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롯데·농협카드 SMS 유료 전환
정보유출 사고 비용 전가?…고객들 ‘싸늘’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국민·롯데·농협카드 등이 문자알림(SMS)서비스를 유료화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고객정보 유출 후 금융사고 예방, 불안감 해소를 위해 결제 문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왔다. 그런데 사고 발생 1년여 만에 서비스를 마무리하자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말 한 차례 유료 전환을 시도한 바 있어 “300원으로 생색낸다”고 지적했던 고객들의 분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또 일각에서는 “수익성 악화 극복 방법으로 문자서비스 유료화를 선택해 이득을 챙기려고 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300원으로 생색내다 이마저도 안 한다” 비판
“불안감 많이 안정돼…무한정 제공 어려워”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건 후 사용 내역을 문자로 전달해주는 SMS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오던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등이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했다.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해 무료로 제공해왔으나 사고 관련 여파가 안정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여파가 잠잠해진 분위기를 틈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유출된 고객들의 개인정보는 1억4000만 건에 달한다. 해당 카드사 CEO들은 옷을 벗었고,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유출당한 고객들에게 내려진 실질적인 보상으로 볼 만한 결과물은 없는 상태다.
우선, 피해 고객들이 낸 소송은 제자리걸음이다. 수만 명에 이르는 원고들이 정보유출의 피해자인지 여부와 재산적 손해배상에 대한 입증 때문이다. 유출된 정보가 어떻게 악용됐고,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고객이 직접 입증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정보유출 사고 발생 당시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 등 금융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대안들이 거론되긴 했지만 무산된 상태다.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때문에 소송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불법행위 소멸시효인 3년이 지나 나머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각 카드사들이 지난해 말 유료 전환을 시도한 바 있어 고객들의 눈초리는 더욱 매섭다.
한 고객 A씨는 “갈수록 교묘한 금융사고 수법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유출된 개인정보가 언제 어떻게 이용돼 피해를 입게 될지 몰라 여전히 불안하다”면서 “카드사들은 고객서비스보다 당장의 이익을 내는 데만 급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진 후 문자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했을 때도 300원으로 생색낸다는 기분이었는데, 이마저도 빨리 끝내고 싶어서 안달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객 B씨도 “현행법상 피해를 당한 사람이 모든 걸 증명해야 하는데, 이것부터가 카드사들이 고객정보를 잘못 관리한 것에 대한 1차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 아니냐”며 “당시 정보유출 사고 후에 보상을 1원이라도 받은 사람은 못 봤는데, 그나마 대책이라고 내놨던 일을 유료로 전환시키는 건 빠르게 결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익 악화에 대한 충당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시킨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용 건수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문자메시지 서비스 유료화로 메우려 한다는 것이다.
수익성 악화가 원인?
실제로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났던 지난해 순이익이 하락했다. KB국민카드는 3327억 원으로 순이익이 13.4% 떨어졌고, 롯데카드는 1474억 원으로 3.2% 하락했다.
SMS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연간 10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이 발생한다. SMS 서비스를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KB국민카드 회원이 약 950만 명, 롯데카드 약 800만 명, NH농협카드 약 2200만 명의 회원들이 모두 SMS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이들 3사는 SMS 서비스 유료화를 통해 월 110억 원가량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전체 회원 중 50%만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60억 원, 25%가 이용할 경우에도 28억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때문에 문자 유료화 서비스는 카드업계 전반에 시행된 상태다. 2013년 상반기 현대카드, 신한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은 SMS 서비스를 유료화로 전환한 바 있다.
이 같은 카드사들의 유료 전환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카드부정 사용 방지를 위해 반드시 시행되어야 하는 SMS 서비스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시키기보다, 다른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익성 악화를 만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SMS 서비스는 신용카드 복제사고와 해외 신용카드 전문복제 사기단이 대량으로 부정사용 사고 등이 일어나면서 도입됐다”며 “당연히 무료로 해야 할 서비스를 고객에게 실비만 받는다고 말하면서 수익을 내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는 많이 사라진 상태이며 수익성 악화와 SMS서비스 유료화는 무관한 결정이다”고 말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명백하게 확인이 되는 경우에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면서 “이용료 300원의 SMS 서비스로 생색을 내려고 했던 게 아니라, 고객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제공했던 것이 원래의 취지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경우에 범죄에 활용되는 정보들이 카드사에서 유출됐던 정보라는 게 나온 게 아니다”며 “그 이전부터 고객정보가 많이 유출돼 있었고 그것들이 다 합쳐져서 카드사들의 잘못인 것처럼 오해를 산 부분도 있다. 현재 재판중인 것들이 결론이 나면 보상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SMS 서비스 제공 서비스를 받기 위해 우르르 몰려와서 다 같이 불안해 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이것을 무한정으로 제공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됐다고 판단했고, 수익성 악화와는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