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준 기자의 현장르포 급속히 증가하는 키스방

키스방에서는 어떤 일이…

2009-10-13     인상준 기자

장안동 안마시술소가 철퇴를 맞고 있는 사이 유사성행위업소들은 독버섯처럼 번져나가고 있어 관계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최근 ‘키스방’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키스방 업주들은 “우리는 순수한 키스만을 하는 곳이지 절대 유사성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잇따라 변태 성매매를 자행하던 키스방들이 적발되면서 관계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키스방의 영업형태와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일요서울>이 직접 찾아가봤다.

키스방은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된다. 우선 키스방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검색해 봤다. 키스방과 관련된 사이트와 글들이 수백 개나 검색됐다. 이들 중 눈에 띄는 한 곳을 직접 가입하고 홈페이지를 들여다봤다.

A업소 사이트에는 친절하게(?) 처음 오는 남성들을 위한 이용방법이 나와 있었다. 업주는 ‘절대 유사성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말을 강조라도 하듯이 굵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이곳은 여성 종업원, 일명 매니저라고 불리는 여성 5명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으며 프로필과 스케줄을 자세히 기록해 놨다.

A업소에 가봤다는 한 남성은 “이곳의 매니저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그래서 울적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A업소는 철저히 사전예약제로 운영됐다. 영업시간은 낮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최소 1시간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또한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전화를 하거나 공중전화는 예약이 불가했다. 그 이유는 예약만 하고 실제 오지 않는 손님들 때문에 매니저들의 스케줄이 엉망이 되기 때문.


포털사이트 키스방 범람

비용은 기본이 35분 4만원이다. 여기에 추가를 할 경우 60분에 7만원. 중간에 매니저를 한 번 바꿀 수도 있다.

키스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호기심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하는 손님들이 많다. 특히 성매매를 위해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간혹 있다. 일부 업소에서는 매니저들이 웃돈을 받고 유사성행위를 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키스방에서는 철저한 교육을 통해 유사성행위를 금지 한다”고 말했다.

이를 말해주듯 술에 취한 손님이나 유사성행위를 위해 오는 손님들은 받지 않는다는 경고성 글들이 보였다.

또한 키스를 하면서 매니저들의 가슴정도 터치는 허용되지만 그 외적인 부분은 절대 만질 수 없으며 옷을 벗기거나 노골적인 요구를 할 때는 환불 없이 즉시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한다. 물론 매니저들이 남성의 성기를 만지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한 업주는 “이곳은 단지 키스만을 하는 곳이다. 다만 손님들이 흥분을 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자위행위를 하도록 유도를 한다”고 말했다.

키스방 업주들은 절대 유사성행위는 있을 수 없으며 키스 외에는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곳을 와본 남성들은 하나같이 매니저들의 미모와 편하게 대해주는 분위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다는 글들을 남겼다.

한 대학생은 자유게시판에 “여자 친구도 없고 첫 키스도 못해본 내가 **누나와 첫 키스를 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 다시 한 번 꼭 들리고 싶다”며 매니저에 대한 고마움의 글을 남겨 놓기도 했다. 거의 대부분의 글들이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거나 칭찬하는 글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글들은 충분히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키스방 홈페이지에는 매니저들의 프로필 사진을 올려놓고 있는데 사진들이 하나같이 가슴을 반쯤 드러내놓고 있거나 노골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어 유사성행위가 절대 안된다는 말에 신빙성이 떨어졌다.

자주 키스방을 찾는다는 최모(29·남)씨는 “키스방이 많이 생겨나면서 경쟁이 조금씩 붙기 시작했다. 체인점 형태의 키스방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나은 서비스를 위해 금기시 되어 있는 부위를 만져주는 곳도 생겨났다”고 고백했다.


주 고객층 20~30대

〈일요서울〉은 제보자 최 씨가 말한 키스방에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다.

지난 7일 늦은 오후 강남 선릉역 근처 B 키스방. 미리 사전예약을 통해 예약을 한 상태였다. 키스방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B 키스방은 자리하고 있었다. 큰길가 바로 뒷골목에 버젓이 위치해 있었던 것. 하지만 외관상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간판이나 특정 지을 만한 표시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지하에 위치한 B 키스방의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카운터가 보였다. 마치 비디오방과 흡사한 구조를 하고 있었다. 자신을 실장이라고 소개한 20대 중반 여성은 예약사항을 확인한 뒤 방으로 안내했다.

방안에는 작은 테이블과 쇼파식 침대가 하나 놓여 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휴지와 물티슈 등이 놓여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깨끗해 보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한쪽 벽면에 각양각색의 여성 속옷이 눈에 띄었다. 실장에게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우리 업소는 손님이 원하는 속옷을 입고 나온다. 또한 1만원만 더 내면 손님이 원하는 복장을 입는다. 세라복, 간호사복, 비키니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곳은 테마방의 형태를 벤치마킹한 듯 했다. 테마방이 방을 테마별로 꾸민다면 이곳은 복장을 선택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런 정도라면 성행위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실장의 대답은 ‘NO'였다.

실장은 “성행위는 안 된다. 여기는 키스방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것은 이뤄지지 않는다”며 성행위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이윽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들어왔다. 아슬아슬한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여성의 닉네임은 세라(가명)였다. 앉자마자 일회용 칫솔을 주며 양치질을 하고 오라고 말했다. 그 다음엔 구취용 껌을 주면서 마치 애인처럼 챙겨주기 시작했다.

취재진은 이곳의 상황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 35분간의 시간을 헛되게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키스보다는 말벗이 필요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세라는 “여기 그런 사람들이 많이 온다. 외롭거나 혼자인 사람들이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주 고객들도 20대에서 30대다. 가끔 40대 이상 손님들도 찾아온다”며 얘기만 나눠도 된다고 말했다.

세라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었다. 용돈을 벌기 위해 친구 소개로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 처음엔 모르는 사람들과 키스를 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차츰 익숙해지면서 현재 6개월째 키스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세라는 “이곳이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낫다. 보통 비용의 반이 우리 몫인데 내가 하고 싶은 시간대에 하고 싶은 시간만큼만 일을 해서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기타 유흥업소보다 일하기가 편하고 알바비도 많다. 가끔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강요하는 손님들이 있지만 이제 그런 손님들도 잘 요리(?)할 수 있다”며 당차게 말했다.

세라에 따르면 보통 하루에 8명에서 10명의 손님을 맞는다고 한다. 매일 나오는 게 아니지만 한 달 힘들게 일하면 400만원도 거뜬하다고 한다.

세라는 “이곳에는 직접적인 성행위는 이뤄지지 않는다. 다만 단골손님들에게는 가끔씩 옷을 입은 상태에서 몸으로 성기를 자극시켜주기도 한다. 이럴 때 팁을 받기도 해 부수입도 괜찮다. 일부업소에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 손이나 오럴섹스를 해주는 곳도 있다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곳이 얼마나 되는지 묻자 “우리도 체인점이다. 수도권에 몇 개가 더 있는 것으로 안다. 전국적으로 키스방이 증가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키스방에서의 유사성행위나 키스 외적인 서비스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타이머가 울렸다. 35분의 시간이 모두 지난 것이다. 세라는 눈웃음을 치며 다음에 또 오라는 말을 남긴 채 방을 나섰다.

최근에는 미성년자들도 키스방을 찾는다고 한다. 인터넷 광고를 보고 성매매 업소와는 다르다는 생각에서다. 실제 키스방 여성 매니저들에 따르면 호기심에 키스방에 오는 고등학생들이 간혹 있다고 한다. 취재를 마치고 B업소를 나서는데 30대의 남성 두 명이 주변을 살피며 건물로 들어섰다. 장안동 안마방이 철퇴를 맞으면서 다른 곳에서는 더욱 음성적이고 퇴폐적인 변종 업소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이들 업소에 대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 키스방의 문턱은 지금도 손님들로 들락거리고 있다.


#키스방 처벌 규정 없어…대책마련 시급

변종 업소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키스방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전국적으로 체인점을 둔 대규모 키스방까지 영업을 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키스방 자체는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단순히 키스만 하는 것이 처벌 대상인지는 좀 애매하다. 또한 손이나 입이 아닌 다른 신체부위로 옷을 입은 상태에서 성기를 자극시키는 경우 현장을 목격하지 않으면 처벌하기 힘들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키스방 자체도 유사성행위 업소와 다른 게 없다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여성단체 한 관계자는 “키스방이 유사성행위 업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단속을 피해가려는 술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기에 직접 자극을 주지 않는다는 법의 맹점을 이용해 윤락업소가 자극 아이템만 바꿔 늘어 가는 실정에서 돈을 내고 여성에게 육체적 향응을 받는 모든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관련 법규의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