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후보자 반대’ 교육부의 끝없는 갑질
총장 자리에 앉히고 싶은 사람이 누구 길래?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전국 국립대를 향한 교육부의 갑질이 끝이 없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 공주대, 경북대, 한국방송통신대에 총장 임용 후보자의 추천 절차를 서둘러 진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6일 밝혔다. 하지만 이미 이 세 학교는 오래전 학교에서 추천한 총장 후보자를 선정해 교육부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정작 교육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총장 임용 후보자들에 대한 승인을 해주지 않아 총장공백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 문제는 교육부가 총장 임용 후보자들의 결격사유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 판결도 듣지 않는 교육부, 일부 국립대에 재추천 요구
“총장 임명 문제에 관여할 시간에 사학비리나 척결하라”
총장없이 졸업식과 입학식을 치른 공주대, 경북대, 한국방송통신대는 각각 13개월, 7개월, 6개월째 총장이 공석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총장 후보자를 뽑아 승인을 요청했지만 교육부는 안된다는 말뿐이다.
후보 제청은 교육부
임명은 대통령
현재 우리나라 국립대 총장임용과정은 대학교에서 후보자를 공모한 뒤 1, 2순위 후보자를 선정하고 교육부에 알리면 교육부에서는 두 후보자를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그리고 나면 대통령이 적합한 후보자를 총장으로 임명하는 식이다.
하지만 현재 위 세 대학교의 총장임명 절차는 교육부가 총장 후보자를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제청하지 않으면서 계속 보류돼 있는 상태다. 결국 공주대와 방송통신대 총장 후보자는 총장 임용제청 거부 취소 소송을 냈고, 각각 항소심과 1심에서 승소했고, 경북대 총장 후보자도 1심 소송 중이다.
법원이 대학 총장 후보자들의 손을 들어 준 가운데 교육부는 최근 국립대에 총장 임용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공문을 보낸 게 맞다”며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교육부와 개인 간 소송으로 이 문제로 인해 정상화가 지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게다가 공문 발송에 이어 한석수 대학정책실장 등 교육부 관계자들은 지난 3일 공주대를 직접 방문해 총장 후보자를 재추천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자칫 교육부의 압력으로 비칠 소지가 충분한 상황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이들 3개 대학이 추천한 총장 후보자를 거부한 뒤 법원 판결에서 잇따라 패소한 상태다. 국립대가 선출한 총장 후보자에 대해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 않고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은 올해 1월 공주대학교 총장 후보자 김현규 교수가 교육부를 상대로 낸 임용제청 거부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고 교육부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후보자를 재추천하도록 요구한 것은 대학 사회의 분열을 일으키고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총장임용제청
거부 사유 왜 못 밝히나?
법원에서 총장임용제청 거부가 잘못됐다고 판결했는데 교육부는 법원의 판단조차 따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총장임용제청 거부 사유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2011년 부산대 총장 후보자에 대해 교육공무원법 위반 등을 이유로 학교 측의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이에 앞서 2009년 제주대 총장 후보자, 2006년 전북대 총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여러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그런데 경북대 총장을 비롯한 한국체대, 공주대, 방송통신대 등 4개 국립대 총장후보자 임용제청에 대해서는 이유도 없이 거부했다. 이유를 밝히라는 요구에 대해 교육부는 개인 명예 훼손 문제가 있어 한 번도 이유를 공개한 적이 없다고 했다. 부산대, 제주대, 전북대 등은 공개했는데 이제 와서 공개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일각에서는 ‘국립대 총장 길들이기’ ‘낙하산 인사 초석’이라는 비판 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전국교수노조는 지난달 12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한 마디 설명도 없이 경북대 공주대 한국체육대 한국방송통신대 등 국립대의 총장 공백 상태를 장기간 방치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정권 입맛에 맞는 총장만 고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특히 최근 한체대 총장에 친박 인사인 김성조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임명된 것을 두고 “무려 2년이나 총장 없이 학사행정 파행을 겪은 뒤 정치인 ‘낙하산 인사’로 막을 내렸다. 새 총장은 교육이나 체육과 무관한 친박 정치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군사독재 시절로 회귀하지 않으려면 교육부와 대통령은 대학에 대한 정치 낙하산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며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대학 구성원이 뽑고 선택한 총장 후보를 임명 제청해 선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교수들은 “총장 임명 문제에 관여할 시간에 사학비리나 척결하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국립대 향한 압력
누구의 뜻일까?
교육부의 행태는 ‘국립대 총장 길들이기’ ‘낙하산 인사 초석’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한국체대의 경우만 봐도 그 의도를 잘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입맛에 맞는 총장을 뽑아 자리에 앉히겠다는 의도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의지가 없는 가운데 황우여 교육부 총리가 단독으로 이런 일을 벌일 여지는 많지 않다.
문제는 교육부와 박 대통령의 이런 방침에 각 국립대가 수긍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오히려 소송으로 맞불을 놓으며 총장 후보를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세다. 교육부가 지속적으로 다른 총장 후보자를 찾으라고 압력을 넣는 다면 결국 교육부와 정부는 총장을 제멋대로 앉히면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비난 여론은 박 대통령의 잔여 임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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