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 여의도 장악 친박계 탈환 시나리오 대공개

특보단에 특별 미션 부여…

2015-03-30     류제성 언론인

박근혜 대통령, 특보단에 특별 미션 부여
前정권과 차별화 친이계 고사 작전 병행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입법부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최근 현역 국회의원 3명(주호영·윤상현·김재원)의 대통령 정무특보 임명 강행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정 의장은 지난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종포럼(중견 지역언론인 모임) 초청 토론회에서 “국회의원이 행정부 수반의 보좌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지 않은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장은 이어 “사실은 좀 곤혹스럽다. 참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의견이 오면 그걸 가지고 판단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 문제를 놓고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만일 정 의장이 국회 윤리심사자문회의 심사 결과를 토대로 현역 의원의 정무특보 겸직 ‘불가’를 청와대에 통보할 경우 청와대와 국회가 대립하는 초유의 국면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K-Y 라인’(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도 소속 의원 차출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입법부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최근 현역 국회의원 3명(주호영·윤상현·김재원)의 대통령 정무특보 임명 강행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정 의장은 지난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종포럼(중견 지역언론인 모임) 초청 토론회에서 “국회의원이 행정부 수반의 보좌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에 어폐가 있지 않은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장은 이어 “사실은 좀 곤혹스럽다. 참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의견이 오면 그걸 가지고 판단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 문제를 놓고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만일 정 의장이 국회 윤리심사자문회의 심사 결과를 토대로 현역 의원의 정무특보 겸직 ‘불가’를 청와대에 통보할 경우 청와대와 국회가 대립하는 초유의 국면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K-Y 라인’(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도 소속 의원 차출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역의원 특보 겸직 논란

새누리당 당적을 떠난 상태인 정 의장은 친이계(친 이명박 전 대통령 계열)의 핵심 인물이다. 19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경선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등에 업은 황우여 현 교육부총리를 더블 스코어 차로 따돌리고 입법부 수장에 올랐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원조 친박’이지만 지금은 탈박(脫朴)해 비박계 지도부를 형성하고 있다. 김 대표도 친박계 서청원 최고위원을 경선에서 누르고 당의 지휘봉을 잡았다. 유 원내대표 역시 친박계 이주영 의원을 꺾고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특히 정무특보 문제에 대해 친이계와 탈박한 비박계가 마치 공동대응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의미가 깊다. 현재 새누리당 내부 세력은 친박계와 친이계, 그리고 ‘K-Y 라인’처럼 친박계였다가 돌아선 비박계가 정립(鼎立)하는 구도다. 수적으론 친박계가 우세하다. 하지만 친이계는 국회의장을 두고 있고, 탈박한 비박계는 당 지도부를 형성하고 있다.

친이계와 탈박한 비박계가 합작한다면 친박계는 크게 위협을 받는다. 실제로 최근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당 공식회의 석상에서 박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K-Y 라인’에 힘을 실어주는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 3월 18일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현직 국회의원의 청와대 정무특보 위촉에 대해 “정부에 당을 또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자리에서다.

이 의원은 “법적 가부는 국회에서 심판하면 되겠지만, 일반 상식으로 볼 때 청와대는 당과 협의할 때 당 지도부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정무 팀은 당 지도부와 긴밀히 이야기해 정부 정책을 어떻게 풀고 야당과 어떻게 풀어갈지 상의하는 것이 효율성이 높다”고도 했다. ‘당 지도부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K-Y 라인’에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유 원내대표가 추진하고 김 대표도 일정 부분 동의하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도입 문제 공론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드 의총에 대해선 친박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이 의원은 “의총을 열어 찬반을 떠나 의원들이 알아야 한다”며 공론화 찬성 입장을 밝혔다.

사드 도입 공론화도 찬반

김 대표도 이미 친이계 포섭 작전에 들어간 상태다. 친이계와 가까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당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한 일이 신호탄이었다. 이재오 의원의 핵심 측근인 이군현 의원을 사무총장에, 역시 친이계인 강석호 의원을 사무1부총장에 앉히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도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발탁했다.

현재 친이계는 계파 해체까지 갈 수 있는 위기를 맞은 상태다. 이명박(MB) 정권 시절 중점적으로 추진됐던 방위산업과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비리의혹 수사가 본 궤도에 올랐다. 국회 해외자원개발특위에선 MB까지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MB의 친형 이상득(SD) 전 국회부의장과 핵심 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증인 채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포스코를 겨냥한 전방위 사정도 친이계를 옥죄고 있다. MB 정부 출범과 함께 포스코를 이끌었던 정준양 전 회장이 타깃이 되고 있는 까닭이다. 정 전 회장과 SD, 박 전 차관의 연결고리까지 파헤칠 태세다. MB 정권에서 위력을 떨쳤던 ‘영포라인’ 인맥이 줄줄이 사정의 칼날에 노출되고 있기도 하다. 인척이 포스코 관련 사업을 하는 친이계 K 의원의 이름도 거명되고 있다.

MB 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낸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이 비리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청와대 재직 시절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중앙대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수석은 중앙대 총장시절이던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MB 캠프에 문화예술정책위원장으로 참여한 핵심 측근이다. 이듬해 이명박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박 전 수석에 대한 수사 착수를 시작으로 ‘MB맨’들에 대한 사정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결국 궁지에 몰린 친이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탈박한 비박계에게 긴급 SOS를 쳐야 할 상황인 셈이다. 이미 물밑으론 구체적인 합작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특히 20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권 핵심부가 ‘친이계 씨말리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친이계로선 필사적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

‘친이계 씨말리기’에 저항

이런 상황에서 친박계는 당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도권 탈환의 첨병으로 나설 인물들로 주호영·윤상현·김재원 정무특보가 꼽힌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장과 당 지도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논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정무특보 임명을 강행한 데서 결기가 읽힌다.

박 대통령은 특보단을 비서실과 별개로 운용할 방침이다. 특보들이 수석비서관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별도로 회의를 열도록 했다. 특보단은 3월 24일 처음으로 소집했다.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특보단회의엔 해외 출장 중인 김재원 정무특보를 제외한 주호영·윤상현 정무특보와 이명재 민정특보, 임종인 안보특보, 신성호·김경재 홍보특보가 참석했다. 이병기 비서실장과 선임 수석비서관 격인 현정택 정책조정수석도 자리를 함께했다.

회의가 열린 장소부터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이었다. 집무실엔 국무총리가 독대 보고할 때와 같이 매우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외부인이 들어간다. 특보들은 50분간 이어진 회의 내용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따라서 뭔가 특별한 미션이 주어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돈다.

이명재 민정특보는 이미 사정정국을 조성하는 데 ‘기획자’ 역할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경재 홍보특보는 방송에 출연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시작했다. 야당 정치인 출신인 김 특보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소통하는 정무적인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무특보의 역할이다. 일단 정무특보들은 당분간은 제대로 활동하기 어렵다. 국회에서 겸직 부분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무특보는 “사실 나도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역할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가에선 정무특보들이 역할분담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김재원 특보는 ‘계파 단속’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친박계 가운데 상당수가 다음 총선 공천에서 탈락할 것을 우려해 ‘K-Y 라인’에 줄을 대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MB 정권 때 ‘주이야박’(晝李夜朴·낮에는 이명박, 밤에는 박근혜)이란 말이 있었던 것처럼 지금은 ‘주박야김’(晝朴夜金)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해 7월 당대표 경선 때 김 대표가 당선된 원동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 친박계 정무특보는 집안단속을 하는 ‘행동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탈박 움직임을 보이는 의원들을 파악하면 청와대가 직접 설득에 나서는 상황도 가상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주로 여의도에서 활동하는 정무특보들이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오면 친박계 의원들이 바짝 긴장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무특보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주호영 특보다. 주 특보는 MB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내는 등 친이계의 중심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 박 대통령과 대구에서 같은 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임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의 정무특보 발탁은 의외로 여겨졌다.

주 특보는 청와대와 당내 친이계 사이의 소통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친이계 의원들을 ‘K-Y 라인’과 분리하고 오히려 친박계로 끌어들이는 역할도 가능하다. 이 경우 차기 총선 공천보장이 당근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여권의 세 축인 당-정-청 가운데 청와대가 국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말을 해 왔다. 그러다 이완구 국무총리체제가 들어선 이후엔 행정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하고 있다. 여당에 대해선 특별한 말이 없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당을 장악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총선 때 친박계가 공천학살을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박계 일색으로 여당이 꾸려지면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선 당을 장악해야 하고, 그 첨병으로 세 명의 정무특보를 내세웠다고 볼 수 있다.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