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금리 1% 시대… 급변하는 금융시장

저축은행·분양시장 호재 속 “뒤통수 맞았다”…왜

2015-03-23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내리면서 금융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우선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예금과 정기적금 금리를 1%대로 내렸다. 사실상 저축이 무의미하게 되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상품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또 부동산과 청약시장도 과열 조짐이 일고 있다. 전세 수요자들의 매매수요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대로 떨어져 대출붐이 예고되는 가운데 기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자들은 “정부 금리 정책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예·적금 금리인하…사실상 저축 무의미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 혜택 못 받아 논란

기준금리가 인하된 후 시중은행들은 정기적금 금리를 연1%대로 내렸다.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인하폭이 반영된 것이다. 이미 예금금리가 연1%대에 진입해 있었지만 적금 금리까지 1%대로 하락하면서 사실상 저축이 무의미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에서는 만기가 6개월 미만인 경우 0%대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도 등장했다.

NH농협은행은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인 법인 큰만족실세예금 금리를 연 1.2%에서 0.95%로 조정했다. 한국씨티은행은 만기가 3개월인 자유적립식 예금 금리를 연 1.2%에서 0.9%로 인하했다. 수협은행은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의 월이자 지급식 정기예금 금리를 1.05%에서 0.9%로 내렸다. 

다른 은행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은 e-파트너정기예금 1년제 금리를 연 2.1%에서 연 1.90%으로, YES큰기쁨예금 1년제는 2.0%에서 1.80%으로 인하했다.

하나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상품별로 0.1%포인트~0.2%포인트 내렸다. 하나 빅팟 정기예금 1년제는 연 2.0%에서 연 1.8%으로 인하했다. Let‘s Go 브라질 오!필승코리아 적금 2014의 경우 정기적금과 자유적금 모두 각각 0.2%포인트 내려간 연 2.20%, 연 1.90%로 변경됐다. 

부산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0.10%포인트~0.30%포인트 내렸다.

신한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0.15%~0.25%포인트씩 내렸다. 대표 예·적금 상품인 신한S드림 정기예·적금은 1년 만기 금리가 0.2%포인트 내려간 연 1.7%로 조정됐다. 3년 만기 금리는 0.25%포인트 내린 연 1.9%로 변동됐다.

기업은행 역시 수시입출금식 통장은 물론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0.1%~0.35%포인트씩 인하 적용한다. IBK월복리자유적금 1년 만기 금리는 0.15%포인트씩 내려간 연 1.75%, 3년 만기 이상일 경우는 연 1.9%가 적용된다.

이처럼 주요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잇따라 내리면서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저축이 미덕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을 2%대로 보고 이자소득세 15.4%를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정기적금에 투자하는 시간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저축은 이제 현금 보관의 의미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대출금리 반응속도는 더뎌

이처럼 시중은행들의 금리가 1%대로 내려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상품을 찾는 발걸음이 증가하고 있다. 5000만 원까지 예금자보호가 가능하고,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에 안전한 투자를 하려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는 금리인하를 계기로 1금융권의 고객들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저축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48%다. 적금상품 1년 만기 금리는 평균 3.21%에 달한다. OK저축은행, 친애저축은행, NH저축은행 등은 1년 만기 적금금리를 3.7~3.8%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조흥저축은행(부산·경남), 참저축은행, 친애저축은행 등도 2% 후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부동산과 청약시장 과열 조짐도 일고 있다. 저금리로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고, 전세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또 청약제도 개편이 맞물린다는 점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이달부터 청약 1순위 요건이 청약통장 가입 후 2년에서 1년(지방은 1년에서 6개월)으로 줄어들어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자가 700만명에서 약 1000만명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금리 인하로 대출 부담까지 줄어들어 분양시장의 문턱은 더 낮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대로 떨어져 대출붐이 예고되고 있다.

다만, 향후 집값이 오르거나 유지될 거라고 확신하기는 아직 어려워 일부 입지가 좋은 신규분양 아파트 위주로 청약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곳들에만 매매수요가 쏠릴 것이란 관측이다.

또한 금리 인하 전에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로 인한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2011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하도록 유도해왔다. 이후 금융당국은 2%대 대출 갈아타기 상품까지 선보였고, 금리가 바닥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고정금리 대출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번 금리인하로 기존의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 말만 믿고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았지만 1%대까지 떨어진 금리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변동금리로 갈아타려고 해도 대출받은 지 1~2년이 안된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가 붙는다. 또 정부의 안심전환대출 상품도 변동금리 대출자만 대상이 될 수 있어 남의 집 얘기가 됐다.

뿐만 아니라 예·적금상품 금리 인하와 달리 대출금리 인하는 속도가 더디거나 그 폭이 미미하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명목상 내렸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의 소수점 두 자릿수 정도의 폭으로만 인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출금을 약속된 시한보다 먼저 갚을 때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는 12년 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금융고객들이 한 해동안 7개 시중은행에 갖다 준 중도상환수수료만 3000억 원 가까이 된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