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먼 길 돌아온 연기 베테랑 김호정, 진솔함으로 대중과 마주하다
2015-04-06 김종현 기자
인터뷰를 위해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한 카페에 들어섰을 때 대관 사실을 모르고 이용하러 들어온 외국인에게 유창한 영어로 차분히 설명하는 이가 있었다. 유독 눈에 띈 그는 다름 아닌 배우 김호정이었다. 그는 “그저 여행을 자주 다녀서 늘어난 간단한 영어실력”이라며 수줍은 웃음으로 대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직은 못 알아본다. 영화도 아직 개봉을 안 했고 부산영화제 때는 알아보셨는데 딱 1주일 가는 것 같다”면서도 “서운하지는 않다. 제가 20년을 연극하면서 안 알아봐주시는 것에 대한 자유를 누렸는데 개봉 전부터 투병, 노출이 부각되면서 그렇게 치부될까 봐 섬뜩하고 슬금슬금 도망다니고 있다”고 근황을 공개했다.
아직은 대중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은 가득했다.
김호정은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투병하다가 죽는 역할이어서 너무 고통스럽게 하는 것 같아 너무나 힘들 것 같았다. 못할 것 같았는데 마음을 가다듬고 시나리오와 소설가 김훈의 단편을 봤을 때 너무 인상적이었다”며 “마음을 고쳐먹고 출연을 결심했다. 또 안성기 선배가 남자배우를 맡았고 임권택 감독님이 하신다니깐 믿음이 들었다. 작품이 잘못되진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김호정은 “베니스에 가기 전에 완성작을 처음 봤을 때는 제 단점이 보이는 등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베니스에 가서 두 번째 보는 거니깐 마음 편히 영화를 쭉 봤는데 거기서 반응이 참 좋았다. 그래서 참 좋다하고 돌아왔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만 최근 이번 작품이 부산영화제 이후 영화의 흐름보다 노출과 투병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것 같아 아쉽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호정은 “부산에서 사적인 것이 터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여전히 김호정을 치면 거기에 노출과 투병이 따라다닌다”며 “촬영현장에서도 이 영화에서 말하려는 게 딱 두 마디인 성기노출은 아닐 텐데 이 모든 게 다 덥히면서 이렇게까지 가야되나 싶었다.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여전히 고민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달라진 세상이 어색하다면서도 그는 연기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연기를 한 지가 오래됐지만 한동안 공백기가 있었고 6년 만에 영화를 찍었다. 다시 연기를 시작하는 마음이다. 신인 같은 마음”이라며 “되게 가슴 설레고 뭐든지 열심히 감사하면서 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영화 ‘화장’을 찍으면서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의문이 들었는데 촬영을 마치니 배우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몸이 좀 아파서 연기를 포기할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살도 많이 빼면서 완전히 비워내니 몸이 좋아졌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의지를 전했다.
더욱이 그는 “10년 전쯤 TV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식겁해서 도망갔다. 다신 안 찍겠다고 했던 TV를 다시 찍고 싶어서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 출연 중”이라며 “요즘 풍문을 찍으면서 힐링하고 온다. 영화 생각하면 무서운데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머리를 식히고 온다”고 전했다.
김호정은 “예전에는 연기에 대해 강박처럼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제 나이도 많고 그냥 삶에서 나올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내 안에 체득화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전 분명히 살아오면서 편안하게 사람들한테 공감을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며 “아직 연극연출공부를 하고 있으니 앞으로 연기자로 살면서 틈틈이 잘 준비가 되면 연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영화 ‘화장’은 우리가 늘 살아가는 어떤 그 삶의 과정을 한 남자 오상무를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 보시기 힘들다는 분들도 더러 있지만 꼭 보시라고 권한다. 그것도 삶의 일부니깐. 이전 작품에서 그 진솔함이 잘 반영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사진촬영=송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