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에 만나 성폭행 당하고 32년간 포로 생활”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서세원·서정희 결혼생활

2015-03-16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서정희·서세원 부부의 이혼·폭행 시비가 결국 법정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서정희 씨는 지난 12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317호에서 열린 서세원에 대한 4차 공판에서 “19살 때 남편을 처음 만나 성폭행에 가까운 일을 당하고 2개월 만에 결혼해 32년간 거의 포로생활을 했다. 남편이 무서워서 감히 이혼을 요구할 용기가 나지 않아 참고 살았다”며 눈물을 흘리며 32년간의 힘겨운 결혼생활에 대해 폭로했다. 잉꼬부부로 알려졌던 서씨 부부의 결혼생활 이면에 아무도 알지 못한 어두운 면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서정희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생명의 위협 느꼈기 때문”
서세원측 변호사 “진실은 판사가 밝힐 것, 연예인의 삶 불쌍하다”

재판에 출석한 서정희씨는 판사에게 작심한 듯 그동안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는 “판사님, 제가 남편이 바람 한 번 폈다고, 폭행 한 번 했다고 여기까지 온 줄 아십니까. 32년간 당한 것은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당시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그간 밝히지 못한 사실을 밝힐 것을 예고했다.

쇼윈도 부부로 산
32년간의 결혼 생활

지난해까지 결혼 32년차였던 서씨 부부는 그동안 우리나라 연예인 잉꼬 부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앞서 말한 바대로 서정희씨는 모델로 활동하던 19세 때 서세원과 결혼해 화제가 됐다.

그녀는 당시 상황에 대해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홀로 4남매의 생계유지를 위해 늘 일을 하러 다녀 자연스럽게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그리웠고 성인이 돼 결혼을 하면 현모양처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영어학원을 등록학고 학원에 다니다 길거리 캐스팅이 돼 모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모델이 돼 생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촬영을 떠났던 제주도에서 서세원을 만났다. 당시 서세원은 그녀의 상대 모델이었다. 서정희씨는 당시 서세원 씨가 만나자 마자 결혼을 하자고 했고 남산의 한 레스토랑에서 프로포즈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2일 법원에서 서정희씨가 한 말을 살펴보면 이 시기 서세원에 의해 성폭행에 가까운 일을 당하고 결혼을 했다는 말이 된다. 결국 그동안 잡지 등의 인터뷰에서 밝혔던 결혼스토리는 허위라는 소리다.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서씨 부부는 결국 방송 등에서 쇼윈도 부부 행세를 한 것이다.

성폭행·폭행설
서세원 “대꾸할 가치 없다”

4차 공판과정에서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서정희씨는 사건 당일 “미국에 머물던 서세원이 ‘불륜 여성을 가만히 놔두라’ ‘이혼을 요구하면 죽여버린다’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협박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그동안 서씨 부부가 왜 싸우게 됐는지는 자세하게 알져지지 않았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서세원 측이 현장 증거물로 제출된 CCTV 영상을 다시 한번 재검증 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져 사건 당시 CCTV 촬영 화면이 시연됐다. 서세원은 “이 장면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집에서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데 (서정희가) ‘사람들 많은 곳에서 이야기하자’ ‘납치범이다’ ‘성폭행을 하려 한다’고 말하니 굉장히 당황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서세원은 앞서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의 법률 대리인도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며 “다만 목을 졸랐다는 주장이나 전후 사정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변론했다. 서세원은 2차 공판 당시에도 “목을 조른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CCTV에 나오지 않은 분량이 1분 20초 정도 있다. 이 사이에 눈이 빠질 정도로 목을 조를 순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세원은 이날 서정희씨가 주장한 성폭행 주장과 32년간의 폭행에 대해서 공판을 마치고 나와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세원의 변호사도 “진실은 판사가 밝힐 것”이라며 “연예인이라는 삶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서정희 말 사실이라면
그녀는 가정폭력 피해자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서정희씨가 공판과정에서 밝힌 성폭행·폭행설이 사실이라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가해자인 서세원은 연예계에서 재기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가뜩이나 가정폭력에 대해 민감한 사회분위기인데 유명 연예인이 가정폭력을 저질렀다면 용서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은 그 피해 여파와 후유증이 상상 이상이다. 서정희씨가 32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신고를 하거나 이혼을 하지 못한 것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한다. 단순히 연예인 부부이기 때문에 이혼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남편이 무서워서 감히 이혼을 요구할 용기가 나지 않아 참고 살았다”고 말했다.

실제 가정폭력을 당했던 여성들의 경우 신고하기를 두려워 하거나 도망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실제 남편에 의한 폭력을 경험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신고나 이혼 요구 시 남편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폭력 당한 시간이 길수록 더 심하다. 또 다른 문제는 이혼한 다음이다. 이혼 후 남편이 자신의 아이들이나 친인척 등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지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에 떠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들이 가정폭력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신고와 이혼요구를 하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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