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징비록

《징비록》 이후 동아시아 역사를 통으로 아우르다

2015-02-23     편집팀 기자

우리에게 위기는, 그저 위기였을 뿐일까?
우리에게 역사는, 망각으로 싸인 나이테일 뿐일까?

[일요서울 | 편집팀 기자] 한국의 역사는 곧 비극의 반복이었다. 일정한 주기로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비극과 위기는 이제 현대 한국인에게 습관이자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 일찍이 비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에서 피로 써내려간 책 한권이 있다. 『징비록』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전시 행정 수반으로 임진왜란을 가장 가까이서 겪었던 류성룡이 같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이 겪은 전란을 상세히 기록한 피로 쓴 교훈이다. 전쟁 이전의 정세부터 전쟁의 진행 과정, 그리고 종전 이후 평화까지 전쟁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복기했으며 스스로의 잘못 또한 철저하게 비판했다.
이 책은 류성룡의 삶을 추적하되, 필요하다면 이순신을 비롯한 당대 인물들의 관련 기록도 아울러 교차시키며 그의 삶과 전쟁을 보다 입체적으로 복원했다. 나아가 정설이 없었던 전쟁의 원인을 비롯해 전쟁 이전 통신사들의 보고가 엇갈렸던 이유, 전쟁 이후 광해군의 실정까지 풀리지 않았던 조선사 미스터리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내놓는다.

위기를 겪고 나면 과거의 경험에서 끝내지 않고, 이를 반성하며 한 단계 성숙해지는 기회로 삼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수한 위기를 반복만 했다. 과거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그저 묻어야만 할 짐이었고, 위기는 위기일 뿐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임진전쟁 이후 병자호란과 을사늑약을 거쳐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위기 앞에서 마치 재방송처럼 비슷한 실수를 반복했다.

미증유의 환난을 맞은 시대를 책임지며 위기를 역전시킨 류성룡은 같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이 겪은 지옥을 망각에서 끄집어내 공개했다. 그 책에서 류성룡은 전쟁 이전 정세부터 전쟁의 진행 과정, 그리고 종전 이후 평가까지 전쟁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복기했으며, 스스로를 포함해 잘못된 부분은 철저하게 비판했다. 여전히 같은 위기를 반복하는 지금, 그의 기록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 책은 십여 년간 16~17세기 동아시아 국제전쟁과 이순신을 전문으로 연구·집필했던 저자가 자신의 역량을 모두 쏟아, 16세기 조선의 위기가 지금 여기에서 어떤 의의가 있는지 류성룡과 임진전쟁을 해체해 재구성함으로써 《징비록》에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새롭게 풀어 쓴 것이다.

그럼으로써 임진전쟁이 동아시아에 어떤 충격을 주었고 따라서 국제질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폈으며, 전쟁 이후 조선은 왜 다시 같은 위기와 비극을 반복해서 맞았는지를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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