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桓檀古記) 번역한 영토사학자 양태진
“중국·일본 역사왜곡 알아야 우리 역사 바로 안다”
2009-12-08 김사민 기자
한국 역사학계의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환단고기(桓檀古記). 환단고기는 기존의 학자들과 이른바 재야 사학자들간의 비난과 환호를 동시에 받고 있으며, 인터넷은 물론 신문과 방송에서도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다. KBS <역사스페셜>도 각종 논란을 감수하고 방영하기에 이르렀다. 환단고기가 이토록 식을 줄 모르는 관심을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원로 사학자 양태진이 영토사적 관점에서 환단고기를 펴내면서 환단고기에 대한 관심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 영토사학자가 환단고기를 펴낸 이유는 무엇인가?
▲ 우리 영토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역사의 맥을 잇는 작업으로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국경의 변천사를 연구하고 10여 편의 논문과 책을 써낸 것은 모두 간도 문제를 비롯해 우리 땅의 역사적 해명을 위해 매달린 결과였다. 그런데 우리 고유의 영토는 넓은 대륙에 있었고, 고대의 지명(地名)과 언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과 영토에 대한 문제제기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이 없다.
- ‘桓檀古記’는 어떻게 읽는 것이 옳은가?
▲ 한자로 기록되어 있는 桓檀古記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간에는 고민이 필요없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한단고기라는 이름의 책이 나오면서부터 한단고기로 불려지기 시작했다. 이 책의 번역자는 우리 민족은 하늘족이기 때문에 한단고기로 읽어야 한다고 하셨다. 좋은 뜻이지만, 역사를 이해하는 바른 자세는 아니다. 환단고기는 본래 쓴 사람의 의도를 살펴야 하는데, 이 책 안에 답이 있다. 태백일사 편에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광명을 환이라 하고, 광명이 비친 땅을 단이라고 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 ‘환단고기’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이 책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신화로만 알려져 있던 상고사(고조선)가 우리 역사의 시작이었음을 밝혀주는 최초의 문헌이란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민족은 세계 최초로 문자를 발명한 민족이며, 더 크게는 최초로 문명국가를 세운 민족이자, 중국과 아시아 각국에 문명을 전파한 민족이라고 한다. 이렇게 엄청난 파문을 가져올 수 있는 환단고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 기존의 역사학계는 ‘환단고기’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 기존의 역사학계에서는 이 책의 출처가 불분명하며, 근대 이후에 등장한 용어 등이 등장하고, 지금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기록이 나타난다는 점 등을 들어 위서(僞書)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이 책에 기록된 다양한 천문현상을 현대의 천문관측 프로그램으로 분석해 볼 때 타당하다는 것이 입증되며, 또한 이 책을 토대로 추정되는 고조선의 영역에서 실제로 유물이 출토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엄밀한 의미에서 ‘환단고기’는 위서가 아닌가?
▲ 기록의 진위(眞僞)는 정밀하게 분석해야 하나 그 의도 역시 중시해야 한다. 고대의 지명은 매우 복잡하여 판가름하기 쉽지 않다. 원래 지명은 한 곳이었으나 시대의 추이에 따라 여러 곳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료를 분석하고 수용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안목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료들이 한자어(漢字語)로 짜 맞추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옛 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삼국사기나 고려사 지리지에 기록된 인명 지명 등이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글로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대의 지명(地名), 우리 옛 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단고기를 재해석해 보았다. 한민족의 역사를 낳은 자궁 환단고기를 영토사적 관점에서 풀어낸 것이다.
- ‘환단고기’의 재출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 이 책은 우리의 상고사와 고대사를 연구하는데 참고가 되거나,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상고사를 연구하고, 역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환단고기는 충분히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현재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가 신화라고 주장하는 단군과 웅녀를 자신들의 역사로 만들고 있다. 또한 신화로 알려진 그들의 상고사를 연구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도 학계나 재야 구별 없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끊임없이 역사로 확인하고 있다.
- ‘환단고기’의 새로운 가치가 있다면?
▲ 환단고기는 문화콘텐츠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상고사는 민족적 에너지의 원천이요, 보고(寶庫)가 되고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고사 속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값진 자산이 있다. 특히 문화콘텐츠의 원형으로서의 가치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사학계에서 위서로 낙인 찍힌 <화랑세기>가 없었다면 TV드라마 <선덕여왕>이 만들어지고, 시청율 40%가 넘는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위서냐 진서냐의 논쟁은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문화의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사고, 즉 문화콘텐츠의 원형으로서 환단고기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씨앗이 될 값진 자산이 아직 완전하게 개척하지 못한 환단고기 속에 숨어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사민 기자]
#양태진 프로필
양태진은 영토사학자로 그간 수많은 연구 성과물들을 내놓은 바 있다. 1960년대 이래로 영토문제 연구에 헌신해 오면서 많은 논문과 저서를 발간한 바 있고, 토문회 등 영토문제 연구 단체를 이끌어왔다. 현재는 ‘동아시아영토문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간 펴낸 책들은 <한국영토사 연구>, <한국변경사 연구>, <한국의 국경연구>, <조약으로 본 우리 땅 이야기>, <근세한국영역 논고>,<한국 국경 영토관계 문헌집>,<대한민국 국경문헌목록> 등이 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