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28억 황제 공관’의 진실
“혜화동 공관에 비해 절약” VS “은평 공관보다 10배 비싸”
서울시 시민들과 소통 부족, 차라리 신축했더라면…
서울시장 공관보다 더 큰 부산시장·경남도지사 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세 28억 원짜리 가회동 새 공관에 입주하면서 비판 여론이 높다. 새 공관은 북촌 한옥마을 안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단독주택으로 시청까지 직선거리로 2.53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규모는 대지 660㎡에 방 5개, 회의실 1개, 거실 1개 그리고 마당을 갖췄다. 전세가는 실 매매가의 절반 이하 수준인 28억 원이며, 계약기간은 2년이다.
8일 기자회견을 열었던 시민단체들은 “박 시장은 ‘서민의 친구’임을 표방하며 당선된 지 6개월여 만에 임차료 28억 원짜리 단독주택으로 공관을 옮겼다”며 “은평 뉴타운 공관보다 10배 이상 비싼 황제공관”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서울시는 호화공관이 필요한 이유로 외빈 초청 등의 이유를 대지만 궁색한 변명”이라며 “예로부터 가회동에서 대통령이 많이 배출됐는데 이번 공관 이전은 대권을 위한 과정 중 하나로 풀이된다”고 주장했다.
사실 박 시장의 새로운 공관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시민들의 여론은 대다수가 “너무하다”는 반응이었다. 전세 28억이라는 규모가 ‘서민 시장’을 내세웠던 박 시장의 이미지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시유 재산인 시장공관은 숙소로써 기능할 뿐 아니라 내·외빈을 맞이하고 24시간 시정을 감시·감독하는 컨트롤타워”라며 “단순히 액수로 필요성을 판단할 수 없으며 시에 꼭 필요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공관 논란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서울시는 혜화동 공관을 지난 1981년부터 33년간 사용해왔으나 한양도성 보존을 위해 이전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은평 뉴타운에 임시 공관을 마련해 활용해왔다.
연이은 전세살이로
비난 자처
혜화동 공관은 1940년 건축된 건물로 1981년 18대 박영수 시장 때부터 35대 박원순 시장 때까지 시장 공관으로 사용됐다. 20년간 대법원장 공관으로도 쓰이기도 했다. 혜화동 공관은 대지면적 1628㎡에 건물 연면적은 520㎡에 달한다. 일본식 2층 목조건물로 본관, 별관, 경비실 등 3개동으로 구성됐다. 4·19 혁명재판의 판결문이 작성되고 1971년 사법파동이 타결되는 등 대한민국 사법 역사의 중요한 현장이었다.
그러나 문화재인 서울성곽의 일부를 담으로 사용하는 까닭에 오래전부터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2013년 말 박원순 시장이 은평뉴타운으로 이사한 뒤 최근까지 한양도성 안내센터와 전시관 등으로 시민에게 임시 개방했다.
2년 전 이사한 은평 뉴타운 임시공관도 전세였다. 전세 연장이 아니면 새로운 공관을 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가격의 차이일 뿐이지 전세금에 대한 논란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또다시 전세를 선택했고 28억이라는 전세자금을 치르게 됐다. 사실 서울의 중심지인 강남, 서초 등에서 30억, 40억대 아파트가 매매되는 것을 고려하면 28억 짜리 전세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33년 동안 사용했던 혜화동 공관 매매가가 151억 원이었다는 점에 비춰본다면 오히려 절약했다는 설득도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시청은 시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
트라우마?
문제는 서울시의 전세살이 선택이 결국은 눈치보기가 아니었냐는 점이다. 서울시의 주장대로 공관이 꼭 필요하다면 전세살이를 전전할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신축하는 쪽이 옳다. 하지만 반대여론을 의식한 서울시 공무원들은 공관 신축 대신 전세를 선택했다. 이러한 결단은 결국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불리는 박 시장에게 큰 비난의 화살로 돌아왔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과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트라우마가 떠올랐을 수 있다. 2009년 오 전 시장은 혜화동 공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한남동에 새 공관을 준비했다. 부지는 한남동 한강공원사업소 부지였다. 당시 서울시는 총 3012㎡의 대지에 지하 2층, 지상 3층(연면적 2966㎡)의 공관을 신축하기 위해 60억5000만 원을 들여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이곳에 입주하지 못했다. 새 공관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 파트너스 하우스’로 탈바꿈됐다. 당시 60억이 넘는 큰 돈이 들어간 점과 너무 크고 호화로워 시장 혼자 살기엔 적절치 않다는 여론 때문이었다.
서울시와 박 시장은 과거 쓰라린 경험으로 새 공관 신축을 머뭇거리다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박 시장은 이번 ‘호화 공관’ 논란으로 시민들에게는 실망을, 일부 보수단체들에게는 공격의 빌미를 주고 말았다. 심지어 박 시장의 가회동 공관 입주에 대해 대권을 향한 노림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일 한 종편은 풍수지리학자의 말을 인용해 “가회동 공관 800m 이내에 이명박 대통령과 대권에 두 번이나 도전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전 사저가 있다”며 “가회동 공관과 그 뒷집이 가장 좋은 길지”라고 보도했다. 또한 “좋은 명당자리기 때문에 본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대권과 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에서 가장 큰
부산광역시장 관사
지자체장들의 공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번 새로운 지자체장이 들어설 때마다 시비가 일기도 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관리들이 공적으로 사용하는 용도의 공관과 관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사실 공관은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요 지방 도시에 관사를 겸한 공관 즉 ‘지방 청와대’를 지은 것들이 지금까지 사용돼 왔다.
하지만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면서 공관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많은 공관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최근까지도 큰 규모의 공관이나 관사를 유지하는 곳도 있다.
현재 전국 지자체 중 가장 큰 관사를 운영하는 곳은 부산광역시다. 수영구 황령산로에 위치한 부산시장 관사는 1만8000여㎡으로 약 5460평 부지다. 건물 연면적만 따지면 2437㎡으로 736평이다.
1984년 ‘지방 청와대’ 용도로 건축되다 보니 1층은 시장, 2층은 대통령이 쓰는 구조다. 260여 평 규모의 1층에는 침실 등 주거공간과는 별도로 집무실과 대연회장이 있다. 대통령을 위해 준비된 2층은 130여 평 규모로 미용실까지 갖췄다.
한때 부산시장 관사는 부산민속관으로 용도가 바뀌었으나 관람객이 감소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결국 1998년부터 다시 행사장 겸 시장 공관으로 바뀌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쓰는 관사는 대지 1522㎡으로 약 456평이다. 연건평이 264㎡으로 79평이며 원래 행정부지사가 쓰던 관사를 2010년부터 도지사 관사로 쓰기 시작했다. 창원시 의창구 외동반림로에 있는 옛 지사 관사는 부지 면적만 9884㎡ 2965평이다. 2009년부터 경남도민의 집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라남도의 관사는 2006년 11억 원을 들여 무안군 삼향면에 신축했다. 대지 1254㎡으로 380평, 연면적 419㎡으로 127평 규모의 전통한옥이다. 목조 기둥에 팔작지붕 형태를 갖췄으며, 안채와 사랑채 등 총 3개의 동으로 구성됐다. 공관 앞에는 외빈용 숙소와 만찬장으로 활용되는 비즈니스센터도 있다. 센터 설립에는 13억 원이 소요됐다.
1980년대 초반 만들어져 줄곧 공관으로 써온 광주 서구 농성동의 옛 전남지사 공관은 2008년부터 다목적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옛 공관은 대지 면적이 1만8097㎡으로 5484평에 달한다.
충청남도는 홍성 인근 내포신도시에 도지사 관사를 신축했다. 주거공간과 업무공간, 접견실 등을 갖춘 관사로 부지 1500㎡으로 454평 규모다. 연건평 231㎡으로 70평 크기며 지상 1층 건물이다. 부지매입비와 건축비로 15억 원가량이 들어갔다.
옛 충남지사 관사는 대전 중구 대흥동에 관사촌 형태로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30∼40년대 충남도청의 국장급 이상 고위 관료의 주거를 위해 조성된 곳이다. 9필지 약 1만345㎡에 도지사 공관 및 행정부지사·정무부지사 관사, 실장·국장급 관사, 충남지방경찰청장 관사 등 10채의 주택이 모여 있다.
전국에서 가장 작은
경북지사 관사
옛 충남지사 공관은 2002년 시 지정문화재로 됐고, 행정부지사와 정무부지사 관사 등 4채는 국가 등록문화재 101호로 문화재청이 관리한다.
아파트를 제외한 광역지자체장 관사 중 가장 작은 곳은 경북지사 관사다. 경상북도 대외통상교류관 건물의 일부로 196.97㎡으로 약 60평 크기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수년전 호화 관사 논란이 일자 1980년 준공된 5262㎡ 규모의 부지에 있던 관사를 대외통상교류관으로 꾸미면서 규모를 크게 줄였다.
강원도지사 관사는 1325㎡으로 약 400여 평 대지에 건물 면적이 356㎡으로 108평 규모다. 1984년 법무부가 춘천시 봉의산길에 신축해 춘천지검장 관사로 사용하던 건물을 강원도가 2000년에 매입했다. 2011년 최문순 지사는 관사 개방을 검토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보류됐다.
문화공간·어린이도서관
어린이집으로 변경된 곳도
울산광역시는 1996년 심완구 시장 때 대지 500여 평 규모의 관사를 어린이집으로 바꾼 뒤 관사를 만들지 않았다. 이후 시장들은 모두 자택에서 출퇴근했다. 대전도 2003년 대지 면적만 1100평이 넘던 시장 관사를 어린이집으로 전환한 뒤 사실상 관사를 없앴다. 현재 이 어린이집에는 50여 명의 어린이가 생활한다.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제주도는 2014년 지방선거 이후 단체장 관사를 없앴다. 광주시는 윤장현 시장 취임 이후 그전까지 관사로 쓰던 아파트를 최근 매각했고, 경기도는 수원시 팔달산 자락에 있던 도지사 관사를 결혼식장이나 게스트하우스로 바꿔 시민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967년에 지어진 3850㎡ 약 1155평 면적의 옛 경기지사 관사는 1960년대 모더니즘 건축의 보편적 특징을 갖춘 대표적인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2009년 490만 원짜리 세면대, 210만 원짜리 신발장, 22만 원짜리 의자 90여 개가 비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난의 대상이 됐다.
1만4850㎡ 규모 약 4500평이 넘는 규모의 제주지사 관사에는 원희룡 지사가 어린이도서관과 자기주도형학습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박스통계로 보는 대한민국 평균연봉 3040만원, 1억 원 이상 47만 2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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