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주 지우고 신동빈 체제 박차
계열사 줄줄이 손 떼는 장남…사측 “전문경영인 기회 준다”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건설, 롯데리아 등의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한국 롯데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이사는 유지하고 있지만 임기가 끝나면 등기임원에서 물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재계는 사실상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으로 굳어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신 전 부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것은 후계구와 상관없이 전문경영인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결정이다”며 세간의 시선에 몸을 사리고 있다.
차남 신동빈 회장 그룹 장악력은 커지는 중
신동주 전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롯데그룹 승계가 신동빈 회장으로 굳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와 한국롯데 주요 계열사에서 연이어 물러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설’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월 일본롯데 계열사 세 곳에 이어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에서도 해임됐다. 사실상 일본롯데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롯데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밀려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말 롯데상사 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 23일 롯데건설 임원에서도 배제됐다. 롯데건설은 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은 등기임원을 재선임하지 않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과 장녀 신영자 사장은 등기이사로 다시 선임했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이틀 뒤인 25일 롯데리아에서도 등기임원 재선임이 되지 못했다.
아직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알미늄 등 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향후 임원직 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롯데알미늄의 경우 임기는 오는 6월 1일에 만료된다. 하지만 롯데알미늄 측은 지난 27일 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다루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 부산호텔 등기임원직 등의 임원직 유지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신 전 부회장의 호텔롯데 이사직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아직 임원직 유지 여부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임원직에서 물러날 확률이 높다.
“경영권과 관계없다”
이와는 반대로 신동빈 회장의 그룹 내 장악력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은 유통계열사 등기임원으로만 등재됐었지만, 지난 3월 13일 호텔롯데와 부산호텔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호텔롯데는 일본롯데 측이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이면서, 한국롯데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다. 즉 롯데호텔의 그룹 내 역할과 그간의 상황을 미루어봤을 때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에서 롯데그룹 경영 주축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는 양국 롯데를 신동빈 회장이 모두 물려받게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 전 부회장을 향한 마음이 완전히 떠났다고 보는 것이다.
더욱이 신동빈 회장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경영권 입지를 강화하는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신동빈 회장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과 KT렌탈 인수전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띄우며 그룹 경영전반에 강한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또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와 만나 롯데그룹의 해외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뉴질랜드 수출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등 경영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신 전 부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것과 후계구도와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롯데건설, 롯데리아 등 신 전 부회장의 상황과 관계없이 예전부터 전문경영인의 기회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계획돼 왔던 일”이라면서 “경영권 다툼이라든지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고 알려지는 얘기들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