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폐수 해양투기 기업 명단 공개

2015-03-16     강휘호 기자
바다 오염·환경 파괴…돈만 벌면 그만?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올 한해 산업폐수를 동해와 서해 등 바다에 투기하겠다고 신청한 기업들이 무려 3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및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모두 287개 기업, 319곳의 공장이 25만3624톤의 산업폐수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해양수산부에 신청했다. 특히 이들 중에는 평소 환경 기업임을 자처했던 이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일요서울]은 환경운동연합의 자료를 통해 이들의 명단을 공개한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올 한 해동안 동해와 서해에 25만여톤이 넘는 산업폐수가 버려질 것으로 보고 해양투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바다의 날(5월 31일)을 기점으로 해양투기를 지속하는 기업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성명을 내고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여기는 못된 기업들에 경고한다”면서 “대한민국의 동해와 서해가 기업들의 폐수처리장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또 이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5만3624톤의 산업폐수의 종류는 산업폐수가 6만8928톤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하고 있고, 산업폐수오니는 18만4696톤으로 전체의 73%이다. 기업들이 폐수를 내다버리는 지역은 동해의 포항 앞 바다와 서해의 군산 앞 바다다. 
 
전체적으로 해양투기를 신청한 319개 기업공장들 중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해양투기를 계속하는 기업은 모두 301개로 전체의 94%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올해 해양투기량이 증가한 공장은 42개다. 
 
2015년도 계열사 통합기준으로 5000톤이 넘는 다량의 산업폐수를 해양투기 하겠다고 신청한 기업만 따져 봐도 9곳이나 됐다. 무림피엔피를 비롯해 바아이티, 백광산업, 제이엠씨, 하림, 동두천피혁, 한솔, 쌍용 세하 등이다. 
 
이들 9개 기업들의 해양투기 신청량은 전체의 절반가량인 46% 11만5386톤에 육박한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제지회사인 무림피엔피는 2년 연속 폐수 투기 신청량 1위로 산정돼 지적을 받는다.  
 
바코드프린터 제조회사인 비아이티도 지난해와 올해 모두 2위다. 연이어 설탕원료를 다루는 백광산업(2개 공장)은 지난해 10위(3개 공장)에서 올해 3위(2개 공장)로 올랐고, 식품관련 화학회사 제이엠씨는 3위에서 4위로 평가됐다. 
 
닭고기 회사 하림(2개공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다섯 번째로  해양 투기량이 많은 회사가 됐다. 동두천피혁은 4위에서 6위로 조사됐으며 한솔(3개공장)도 2년 연속 7위로 분석됐다. 쌍용과 세하는 지난해 5000톤 이상 기업명단에 없다가 올해들어 새롭게 이름이 올랐다.  
 
또 다른 명단으로는 사조(2개 공장)와 동원 등 17개 공장이 지난해 해양투기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신규로 해양투기를 하겠다고 신청했다. 쌍용과 금복주, 애경유화 등은 지난해 보다 투기량이 증가했다. 
 
2개 이상의 공장에서 산업폐수를 해양투기 하겠다고 신청한 기업도 24곳이나 된다. 계열사가 가장 많은 기업은 사조로 모두 4개의 공장에서 해양투기 하겠다고 신청했다. 사조의 4개 계열사는 사조인티그레이션, 사조인티그레이션 순동공장, 사조산업 천안공장, 사조해표 칠서공장 등이다.
 
3개 이상 계열사가 해양투기 신청한 기업은 6곳으로 한솔, 한국야쿠르트, 오복, 오뚜기, 농협중앙회, 국도 등이다. 환경단체는 “3개 이상의 계열사가 해양투기를 신청한 기업들은 바다를 자신들의 폐수처리장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유명 그룹 다수 포함
 
특히 그동안 환경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자처했던 기업들에 대한 규탄이 이어졌다. 환경단체는 “앞으로는 환경기업 뒤로는 해양투기를 하는 무림피엔피와 한솔 풀무원에게 바다는 쓰레기장이냐”고 말했다.  
 
비교적 대기업에 속하는 기업들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사조와 동원에 대해선 “참치남획 앞장서더니 해양투기도 앞장선다”라고 말했고, 남양유업에겐 “대리점에 갑질하고 해양투기 앞장서고, 못된 짓만 골라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 하림을 향해 “약속 안 지키는 하림, 해양투기 계속하는 하림, 오염기업 하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외에도 한국야쿠르트와 오뚜기 등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그룹들도 상당수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양수산부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4만625톤이 집행돼 해양투기 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종류별로는 산업폐수가 1만5697톤이고 산업폐수오니는 2만4928톤이다. 이는 올해 전체 신청량의 16%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 등은 “해양투기가 허용되는 마지막 해라고 하여 연초부터 해양투기를 집중적으로 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는 공장폐수 해양투기 방조하고 남의 범죄행위를 거들어서 돕다 범죄행위에 대한 조언, 격려, 범행도구의 대여, 범행장소 및 범행자금의 제공 등을 하는 꼴”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업들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바다에서 행해지는 산업폐수 해양투기는 바다가 오염되든 환경이 파괴되든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기업들의 반사회적 행태와 육상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도록 유도한 환경부, 산업폐수가 바다에 버려지는 것을 방조하는 해양수산부의 합작품”이라고 비꼬았다. 
 
한편 이번 명단 공개로 인해 해양투기 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보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기업들이 향후 어떤 태도를 취할 지 역시 소비자들과 세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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