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명의 땅 찾아라...대부분 임야·전답·도로·수로 등

서울 강남구 면적 2배… ‘조상 땅’ 한마디로 갖는다

2015-02-09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제주도가 중국인들에게 점령당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중국의 거대자본이 제주도에 진출해 각종 관광사업에 손을 대면서 그들이 차지하는 토지, 부동산 등이 늘자 이를 우려하는 언론들이 관련 기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땅은 우리나라 것이 아니었다. 과거 35년이라는 일제강점기 시절을 거치면서 일본인들은 우리의 국토를 강탈하고 수탈해 갔다. 그 잔재는 최근까지도 남아 있다.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많아
다 모으면 땅값 어마어마해

정부는 해방 이후 군정법령 제33호, 귀속재산처리법 등에 의거해 일본인 재산의 대부분은 국고로 환수했으며,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특히 조달청은 지난 2006년 6월 기획재정부로부터 권리보전 업무를 위임받아 일본인 명의 재산 국유화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조달청이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을 근거로 파악하고 있는 일본인 개인·법인 소유로 추정되는 토지는 전국에 6만9453필지 83㎢ 규모로 약 2510만 평이다. 강남구 면적이 39.55㎢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크기의 땅이다.

조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토지 대부분은 현재 임야, 전답, 도로, 수로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많이 몰려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그 이유는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토지구획정리가 이뤄지면서 소유주 등이 명확히 밝혀지면서 서류상 정리가 다 끝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1966년 토지구획정리사업법을 제정해 시행해 왔다. 하지만 지방은 상대적으로 토지구획정리사업 속도가 더뎌 아직까지 소유주가 명확하지 않은 토지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은 조달청의 도움을 받아 최근 국유화 완료된 일본인 명의 토지를 확인해 봤다.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백북리 488-5번지의 땅이다. 크기가 109㎡으로 약 32평 크기다. 조달청이 국유화 한 땅들은 이처럼 작은 크기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었다.

전국 곳곳에
주인 없는 땅들 많다

백북리에 있는 이 땅은 마을 안쪽에 위치해 있다. 조달청은 전답이라고 파악했으나 현장에 직접 가보니 주택과 인도 사이에 걸쳐 있는 땅으로 확인됐다. 만약 조달청이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면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을 땅이다. 인접한 토지에 집을 짓고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자기 땅이라고 해도 몰랐을 상황이다.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대부분 이 땅이 누구의 땅인지 알지 못했다. 주변을 서성이던 70대 노인에게 물어보니 이 땅이 이곳 주민의 땅으로 알고 있었다. 이 땅의 공시지가는 ㎡당 약 3만4500원이다. 환산해 봐야 약 376만 원 정도다. 비싼 땅은 아니지만 전국의 이런 땅들을 다 모아 계산해 본다면 어마어마한 액수가 된다.

이와 별도로 조달청은 지난 1월 6일 기준 총 7654필지 55.2㎢를 국유화 했다고 밝혔다. 당시 조달청이 재산 가치를 환산한 금액이 1조 원에 이른다.
세부적으로 국가귀속 재산은 소유자 불명 등 지방자치단체나 개인 등이 신고한 토지 6029필지 9194억 원, 조달청이 자체 조사한 1625필지 955억 원 등이다.

창씨개명 했던 한국인 땅
후손들 소유로 돌아가

조달청은 올 초 일본인 개인·법인 소유로 추정되는 토지가 전국에 6만9453필지 83㎢ 규모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일본인 명의의 땅은 약 7000필지 정도였다. 이중에 말소된 땅이 약 3000필지임을 감안하면 실제 일본인 개인·법인 명의의 땅은 약 4000필지 정도다.

조달청에 따르면 나머지 6만 2137필지는 창씨개명한 한국인의 땅이다. 일제 강점기 고의든 타의든 창씨개명을 했던 사람들의 기록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들 땅 주인들은 조달청의 조사를 통해 대부분 자손들의 이름으로 소유주가 변경되거나 합법적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조달청 관계자는 “이중 일부 토지의 경우 소유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넘어간 경우가 있지만 법적으로 다 해결될 문제”라고 밝혔다. 또 “국유지를 자신의 땅이라고 속여 차지했다면 당연히 조사를 통해 국유화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환수 대상 토지
돈 주고 다시 사기도

일본인 명의의 토지 상당수는 이미 후손임을 내세운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친일파나 일본인의 땅이 정부가 70년 동안 환수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동안 여기저기로 팔려나갔다는 점이다.
군산시는 지난 2001년 도로를 내기 위해 600㎡ 땅을 최 모 씨로부터 2500만 원에 사들였다. 이 땅은 최 씨가 지난 1995년 보증인을 내세워 조상 땅이라며 등기를 마친 땅이다. 하지만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이 땅은 국고 환수 대상인 일제강점기 일본인 땅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내용을 몰랐던 군산시 공무원은 사유지로 돼 있던 땅을 후손들로부터 매입을 했다.

영광군이 매입한 김모 씨 땅도 일제강점기 일본인 땅으로 확인됐다. 영광군은 도로 확장 공사를 위해 지난 2009년 20㎡ 크기의 땅을 300만 원을 주고 김 씨로부터 사들였다. 두 땅 모두 ‘부동산 소유권 이전 특별조치법’에 의해 ‘조상 땅’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인 후손에게 돌아간 것이다.

‘특조법’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소유가 불명확한 땅을 주인에게 되찾아주기 위해 3차례 시행됐다. 이 제도로 일본인 명의나 창씨 개명한 한국인 소유의 땅 117만 필지가 한국인 명의로 바뀌었다.

하지만 재산조사위가 이 가운데 2800여 필지를 표본 조사한 결과 3.5%인 97필지가 환수 대상인 일본인 땅으로 드러났다. 재산조사위는 이 자료를 2010년 기획재정부에 넘겨겼지만, 환수는 물론, 소송도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조달청은 6만여 필지의 땅 중에 2628필지를 국유화 사전 단계로 공고 중이다. 공고기간 완료되면 국유화 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창씨 개명한 한국인의 땅으로 알려진 6만2137필지 중 얼마만큼의 땅이 친일파나 국고환수 대상의 땅인지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