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경매품 낙찰…박성수 이랜드 회장
‘미래 사업 위한 투자’ vs ‘기업 성장과 무관’
[이범희 기자]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통 큰 베팅이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수백억 원에 가까운 경매품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초로 경매에 나온 노벨 경제학상 메달을 품에 안았다.
낙찰 받은 경매품은 노벨상을 염원하고 있는 학계 젊은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는 의미로 향후 그룹이 세우려는 테마도시에 비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박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랜드 측은 “사업 콘텐츠 확보를 통한 홍보효과”라는 설명이지만 업계는 직원의 사기를 꺾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한다.
1971년 쿠즈네츠 메달…건립할 테마도시에 전시 예정
직원 사기 꺾는다 …사측 “섭섭해 하는 분위기 없다”
이랜드가 이번에 낙찰 받은 경매품은 1971년 사이먼 쿠즈네츠가 국민소득 이론과 국민소득 통계에 관한 실증적 분석으로 받은 노벨 경제학상 메달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쿠즈네츠의 메달은 그의 아들이자 역시 경제학자인 폴 쿠즈네츠가 경매에 내놨다.
사이먼 쿠즈네츠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GDP(국내 총생산) 개념을 처음 도입, 미국이 대공황을 극 복하는 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세계적인 경제학자다.
이랜드 측은 “1901년부터 지금까지 115년 동안 889명에게 주어진 노벨상 가운데 경매에 나온 메달 개수는 단 5개에 불과하며, 경제학상 메달은 처음으로 희소성이 높다”며 “향후 그룹이 세우려는 테마도시에 분야별로 10~15개의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인데 그 중 한 곳에 비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노벨상 메달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메달은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규명해 1962년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의 메달로 476만 달러(52억3000만원)에 팔렸다.
이랜드가 이번에 사들인 메달은 39만 848달러, 우리 돈 4억 3000만 원에 낙찰 받았다
알아주는 수집광
박 회장은 희귀품 경매 시장에서 큰 손으로 불릴 정도로 수집광으로 알려진다.
유명 영화에 나온 소품부터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소장품과 작품까지, 이랜드는 분야ㆍ품목을 가리지 않고 수년간 수천여 개의 희귀품을 사들였다.
계열사 이랜드월드를 통해 마돈나의 장갑,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진주목걸이,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 직위봉 등 이색적인 물품을 사들인 바 있다.
이랜드월드는 자기자본이 44.71%, 박성수 회장이 40.59%, 부인 곽숙재 씨가 8.05%, 이랜드복지재단이 5.7%, 이랜드재단이 0.53%씩 지분을 갖고 있다.
그 중 가장 고가품은 ‘엘리자베스 테일러 다이아몬드’로 101억 원에 구입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별도 팀을 구성해 수년간 소장 가치가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귀중한 물품들을 수집하고 있다”면서 “이는 이랜드가 추구하는 ‘의ㆍ식ㆍ주ㆍ휴ㆍ미ㆍ락’의 사업영역에 필요한 풍부한 콘텐츠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몇몇 소장품들은 현재 이랜드 계열 호텔과 외식업체 매장에 진열돼 있다. 비틀즈 관련 소장품 40여 종이 ‘켄싱턴스타 호텔’ 진열돼 있고, 부산 서면 ‘애슐리’ 매장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역대 명작 영화에 등장한 소품들로 꾸며졌다.
홍보 효과 무시 못해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박 회장의 행보와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대표적인 짠돌이 오너로 통했던 그가 경매품을 살 때는 돈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랜드의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가 도리어 직원의 사기를 꺾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재계 일각에서도 기업 성장과 관계가 없는 단순한 물건에 수 억 원대 이상을 쏟는 것이 국내 기업 정서와 맞지 않다는 의견도 공존한다.
그러나 이랜드 측은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사내 복지도 많이 하는데 ‘짠돌이 경영’이미지 탓에 오해를 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 거 같다”며 “내부적으로도 회장님의 수집과 관련해 섭섭해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근검절약’하는 것은 맞지만 짠돌이는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매품의 가치를 떠나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역대 명작 소품이 전시된 애슐리 매장의 경우 상당한 매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