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신텍 분식회계로 ‘발목’

대법 “개인투자자 손실 70% 배상”…신규 수주 타격

2015-03-09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보일러제조업체 신텍(현 한솔신텍)이 결국 무릎 끓고 말았다.4년 가까이 끌어왔던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개인 투자자에게 손실 70%를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문제는 이와 관련된 투자자들의 소송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 아울러 신규 사업 수주에도 차질을 빚고 있어 신텍의 미래가 밝지 못한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돈다.

 개미투자자 320여 명 항소심 진행 중
 모 기업 한솔에 불똥 튈까 전전긍긍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삼성과의 계약이 무산된 신텍을 상대로 소액 투자자 함모씨(51)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신텍은 함 씨에게 1300여 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회사의 사업보고서는 재무 상태를 나타내는 객관적인 자료로서 주가를 비롯해 회사의 장래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삼성중공업으로서도 분식회계를 통해 허위로 작성된 신텍의 사업보고서 등을 정당하게 작성된 것으로 신뢰하고 그에 따라 주식양도 계약을 추진했고, 이와 같은 계약 계획이 보도·공시돼 결과적으로 신텍의 주가가 올랐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삼성중공업은 2011년 7월 코스닥 상장사였던 신텍의 주식 27%를 주당 1만5900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신텍의 주가는 1만5000원에서 2만4850원까지 올랐다. 소액투자자함씨가 신텍의 주식 1800주를 사들인 것도 이 즈음이었다.

하지만 신텍과 삼성중공업의 계약은 무산됐다. 신텍의 분식회계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신텍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89억 여원의 순이익을 과대 계상한 사실이 드러나자 삼성중공업은 2011년 12월 계약을 취소했고, 신텍은 거래정지 후 증시에서 퇴출됐다.
함씨 또한 손해를 봤다. 이에 함씨는 “주식 투자 손해를 배상하라”며 신텍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2심 역시 "함씨에게 13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문제는 신텍을 상대로 한 개미투자자들의 소송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 기준 ▲주식회사 하나은행 소송판결에 대한 항소 ▲강동윤 외 203 소송판결에 대한항소 ▲강영남 외 117 소송판결에 대해 항소 중이다. 이들 또한 신텍의 분식회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함씨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항소가 열림에 따라 향후 어떠한 결론이 날지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작년 영업손 252억…적자지속

아울러 이번 소송이 대법원에서 패소로 결론지어짐에 따라 신텍의 향후 사업 수주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신텍의 사업 특성상 신뢰가 우선시 돼야 되는데 이 부분에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신텍은 분식회계 사건을 겪으면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신규 수주가 원활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신텍은 사업 특성상 차입금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계약금을 받고 난 뒤 중도금을 받을때까지 상당 시간이 걸리고 잔금도 제품 검수 완료 후 시험 운전까지 마쳐야만 결제된다"고 전했다. 결국 원재료 비용과 외주비 등을 먼저 지급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잔금을 받는 구조인 셈이다.

신규 수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꾸준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외부 자금 조달 소요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이게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신텍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252억8700만원으로 전년대비 적자가 지속됐다고 2일 공시했다.
같은기간 매출액은 1271억3400만원으로 전년대비 43.1%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339억7300만원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지난해 9월 한솔이엠이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65억 3500만원을 출자하며 신텍을 돕기 위한 백기사를 자청했지만 이번 판결의 여파로 신규사업 수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 불똥이 한솔이엠이와 모기업으로 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돈다.
결국 한 번의 실수가 회사의 앞날마저 검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진 셈이 됐다.
한편 ‘신텍’은 2012년 2월 한솔그룹에 편입됐으며, 2013년 3월 지금의 사명인 ‘한솔신텍’으로 변경됐다. 발전산업용 보일러, 파워 및 환경플랜트 엔지니어링 등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