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내부 음모에 당했다”

2004-09-03     윤지환 
지난 8월 중순 경 법원에 접수된 고소장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고소인은 전 기무사 조사정보 사무관 구모(49)씨이고 피고소인은 기무사의 전현직 간부들이다. 이 고소장에서 고소인 구씨는 자신이 진급과 영달에 눈먼 기무사 간부들의 음모에 의해 제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씨와 기무 감찰실은 서로 상반된 내용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어 진실을 가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이 사건의 내막을 알아보았다.구씨가 법원에 제출한 고소장 내용을 살펴보면 그는 내부적으로 성과 올리기에 급급한 감찰실의 타깃이 되어 지난 2001년 1월 31일 반강제적으로 사직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무사측은 이에 대해 공무원으로서 부도덕한 일을 했으니 징계 받아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씨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자신을 기무사 내부의 추악한 음모에 의해 휘말린 희생양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음모란 자신의 진급영달에 눈이 어두운 피고소인들이 서로 모의하여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호남정권의 경상도 사람 몰아내기라는 것이다. 때문에 구씨는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사건의 발단은 2000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구씨는 “우연히 알게된 유부녀과 깊은 관계로 발전한 적이 있는데, 이 여성은 내가 자신과 연락을 단절한 채 관계를 청산하려 하자 나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며 “나와 연락이 닿지 않자 그 여성은 기무사로 전화를 걸어 나를 찾았고 이 때문에 감찰실은 이 여인과 나의 관계를 꼬투리 잡아 집중 조사를 실시해 나를 해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기무 감찰실은 집요하게 여인에게 접근해 부적절한 관계를 계속 캐냈고 결국 공무원으로서 부도덕한 짓을 저질렀다는 구실로 구씨를 해임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구씨가 제출한 고소장에는 또 기무사 내부에서는 자신을 몰아 내기 위해 각종 허위보고를 서슴지 않았고 이에 대한 증거들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구씨는 “이 과정에서 내가 유부녀와 정을 통한 것 뿐 아니라 이로 인해 근무지를 100여 차례 이탈했다는 등 각종 누명을 씌워 나의 명예를 무참히 짓밟고 내 몰았다”며 “그러나 이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기무 감찰실에 의해 날조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무사의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는 입장을 보였다.이 관계자는 “우리가 구씨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 것은 기무사 민원실로 접수된 한 건의 민원 때문이었는데, 그때 민원을 접수한 사람은 구씨와 내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K여인 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여인은 우리에게 자신이 구씨와 내연의 관계였는데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구씨가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겠다며 돈을 요구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무 감찰실 관계자는 “구씨는 우리가 K여인으로부터 접수한 민원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분명 민원 접수를 통해 구씨와 K여인과의 모든 관계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씨는 “내가 여인에게 물어 본 결과 감찰실에 전화해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녹취한 증거도 있다”고 반박했다.그는 또 “기무사령관에 대한 보고서 3행을 보면, ‘전화로 진정’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퇴출이전에 진정서가 있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구씨의 이런 주장에 대해 기무 감찰실 관계자는 “구씨는 K여인으로부터 우리에게 전화해 진정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녹취를 증거로 가지고 있다지만 K여인은 그 일로 ‘구씨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증언을 안 해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협박한다며 우리에게 또 진정을 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이미 수년전 모든 것이 끝난 일인데 이제 다시 이 문제를 들고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