하면서 민영화됐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 회장 자리는 마치 전리품처럼 여겨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각종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굳건하게 철강산업을 일궈 가라며 박태준 당시 사장에게 친필사인이 담긴 ‘종이마패’까지 줬지만 지금은 극심한 정치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작은 포스코 신화의 당사자인 고(故)박태준 전 회장이었다.

박 전 회장은 1980년 전두환 정부 출범 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입법회의의 경제분과위원장으로 참여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1981년에는 민정당 소속으로 제11대 전국구(현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 전 회장의 정치적 위상은 미미했다. 그가 사실상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990년이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 탈피를 위해 자신이 총재로 있던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결행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박준규 민정당 대표가 3당 합당을 예고하는 ‘천기누설’을 하는 바람에 사퇴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3당 합당에 대비해 민정계를 이끌 수 있는 중진이 필요했고, 결국 박 전 회장을 설득해 민정당 대표로 앉혔다.

3당 통합 후 민주자유당의 민정계 몫 최고위원이 된 박 전 회장은 민주계의 수장인 YS와 사사건건 대립했다. 결국 파워 게임에서 패배한 그는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민자당을 탈당했고. YS 정권이 들어서자 포항제철 명예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수뢰혐의로 기소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이때 부터 포스코 회장 자리는 정권이 좌지우지했다.

YS 정권은 황병로 회장을 앉혔지만 그는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수뢰 혐의로 구속됐다. 다음 회장은 김만제 전 경제부총리였다. 김만제 회장은 1994년 3월 포스코 사상 첫 외부인 출신 최고 경영자가 됐다.

그는 YS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했고, YS 차남 현철씨 인맥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재임 기간 4년 동안 현철씨와 함께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유상부 회장이 포스코를 이끌었지만 그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진했다. 노무현 정권은 이구택 회장을 임명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곧바로 하차했다. 그의 뒤를 이어 정준양 회장 체제가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를 이끌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권오준 회장이 포스코의 수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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