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졸업증명서까지…뭐든지 만들어 드립니다”

포털사이트 검색 후 메일 문의하면 문서 위조 OK

2015-02-09     이지혜 기자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시험을 망쳐서, 취업을 위해 성적표와 졸업 증명서 등의 서류를 위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모님을 속이기 위한 성적표 위조는 가볍게 넘어갈 수 있지만 위조된 졸업 증명서로 취업을 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에 속한다. 때문에 웹상에서는 “위조범이 적발됐다. 어느 정도 처벌을 받을지 알려달라”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적발 즉시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위험을 감수하고 서류를 위조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어떻게 서류를 위조하는 것일까.

성적증명서 30~70만, 대학졸업증명서 100만 원
“원본과 똑같은 재질, 당일 배송 가능 기본 30만 원”

지난 3일 서울종암경찰서는 졸업·성적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각종 증명서를 위조하고 돈을 받은 혐의(공문서위조 등)로 이모(28)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졸업장·토플위조, 위조방지코드 완벽일치’ 등의 광고를 게시했다. 이 씨는 범행 시 인터넷과 대포폰을 이용해 문서위조 의뢰를 받았으며 수수료는 건당 30~50만 원씩 대포통장으로 받았다. 배송은 퀵서비스나 길거리에서 몰래 전해주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의 감시를 피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씨는 지난해 사업에 실패한 뒤 수천만 원의 빚에 시달리자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한 방법은 포토샵을 이용해 원본 문서의 이름과 숫자 등을 바꿔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학력 콤플렉스 때문에…”
위조 서류로 대기업 합격

또 경찰은 이 씨에게 문서위조를 의뢰한 제갈모(29)씨 등 8명도 공·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렇다면 이 씨에게 문서위조를 의뢰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장애인 제갈 씨는 이 씨에게 인문계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위조해 줄 것을 부탁했다. 어느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장애인 특별채용 전형에 응시하기 위해서였다. 제갈 씨는 이 씨가 정교하게 위조해준 덕분에 회사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도 재직 중이다. 또 낮은 학점을 걱정하던 대학생 정모(28)씨는 이 씨에게 성적표 위조를 부탁했다.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인 정모(52·여)씨는 같이 계모임을 하는 동료들에게 무시당하기 싫다는 이유로 이 씨에게 고교 졸업장을 위조해 달라 부탁했다.

이처럼 문서위조를 부탁하는 의뢰 내용은 주로 ‘학력’과 연관된 것들이다. 성적표, 졸업증명서 등의 위조를 부탁하는 의뢰인은 자주 찾을 수 있다. 어린 시절 칼로 성적표를 위조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는 전문가를 찾아 부탁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등 취업을 위해 대학 졸업증명서와 토익·토플 등 영어 성적 증명서를 위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기업 입사시험에 합격했다 할지라도 위조 사실이 적발되면 바로 합격이 취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문서 위조범과 접촉을 하는 것일까.

“직거래·택배 거래합니다
 전화번호 주의 메일 주세요”

대형포털사이트에 ‘대학졸업증 위조’를 검색하면 관련 홍보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외국 사이트에서 댓글 다는 방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었다. 홍보 글에는 “직거래/택배 거래합니다. 대학교 고등학교 졸업증명서 위조 가능, 전화번호 광고하는 곳에 문의하시면 경찰조사 받습니다. 주의하시고 메일주세요”라는 내용과 함께 메일주소가 적혀있었다. 이 메일주소를 통해 문서 위조범과 접촉이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광고메일로 접촉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메일주소를 바꾸기 때문이다.

위조 가격과 방법 등에 대해 메일로 문의하면 “원본과 똑같은 재질로 제작되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는다” “신청한 당일 받을 수 있다”는 등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또 이들은 “의뢰인의 개인정보는 거래가 완료된 즉시 폐기처분하기 때문에 들킬 위험이 없다”며 “원하면 직접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사기 당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의뢰인을 안심시킨다.

가격은 보통 성적증명서의 경우 30~70만 원이며, 토익·토플 및 대학교 졸업증명서는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까지 거래된다.

위조범 적발되면
의뢰인도 줄줄이 검거

그러나 쉽게 접촉하고 위조된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고 마냥 좋아해서는 안된다. 이는 엄연히 ‘사문서·공문서 위조’에 속하는 범법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뢰인 본인이 타인에게 적발되지 않았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위조범이 경찰에 붙잡히면 결국 위조를 의뢰한 사람까지 경찰 수사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문서위조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경찰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또한 경찰에서는 위조범들을 잡기 위해 항상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잡힐 수 있다.

최근에는 전문 위조범에게 의뢰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집에서 포토샵을 이용해 증명서를 위조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이 경우는 부모님께 보여드릴 성적 증명서를 위조할 때 사용된다.

포털사이트에 대학졸업서 위조를 검색했을 때 전문 위조범들의 홍보 글과 함께 쉽게 볼 수 있는 글이 바로 “졸업증명서 위조했다가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는 고민 상담 글이다. 주로  “전문 위조범이 붙잡혔는데 나도 들켰다. 이 사실을 가족도 알게 될지 걱정된다”거나 “벌금이 얼마 정도 나올지 알려달라”는 내용의 글이다.

이러한 고민 글에 웹사이트 법률상담을 맡은 변호사는 “사안이 경미하다면 벌금으로 끝나지만 구속이 되는 경우 가족에 통지가 된다. 또 약식으로 형을 받더라도 주소지에 판결문이 송달된다”면서 “엄연히 사문서 위조죄이다. 앞으로는 이 같은 범죄행위를 하지 말길 바란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