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전국투어 콘서트 제작사끼리 ‘고소전’

“의도적 정산 미뤄…대형사 횡포” vs “손실 나눠야 하는데 책임 회피

2015-02-23     이지혜 기자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지난해 故신해철 추모콘서트가 끝난 뒤 공동 제작사 간에 소송전이 벌어졌다. 공동 제작사 중 한 곳이 수익금을 정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일이 천안에서도 벌어졌다. 지난해 6월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이문세 전국투어 콘서트의 제작사 공간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사 행진엔터테인먼트 측에 투자금은 물론 수익금도 전액 정산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행진 측은 공간엔터를 사기 및 횡령혐의로 고소했다. 행진 관계자는 “대형 기획사의 횡포에 소형 기획사는 운다”고 한탄했다.

지난해 4월 공연 세월호 참사로 2달 연기돼
“흥행성공” vs “여러 이유로 적자” 의견차

지난해 12월27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2014 N.EX.T CONCERT 민물장어의 꿈’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공연은 그룹 넥스트와 故신해철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팬들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故신해철 추모 콘서트는 공연 종료 이후 수익금 정산을 놓고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제 2의 故신해철 콘서트?
“우리는 한 푼도 못 받아”

공연주관사 메르센이 공연을 함께 한 대관업체를 횡령 및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메르센 측은 하나린ent가 티켓 업체에게 받은 수익금 5800만 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지급명령 신청을 냈다. 메르센 관계자는 “하나린ent는 처음부터 대관료를 낼 능력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나린ent도 메르센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故신해철 콘서트의 법적 공방처럼 제작사나 주최사 측에서 공동으로 투자한 회사에 투자금 및 수익금을 정산하지 않은 일은 지난해 충남 천안에서도 발생했다.

지난해 6월21일 천안종합운동장 그라운드에서는 ‘대.한.민.국 이문세’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의 제작사는 ㈜무붕이고 주최사는 ㈜공간엔터테인먼트였다. 그리고 공동 주최사 ㈜행진엔터테인먼트가 있었다. 그러나 행진엔터는 공연이 끝난 뒤 8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엔터로부터 투자금은 물론 수익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에 행진 측은 지난해 7월 공간엔터를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공간엔터는 지난해 2월 행진엔터에 4월19일 유관순 체육관에서 열릴 ‘대.한.민.국 이문세’ 콘서트를 진행하는 공동 진행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행진엔터는 같은 해 2월과 4월 두 번에 걸쳐서 4천만 원씩 모두 8천만 원을 투자했고 공연수익금 중 40%를 공연 종료 후 1주일 후에 받기로 했다.

그러나 4월로 예정된 콘서트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같은 해 6월21일로 연기됐다. 연기된 콘서트 장소는 예정된 체육관보다 넓은 천안종합운동장으로 변경됐으며, 이곳에서 4천 명의 관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4억 원의 판매대금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공간엔터는 행진엔터에게 수익금의 40%를 지불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투자금 8천만 원까지 지급하지 않았다.

행진엔터 관계자는 “공간엔터는 대전지역 주요 콘서트를 모두 담당하는 대형 기획사”라면서 “그러나 수입내역, 지출 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고 정산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세히 알아보니 모든 공연 관련 계약은 공간엔터 대표 윤모씨가 새로 설립한 ㈜늘품엔터테인먼트로 돼 있었으며, 공간엔터는 빈 껍데기 회사로 상당한 금액의 세금이 연체됐음을 알 수 있었다”며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우리 회사의 돈을 갈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루 전 공연 연기로
 마이너스 수익”

그러나 공간엔터는 “한 차례 공연 연기로 마이너스 수익이 났다”며 “행진엔터 측에서 정산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간엔터 사장 윤모씨는 지난 1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 때문에 공연이 하루 전날 연기됐다”면서 “당시 예정된 공연의 홍보비, 식비, 대관비 등이 다 손해가 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행진엔터는 정산표를 보지도 않았다”며 “공연 적자로 인해 행진엔터 측과 정산을 하려고 했지만 그쪽에서 연락을 피했다”고 주장했다. 정산을 하기 위해 행진엔터 측에 내용증명도 띄웠으나 반송됐다는 것이다. 또 윤 씨는 행진엔터와 통화도 되지 않고 직접 사무실로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진엔터는 적자난 상황은 생각지도 않고 정산표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자기들이 투자한 돈만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손실도 같이 나눠야 하는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씨는 “6월 공연 때는 세월호 여파와 선거, 그리고 월드컵으로 인해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행진엔터는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진엔터는 조그만 공연만 제작했던 회사다. 그런데 우리를 찾아와서 천안에 자리를 잡아야 하니 이문세 콘서트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면서 “그쪽 사장이 친구의 선배라 알겠다고 했다. 우리 회사는 이미 여러 콘서트로 수익을 얻은 회사다. 그런데 우리가 굳이 행진엔터를 끌어들일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진엔터 측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윤 씨에 대해 횡령 혐의는 불기소 처분하고, 사기 혐의만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