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 56] 학벌 아닌 능력중시 사회로의 이행
우리사회 각계 각층에서는 학력·학벌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사회로의 전환을 외치고 있지만 학력과 학벌로 인한 피해 사례는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0.7%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며, 학력 인플레와 불황으로 고학력 청년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인권위에 접수되는 학력·학벌 차별로 인한 상담건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에 ‘스펙’을 초월한 채용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력·학벌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사회로의 전환을 유도했지만 학력과 학벌로 인한 피해 사례는 오히려 거꾸로 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한국인 스스로는 물론 외국에서도 한국을 ‘학벌사회’라고 부른다. ‘치맛바람’과 ‘기러기 아빠’로 대표되는 한국의 사교육 열풍에 관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교육에 미친’(education-crazy)나라로 소개했다. 유치원부터 초중고를 거쳐 명문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팽배한데 학벌과 간판 중시의 사회 풍토가 사교육 열풍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초기 교육개혁과 관련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고 기업 수요에 맞는 인력 공급을 위해 자유학기제를 더 확대하고 스위스의 도제식 직업학교를 시범 운용하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솔선수범을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하는 채용을 선도적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란 21세기 인재대국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인재개발 인프라로서 산업현장의 직무에 필요한 지식,기술, 태도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을 의미한다. NCS를 통해 현장 중심의 자격 및 교육훈련과정을 개발·운영하고 일-교육훈련-자격을 연계하여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양성을 하게 되면 스펙과 학벌 중심의 사회가 변하여 능력 중심 사회로 변할 것이 기대된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서 고졸 및 지방대 출신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일부 민간 기업에서는 면접관에게 응시자들의 성적, 출신학교 등 신상 정보를 일절 주지 않고 진행하는 블라인드(blind)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방법은 인사청탁 등을 배제하고 고정관념, 편견을 배제하여 채용의 공성을 확보하는 등 학벌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뽑는 분위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다행한 일이나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스위스가 국가경쟁력 세계 1위의 강소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과 독일이 학교 교육과 기업에서의 현장실습이 조화된 이원화된 직업교육훈련(Dual System)을 할 수 있었던 것도 NCS 덕분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통한 능력중시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각자가 하는 일에 대한 직무 기술서가 작성되어야 한다. 직무기술서는 직무분석을 통하여 얻은 직무에 관한 자료와 정보를 직무의 특성에 중점을 두고 정리, 기록한 문서로 직무표식(Job Identification: 직무명, 직무번호, 소속부서명 등), 직무개요(Job summary: 다른 직무와 구별될 수 있는 직무수행의 목적이나 내용의 약술), 직무내용, 직무요건(Job Requirement:직무의 수행에 필요한 책임, 전문지식, 정신적·신체적 조건 등)을 기술하여야 할 것이다. 직무 기술서를 토대로 이루어진 직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 개편이 있어야 하겠으며 각 개인의 평생학습계좌제의 실시가 요구된다.
평생학습계좌제란 평생교육법 제23조에 따라 개인의 다양한 학습경험을 온라인 학습이력관리시스템인 학습계좌에 기록, 누적하여 체계적인 학습설계를 지원하고 학습결과를 학력이나 자격인정과 연계하거나 고용정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여기서 좀 외람된 이야기이지만 필자가 은행근무 30년을 통한 오프라인연수, 온라인 연수, 통신연수, 자기계발 연수 등 2만여 시간이 넘는 것을 보고 스스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별 거 아닌 것 같이 보였지만 한 과정씩 더 해 갈수록 실력이 붙었고 학습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으며 이것으로 평생학습, 생애학습의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통한 학벌사회가 아닌 능력주의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