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경제살리기

당근 없고 규제만 많은 정부 정책… 재계 “뿔났다”

2015-04-06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요즘 어디를 가든 “경제를 살리자”가 화두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를 살리자며 고군분투 중이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의 신경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오히려 꼬이는 양상이다. 최 부총리가 지난 2일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중장기전략위원회에서 “우리 경제의 생산, 소매 판매 등 주요지표가 반등하는 등 미약하나마 회복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일반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다.


최경환·황교안 “꼭꼭 숨었나”…그들 어디로?
최저임금 인상 거듭 강조…기업 반발만 키워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임금 인상 문제'를 두고 정부와 재계가 대립각을 세웠다. 
최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4일 열린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수요정책포럼 강연과 9일 열린 서울 관악구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공사현장을 방문해 “근로자 임금이 적정수준으로 올라가야 내수가 살아난다”며 임금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흘 뒤인 13일에는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경제장관-경제5단체장’ 간담회서 또 다시 임금 인상론을 들고 나와 재계와 마찰을 빚었다. 

재계는 기업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또한 정부가 주장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고용경직성 완화’와 관련해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 부회장은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과 아직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의 문제”라며 “노동시장구조개선 특별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취약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겠다는 선의가 진정한 사회적 약자와 특히 청년들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인들도 반응은 비슷하다. 수입은 늘지 않는데 지출이 늘면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게 된다며 최 부총리의 요청에 역행하는 분위기다. 실례로 최근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이 거론되면서 경비원의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재계가 반발하자 정부는 “임금 인상은 개별 기업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될 사안”이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해프닝으로 끝난 총수 사면

앞서는 최 부총리와 황교안 법무장관이 주장한 기업인 사면이 가로막히면서 불편한 관계를 형성했다.
지난해 9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에 헌신적 노력을 할 경우 잘못한 기업인도 국민 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며 “기업인이라고 가석방이 안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하루 뒤엔 최 부총리가 황 장관의 발언에 공감을 표하며 “주요 기업인이 계속 구속 상태로 있으면 아무래도 투자 활성화를 결정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는 차원에서 공감한다”며 거들었다.

가석방 권한을 가진 법무부 장관과 정부 경제 수장이 잇달아 내놓은 ‘기업인 선처’발언은 당시 실형이 확정됐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기업인들에 큰 기대감을 안겨줬다. 이후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잇따라 재계는 ‘훈풍’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실상은 ‘없던 일’. 누군가가 그런말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쏙 들어갔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이하면서 검찰의 칼날이 매서워졌고 또 다시 기업 사정이 시작됐다. 현재도 포스코, 동국제강, 경남기업 등의 수사가 한창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선과 총선을 치를 때마다, 혹은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기업들이 각종 규제와 사정 정국으로 유탄을 맞는다”며 “총수 부재로 투자가 어렵다는 사측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치 않고 정부의 목소리만 들으라고 하는 건 잘못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정부 정책과 기업인이 따로 노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며 “과연 정책이 정말 경제와 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정부 입김이 재계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년 전 평가보다 악화

문제는 이 같은 의견이 기업인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도 퍼져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경실련이 대학교수와 연구원 등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2년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고, 관료 중엔  최 부총리와 황 법무장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2년의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설문에 응답자의 82%(245명)이 ‘실패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는 경실련이 1년 전 조사때 부정평가가 60%였던 것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이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물은 결과(복수응답) 56%가 ‘부자·재벌 등 기득권세력 친화적 정책추진으로 정책공공성 결여’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정쇄신을 위해 반드시 교체해야 할 국무위원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최경환 부총리(50%), 황교안 법무부 장관(35%)’이 차지했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