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신권 1조 1000억을 찾아라

은행은 신권 교환 전쟁 중 이용자 적은 작은 지점을 노려라

2015-02-17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오두환 기자] 설날을 앞두고 전국의 은행이 신권 확보 비상이 걸렸다. 매년 수천만 원의 신권 현금을 미리 준비해 놓고 있지만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명절에 세뱃돈으로 신권을 주길 선호하고 받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새해인 만큼 깨끗한 새 돈을 주고 받으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 해를 보내라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신권으로 발행되는 금액이 한정돼 있는 만큼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발품·전화품은 필수, 새마을금고·신협도 추천할 만
귀향길 고속도로 휴게소 자동화기기는 최후의 보루

한국은행에서는 올해 신권을 1조 1000억 원어치 풀었다. 신권은 설날과 추석에 많이 쓰이지만 아무래도 설날에 많은 물량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미 지난주부터 신권 소비량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한국은행 전북본부 창구는 평소 1만원권을 1인당 100만원까지 교환해줬으나 지난 6일부터 50만원으로 한도를 줄였다.

신권 보유액·한도
은행별로 달라

전국의 각 은행 창구에서는 명절 직전 신권 교환을 문의하는 전화가 쏟아지기도 한다. 신권을 언제 가면 구할 수 있는지 한도가 있는지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대부분이다. 전국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신권을 적게는 300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4억 원까지 확보해 둔다. 하지만 이마저 부족해 타 지점에 신권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은행들이 신권 교환액 한도를 두는 이유다.

국민은행은 국내 최대의 영업망을 가진 만큼 신권 배포액도 많다. 지점마다 적게는 2억 원, 많게는 4억 원의 신권을 확보하고 있다. 1만원권의 경우 작은 지점도 4000만~5000만 원씩 가지고 있지만, 며칠 내 다 소진된다. 신권 수요가 많다보니 일부 지점에서는 신권 교환 한도를 1인당 1만원권 10장, 5만원권 4장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농협은 지점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만원권은 1인당 20장, 5만원권은 10장의 한도를 두고 있다. 농협 각 지점이 본사로부터 확보하는 신권 물량은 1만원권은 2000만원, 5만원권은 1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기업은행은 1만원권을 최대 20장까지 교환해줄 예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고객들이 몰리면 하루 만에 다 소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VIP 고객 위해
신권 준비하는 은행도

한국은행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한국은행에서는 1만원권 30장, 5만원권 40장, 5000원권 40장, 1000원권 100장 한도에서 신권을 교환해 주고 있다.
신권 수급이 늘 부족하다보니 각 은행에서는 VIP 고객들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신권을 미리 준비해 주기도 한다. VIP 고객들을 위해 수요를 미리 파악한 뒤 고객이 요청할 경우 전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발품을 팔거나 전화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보통 은행별로 신권을 배포할 때 출입문 등에 공고문을 붙이기도 하지만 직접 가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결국 전화로 일일이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경우 자신의 주거래 지점을 이용하는 게 좋다.

그래도 신권을 구매하기가 힘들다면 창구 직원에게 읍소를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서울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은행원 A씨는 “직원에서 꼭 신권이 필요하다고 부탁을 하면 직원들이 갖고 있는 신권을 주기도 한다. 또 신권은 아니지만 신권처럼 상태가 좋은 구권을 확보하고 잇기 때문에 신권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귀뜸했다. 

신권을 구할 때는 지점 선택도 현명하게 해야 한다. 회사가 몰려 있는 지역의 은행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영업점은 피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이용자가 적은 한적한 동네에서 신권교환을 하는 것이 좋다. 새마을금고나 신협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1만원권 대신
1000원·5000원권 노려라

신권을 구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1만원권을 고집하지 말고 5000원권과 1000원권을 노리면 된다.
은행원 A씨에 따르면 신권으로 가장 인기 있는 지폐는 1만원 짜리로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1000원권과 5000원권은 인기가 없다보니 1만원권에 비해 물량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1000원권, 5000원권, 1만원권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비슷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1만원권을 찾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오히려 작은 단위의 신권 지폐를 확보해 지폐 수를 많이 주는 것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재미있는 점은 장년층들은 아직도 1000원권, 5000원권을 많이 찾는 데 반해 젊은층은 대부분 1만원권, 5만원권을 찾는다는 점이다. 과거에 비해 젊은이들의 씀씀이가 많이 커졌다는 반증이다.
앞선 모든 방법들을 사용해도 신권을 구매할 수 없다면 귀성길에서 마지막 기회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설 연휴 기간 시중은행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이동점포를 설치하기도 한다. 이곳에 있는 자동화기기에서 돈을 찾으면 빳빳한 신권을 구할 수도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세뱃돈, 깨끗한 돈이면 충분합니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지점에 부착해놓고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불필요하게 새 돈을 찍어내면 낭비가 되는 만큼 깨끗한 돈을 세뱃돈으로 적극 사용하자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