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등장한 태고종 폭력 사태
불심 사라지고 사심 만 남았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지난 11일 새벽 청와대 정문으로부터 약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태고종 총무원사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약 40여명의 무리가 총무원사에 진입해 잠을 자고 있던 스님 4명에게 폭행을 가하고 내ㅤ쫓았다. 이 과정에서 4명의 스님 중 한 명은 전치 8주 이상의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서울]에서는 지난 11일 새벽 태고종 총무원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해 봤다.
종교 내 다툼에 사법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총무원장 둘러싼 비리·인사문제 끊이지 않는 불교
태고종은 우리나라 불교 종단 중 하나다. 현재 조계종과 함께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태고종은 사설사암 중심의 조직으로 전국 25개 교구본사에 약 3,100여 개의 사찰을 두고 있다. 특이한 점은 사찰의 개인소유를 인정하고 승려의 결혼문제를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출가를 하지 않더라도 사찰을 유지·운영할 수 있는 재가교역자제도인 교임제도를 두고 있다.
반복되는 점거사태
폭력배·야구방망이 등장
폭력사태가 발생한 지난 11일 새벽 2시경 태고종 총무원사에는 한국불교태고종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측 스님 4명이 잠을 자고 있었다. 이 스님들은 1월 23일 다른 스님 15명과 총무원사로 진입해 현 집행부인 도산 총무원장 등 10여명의 스님들을 밖으로 밀어내고 건물을 점거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20일 만에 상황이 역전됐다. 당시 총무원사 밖으로 쫓겨났던 현 집행부가 이번에는 집행부 스님, 종무직원, 종단발전특위 청년부 위원 등 수십 명을 동원해 비대위 측 스님들을 건물 밖으로 끌어냈다.
폭력사태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비대위 측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집행부 측 사람들이 비대위 측 스님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폭력배를 동원했고 야구방망이까지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또 총무원사로 들이닥친 인원도 집행부의 주장과 달리 도산 총무원장, 대각 총무부장 등 스님 4명과 조직폭력배 20여명, 사복을 입은 스님 10여 명 등 40여명이라고 주장했다.
불시에 들이닥친 집행부 측 사람들과 비대위 측 스님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비대위 측 스님 4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이중 스님 1명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무방비 상태로 폭행을 당한 스님들은 속수무책인 상태로 끌려나왔고, 이 과정에서 호종국장스님이 옷을 벗기우고 결박을 당한 채 깡패들로부터 무차별 집단 폭행을 당해 목뼈 골절, 뇌진탕 증세, 머리 타박상, 전신 찰과상의 중상을 입고 의식이 혼미한 상태다. 다른 세 분 스님도 집단구타로 인해 중경상을 입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산 총무원장 측은 당일 기자회견을 통해 “총무원사 진입과정에서 그 어떤 폭력행위나 불·탈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저희들이 총무원사 안으로 진입할 당시 지하 1층 방에서 술에 취해 인사불성 상태로 있던 자칭 비대위 측 4명의 승려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또 조직폭력배가 아닌 “집행부 스님 15명, 종무직원 4명, 종단발전특위 청년부 위원 4명 등 총 23명이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벽 2시10분께 총무원사를 원상으로 정상 회복했다”고 말했다.
야구방망이 사용 부문에 대해서도 “직접 목격하지도 않은 채 ‘야구 방망이로 내리쳐 혼절시켰다’ 등 허위사실을 유포해 종도와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산 총무원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비대위 측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집행부가 제기한 스님들의 음주 부분에 대해서 “병원 측 혈액검사에서 모든 스님에게서 음주 수치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날이 어두워지자 폭력을 행사한 용역깡패 8명이 청사를 나오다 경찰에 연행됐다”며 조폭 동원설이 진실임을 주장했다.
탄핵 당한 도산 총무원장
조직폭력배 동원 의혹까지
비대위 측은 현재 도산 총무원장의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스님들을 폭행한 점과 각종 비리 그리고 종단의 갈등을 유발한 점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비대위 주장에 따르면 도산 총무원장은 이미 탄핵된 상태다. 하지만 도산 총무원장이 ‘총무원장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 승소하자 다시 2월 5일 중앙종회를 소집해 총무원장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비대위가 소송에서 진 이유는 종회 소집통지를 안한 것을 비롯해 절차상 하자가 문제였다.
중앙종회에서는 중앙종회의원 총 57명 가운데 비대위 측 의원 35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18회 정기중앙종회를 열고 도산 총무원장 불신임안을 다시 상정해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또 총무원측 종회의원 16명에 대한 제명안건도 다시 상정해 처리하고 비대위원장 종연 스님을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 재추인했다.
비대위는 도산 총무원장이 조직폭력배를 동원해가며 청사를 강제로 진입한 이유가 비리 장부를 숨기고자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집행부 측이 자신들의 비리 문건 일부가 밝혀지자 금고와 컴퓨터 등에 남아있는 더 큰 비리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총무원청사를 폭력으로 점거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비대위 측은 “도산 외 폭력배들은 비대위 측 스님들을 몰아낸 후, 소지품에 손을 대어서 100여만 원의 현금까지 훔쳤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불교청년회도 도산 총무원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불교청년회는 “지난날 ‘보우승가회’를 이끄시면서 종단 개혁을 외치던 스님의 개혁 의지에 대해 작금의 폭력사태와 같은 스님의 행보를 보면서 앞뒤가 맞지 않음을 직시하게 되어 참담한 심정임을 밝힙니다”라고 말했다.
또 도산 총무원장이 총무원사 점거에 함께 나선 종단발전특위 청년부 위원의 정체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불교청년회는 “총무원사 진입시 도산스님이 청년회라고 지칭한 것은 본 한국불교청년회와는 무관함을 밝힙니다.”라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정체 불명의 종단발전특별위원회에 대하여 그 실체를 밝힐 것을 요구하며, 이번처럼 본 청년회에 대한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발생할 때,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불교청년회는 만해 한용운으로부터 이어져 105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단체다.
집행부 측에서는 조직폭력배 동원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비대위 측은 조직폭력배 동원 사실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비대위 측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비록 초점이 흔들려 흐릿하긴 했지만 스님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헤어스타일을 한 젊은이들이 몸 다툼 하는 장면이 찍혀 있다.
현재 종로경찰서에서는 총무원사에서 몰래 빠져나와 도망치려는 조직폭력배 8명을 검거해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들과 함께 총 28명에 대해 총무원사 진입 과정에서 상대를 폭행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법상 공동폭행)로 불구속 입건했다. 만약 도산 총무원장이 실제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다면 사법처리도 가능한 상황이다.
차기 총무원장 선거
5월 15일 확정
12일 폭력 사태 이후 비대위는 13일 오후 2시 신촌 봉원사에서 전국 시도교구 총무원장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종연 총무원장 권한대행이 총무원장 선출 일정을 조속하고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의견을 내놓으며 “특별대책위원회에서 본인에게 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후임 총무원장이 모셔지면 손을 떼고 나갈 것이다. 편법을 쓰지 않고 종법에 맞춰 후임 총무원장을 모시자. 이 모든 사태를 정리함에는 총무원장 대행이라는 임시직으로는 인정이 안 되는 것이 많으니 여법하게 원장을 뽑아야 종단이 빨리 안정되는 길.”이라며 차기 총무원장 선거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교구 총무원장들은 최종 논의 뒤 종단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집행부 구성이 우선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차기 총무원장 선거는 오는 5월 15일 로 2 이전에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또 비대위 집행부는 종단 부채 상환 대책으로 태스크 포스팀을 가동해 종단 내 역량있는 스님그룹 약 15명 내외를 결성하고 후원기업과의 협력체제를 구축해 전문가 그룹의 자문기구를 결성하기로 했다.
중앙종회에서는 기구성된 ‘종법개정 특별위원회’를 결성하고 전문가의 자문과 도움을 받아 종헌 종법 중 실제와 괴리된 부분을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결원된 중앙종회의원을 조속히 선출함으로써 도산 총무원장 집행부의 종회회의 방해로 야기된 의원 제명 등 지금까지의 파행적 종회운영을 탈피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전국 시도교구 총무원장 회의에는 삼원장 스님과 비대위 집행부 스님들이 참석했으며, 전국 시·도 27개 교구총무원 중에 13교구 원장이 참석했다.
한편 비대위는 “도산 총무원장이 총무원사에서 나와 대화를 제의한 데 대해서 용역 폭력배를 고용해 집단 폭행을 사전 모의하여 출가한 스님들을 다 쓸어버리라고 지휘한 만큼 총무원장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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