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미등기임원 연봉 밝혀지나?

2015-02-23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재벌 연봉킹은 누구?’라는 질문에 다수의 사람들은 기업총수를 꼽았다. 회사 내 최고 위치에 있는 만큼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지난해 연봉이 공개되자 총수보다 더 높은 연봉을 수령한 사람이 드러났다. 사정을 알고보니 미등기임원은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해 다수의 오너가 미등기임원으로 등록 한 탓에 연봉이 가려진 것.

때문에 이들까지 포함한 연봉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했다.

김기준 의원, 보수총액 상위 5명 의무공개 법안 발의
국회 논의 이미 시작돼…추후 현실화 가능성 주목


김기준 의원은 지난달 중순 보수총액 기준 상위 5명에 해당하면 연봉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금융투자업법 개정안(자통법)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벌총수가 보수공개를 이유로 등기임원에서 사퇴해 책임경영을 회피하는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다"며 “재벌 총수의 보수가 회사의 성과와 연계되도록 공개·통제해 회사경영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등기임원의 개별보수는 공개되지만 보수공개 대상이 등기임원으로 한정돼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재벌 일가는 보수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앞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과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도 관련법안을 냈다.
법안이 추진되는 배경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현행 등기이사 연봉 공개 방식의 법적 미비점을 보완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등기임원에서 미등기임원으로 ‘갈아타기’하며 자본시장법을 회피하는 꼼수를 방지하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실제로도 삼성 일가 중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미등기임원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사장과 이혼조정절차를 밟는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과 남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연봉이 미공개 상태다.

다만 이건희 회장은 2010년 경영 복귀 이후 연봉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은 2013년 배당금 수익으로만 1079억 원을 올려 재계 소득 1위를 기록했다. 등기임원인 이부진 사장의 작년 1~3분기 연봉은 20억2000만 원이었다.

두산은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해 박지원 부회장 등이 미등기 임원이다.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과 남편 정재은 명예회장, 아들인 정용진 부회장, 딸인 정유경 부사장이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숨겨진 1% 포함
연봉 순위는

때문에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재벌 총수 ‘연봉킹’이 밝혀질지에 대해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그렇다면 미등기임원 중 연봉 1위 자리는 누가 차지할까. 업계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작년 건강보험공단에 납부한 건보료 규모를 보면 이 부회장의 연봉은 적어도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2~3위는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2013년에 등기임원 연봉 공개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등기임원 자리에서 물러났다. 등기임원일때 담 회장은 54억원, 이 부회장은 44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아울러 이 법안이 통과되면 법원 판결 이후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연봉도 명확히 밝혀질 예정이다.

작년 구치소와 병원 등에 머물렀던 이재현 회장도 비상임이사로 바뀐 CJ CGV 등의 계열사에서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이 회장의 연봉은 48억 원이다.
2013년 횡령죄로 투옥 당한 최태원 회장은 2013년 등기임원 재벌 총수 중 가장 많은 연봉인 301억원을 받았지만, 전액을 기부했다. 또 최 회장은 “2014년에는 보수를 전혀 안 받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말 공개된 등기임원 연봉(1~3분기) 순위를 재벌닷컴이 집계한 결과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120억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5위는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전 대표이사 사장(91억 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79억 원), 장상돈 KISCO홀딩스 회장(76억 원), 구자엽 LS전선 회장(75억 원)이었다.

그 외에도 구자열 LS회장(7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10위), 구본무 LG그룹 회장(19위), 이웅열 코오롱 회장(20위), 신동빈 롯데 회장(21위), 신영자 호텔롯데 사장(22위)이 순위권에 올랐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