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작심발언 "보수 후보 단일화 '짜고치는 고스톱'"

2015-03-11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지난해 6·4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와 관련, 고승덕씨가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을 단일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문 전 교육감에 대한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한민국올바른교육감추대전국회의(올바른교육감)'에서 문 전 교육감을 이미 보수 단일 후보로 추대하기로 판을 짜고 진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씨는 "보수 후보를 단일화하는 데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기도 했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문 전 교육감을 사실상 보수 단일 후보로 추대하기 위한 요식 행위로 진행하면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바른 교육감은 처음부터 (문 전 교육감을) 보수 단일 후보라고 이름쓰기로 작정했고, 이상면 당시 후보나 저는 이미 짜여진 각본에 들어갈 수 없어서 들어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해 (단일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더니 기자회견을 열어 날 공격했다"며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2012년에도 올바른교육감과 사실상 같은 조직이 밀실 투표로 단일화 해서 선거를 치렀다고 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선거운동 기간 문 전 교육감이 '보수 단일 후보'라는 명칭을 사용해 피해를 봤다고도 주장했다.

고씨는 "문 전 교육감은 토론회 등에서 보수 단일 후보라는 명칭을 상당 기간 사용했고 선거일을 며칠 앞두고는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 일부에 조그마한 (보수단일후보)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며 "보수 단일 후보 추대식을 2번이나 했고, 언론에 보도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도 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전 교육감 측이 대형 건물 전면을 가리는 현수막에 보수 단일 후보라고 써붙인 탓에 주변에서 '고승덕이 출마하느냐'는 질문까지 했다"며 "강력한 지지세가 있던 서초구 주민들마저도 '고승덕을 찍고 싶은데 보수 단일 후보가 따로 있다고 한다'고 오해하는 등 상당히 많은 보수표를 빼앗겼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 전 교육감은 올바른교육감 측이 자신을 보수 진영 단일 후보로 추대한 사실을 밝혔을 뿐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 전 교육감은 "잘못한 게 있으면 받아들이겠지만, 올바른교육감과 저 개인이 짜고치는 고스톱을 했다는 표현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며 "올바른교육감과 저와 '짜고치는 고스톱'을 했다는 내용이 재판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라면 충분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내야하는 것 아니냐"며 반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6·4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간 단일화 논의가 없었음에도 홍보물과 텔레비전 토론회 등을 통해 자신이 보수진영 단일 후보라고 주장하며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문 전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문 전 교육감이 한 보수단체의 추대를 받았을 뿐인데도 마치 후보간 단일화에 성공한 것처럼 홍보해 허위사실을 퍼뜨린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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