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체제 프로야구 개막…군림 vs 재도약 박빙대결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5시즌 프로야구 개막전까지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구단들은 시범경기를 통해 필승전략을 조율하고 있다. 통상 감독들은 시범경기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 조율과 신예 및 백업선수들의 기량 점검, 투수들의 구위 체크가 진짜 과제이기 때문이다. 또 스프링 캠프에서 연습한 전술 훈련의 실험이기도 하고 새롭게 영입된 외국인 선수의 검증 과정이기에 스코어는 뒷전이다. 하지만 첫 10구단 체제를 운영하는 올 시즌은 감독들에게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치열해진 각 구단들의 긴장감을 만나본다.
여유로운 삼성, 넥센, NC…내실 다지기로 상승세 이어가
사령탑 바뀐 5개 구단, 분위기 반전으로 우승까지 노린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삼성 라이온즈는 ‘2015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3승 5패(17일 기준) 10개 구단 중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의 팀 방어율은 5.58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는 장원삼을 비롯해 외국인 투수 클로이드, 피가로가 삼성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클로이드는 지난 12일 LG와의 경기에서 무너졌고 피가로는 클로이드보다는 안정감을 보였지만 벤델헐크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삼성은 2011년부터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4년 연속 우승하는 동안 시범경기 성적이 6위에서 9위에 머물렀던 점을 비쳐볼 때 올 시즌에서의 삼성이 통합 5연패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시범경기에서는 주로 6~7위를 하고 있지만 만성이 돼 괜찮다”고 밝혀 올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아쉬운 2인자였던 넥센 히어로즈는 올해도 새로운 선수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신인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임병욱에게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1루수로 박병호와 더불어 출전하고 있는 임병욱은 10타수 3안타(2홈런) 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넥센은 박병호가 올 시즌을 마치고 구단 허락 하에 해외진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포스트 박병호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또 타선에서 임병욱이 강정호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여 넥센의 숨겨둔 비밀병기로 떠오르고 있다.
넥센은 시범경기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예열을 마친 상태다. 이에 대해 염 감독은 “시범경기지만 지면 초상집 분위기가 난다. 그래서 승률 5할이라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게 2년 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이젠 누가 빠져도 선수들이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됐다. 강팀이 돼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막내팀 반란을 연출했던 NC 다이노스는 올 시즌 기존 팀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 3명을 갖고 운용해야 해 테드 웨버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 지와 지난해 뚜렷한 선수가 없었던 5선발을 누가 꿰찰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손민한과 이태양이 유력한 가운데 당초 기대를 모은 차세대 선발투수 좌완 노성호와 우완 이민호는 올해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갖춘 만큼 ‘선발 수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NC는 올해도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예고하고 있다. 항상 빠르고 화끈한 야구를 추구한 김경문 감독의 팀답게 루상에 나간 주자들은 거침없이 다음 베이스를 노리고 있다. 올해도 NC는 타선에서 몰아치기에 능하지만 기복이 있는 만큼 높은 성공률의 도루로 NC 타선의 빈틈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최강 불펜 LG
실전준비 완료
양상문 감독이 이끌고 있는 LG 트윈스는 시범경기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력을 선보여 올 시즌 명가 재건을 노리고 있다. LG는 지난 1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시범경기에서 7회초까지 베스트9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실전준비를 마쳤다.
LG는 리그 최강 불펜진을 구축한 만큼 당연 마운드가 돋보인다. 시범경기를 통해 등판한 김지용, 전인환, 최동환 등 LG 팬들조차 생소한 선수들이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탄탄한 마운드에 힘을 더했다.
당초 LG는 슬로우 스타터들의 공백을 메울 생각으로 신진 선수들의 페이스를 의도적으로 빨리 올렸다. 하지만 묘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젊은 선수들은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고 주전들 역시 예년 보다 컨디션이 빨리 올라와 시즌 초반부터 탄탄한 마운드를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무려 15년 만에 1군 무대 감독직에 복귀한 김용희 감독으로 화제를 모은 SK 와이번스는 최정, 김강민, 조동화 등 대어급 FA 선수들을 붙잡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에이스 김광현도 해외 진출을 미루고 잔류하면서 올 시즌 우승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다만 김 감독이 넘어서야 할 공백이 꽤 크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기동력 강화를 위해 20년 전 자신과 함께했던 조 알바레스 코치를 영입했다. 여기에 팀 내에 조동화, 김강민, 이명기, 박계현, 김성현 등 기동력 야구를 구현할 수 있는 자원들이 많은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지난 시즌 하위에 머물던 출루율을 높이기 위해 김 감독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진에서는 기존 전력에 플러스 되는 요인들이 많은 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고효준, 정우말, 박희수 등이 군에서 제대했거나 부상에서 회복해 합류할 예정이다. 또 에이스 김광현이 팀에 잔류를 결정했고 원투펀치로 활약한 윤희상도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단, 5선발 문제와 외국인선수가 기대만큼 활약하느냐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 키맨 김 감독
시행착오 변수
1990년부터 2001년까지 OB와 두산에서만 뛴 베어스 순혈통인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올 시즌 친정 두산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김 감독의 색깔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 그의 야구를 정확하게 정의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김 감독은 화끈한 공격 야구를 선호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는 지난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전을 앞두고 “공격적으로 야구를 해야 한다. 싸우면 내가 먼저 상대를 때려야 한다. 피하기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경문 NC감독과 비슷한 지론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지난 3년간 SK서 일하면서 두산과 다른 SK 특유의 시스템도 많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여 차이를 보인다. 이에 김태형표 공격야구는 정규시즌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규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올 시즌 전력은 지난해보다 한결 나아졌다. 마운드만 놓고 보면 니퍼트-장원준-유희관으로 이어지는 3인은 얼마든지 두 자릿수 승수가 가능하다.
다만 지난 시즌 중반부터 합류한 마야가 변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뒷문에는 고민이 크다. 이용찬의 군 입대와 정재훈의 FA 보상 이적 등으로 빈자리가 됐다. 이에 젊은 투수들로 메울 것으로 보이지만 누가 책임을 지더라도 풀타임 첫해에 마무리를 맡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타선에서는 큰 걱정이 없다. 지난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민병헌이나 정수빈, 김현수, 노장 홍성흔이 버티고 있다. 다만 올 시즌 두산의 키맨은 김 감독이다. 시행착오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두산의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CCTV사찰 등 홍역을 앓았던 롯데 자이언츠는 팀이 안정감을 찾아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하다.
하지만 롯데가 시범경기에서 반전을 연출하면서 올해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롯데는 지난 20일 기준 팀 타율은 9위지만 득점은 39점으로 넥센과 공동 3위에 올랐다. 여기에는 홈런포가 큰 역할을 차지했다. 롯데는 시범경기 팀 홈런 12개로 LG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수비 역시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마운드는 시즌 전망을 밝히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린드블럼과 레일리 두 외국인 투수의 투구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선발 투수 후보군인 홍성민, 이상화, 심수창, 이정민, 이인복 등 누구하나 무너지는 일 없이 경쟁이 치열하다.
불펜 진 역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투수력이 팀 재건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빌딩이 사활 건
꼴지의 반격
2연속 시즌 8위에 머물러야 했던 KIA 타이거즈는 김기태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혀 체질 개선에 나섰다. 3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꾸준히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으로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이저리그 도전을 중단한 윤석민이 4년 90억 원이라는 역대 FA 최고액을 받고 돌아오면서 팀 분위기는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KIA는 지난 시즌 부진했던 자원들이 재도약을 노리면서 분위기가 한결 바뀌었다. 특히 이범호는 프로 입단 후 가장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중이고 김주찬도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며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또 최희섭은 “한 번이라도 팀을 위해 헌신해보고 은퇴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또 선수발굴의 귀재인 김 감독이 부임하면서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꾸준히 선수를 키워 리빌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야에서는 최용규와 최병연이 주전급 선수로 급부상했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한 황대인 역시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연이어 3루수로 출전해 신인답지 않은 타격과 과감함을 보여 외야에서는 김다원과 이종환이 장타력을 뽐내 눈에 띈다.
이처럼 KIA는 신인급 선수들을 대거 스프링캠프에서 집중훈련 시키며 선수층을 탄탄히 만들었다. 이에 기존 선수들과 신구 조합이 수월하게 이루어지면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시즌 꼴찌의 굴욕을 맞봤던 한화 이글스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훈련단계부터 지옥훈련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선수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이 때문인지 한화의 모습은 예년과는 달라졌다. 수비력도 탄탄해졌고 좀 더 짜임새 있는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4연패 수렁에 빠지며 다시 10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불안감을 주고 있다. 여기에는 김 감독 부임 후 한 번도 베스트 멤버들이 모이지 못하는 문제점에서 출발한다.
지난 19일 대전 롯데전에서 0-12 대패를 당한 한화는 원래 포수 자리에 조인성 또는 정범모, 2루에는 정근우가 있어야 했지만 지성준과 이시찬이 자리를 대신했다.
타선에서는 4번 김태균이 종아리 통증으로 결장했고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은 아직 1군에서 모습을 볼 수 없다. 더욱이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결국 한화는 올 시즌 베스트 멤버를 구축하기 쉽지 않기에 대체 전력이 얼마나 잘 메워주느냐가 팀 성적에 있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1군에 데뷔하는 KT 위즈는 이미 선수 운용의 큰 그림을 그린 가운데 지난해 말 특별지명과 FA 계약을 통해 이적한 베테랑 선수들이 주전을 맡고 젊은 선수들이 그 뒤를 받칠 계획이다.
더욱이 늘어난 경기 수에 따라 주전만큼 백업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해져 조범현 KT감독은 유망주들의 활용법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KT는 창단 첫해부터 리그 상귀원의 공격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KT 타자들은 상대팀 선발과 필승조 투수들을 상대로 팀타율 0.189 9이닝당 2.2득점에 그쳤다. 결국 1군 투수들의 벽을 단기간에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입증했다.
결국 수비력에 따라 KT의 올해 농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KT의 수비력은 물음표단계다. 용덕한, 박경수, 마르테를 제외하고는 수비력이 뛰어난 편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모기업이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전폭적 지원이 필요한 신생팀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 감독이 과거 약체였던 SK를 맡아 첫해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고 이후 젊은 선수들을 육성해 2007년 이후 SK왕조의 실질적인 설계자였던 만큼 내실 있는 성장기를 이끌어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