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두레스 경영연구소 김병윤 소장
“미디어법 통과되면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
2009-06-23 인상준 기자
6월 임시국회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 치열하다. 특히 미디어법 처리를 위해 조직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여, 야의 엇갈린 주장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대한민국 판도라 상자를 열다>를 발간한 두레스경영연구소 김병윤 소장은 “미디어법은 기득권층의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번에 출간한 김 소장의 책에는 보수집단의 언론장악 음모와 기득권층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비판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요서울>은 김 소장과 직접 만나 미디어법의 실체에 대해 들어봤다.
김 소장은 미디어법의 통과에 대해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법이 통과되지 않은 현재도 일부 보수집단에서 언론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내가 모 기업과 관련된 내용의 책을 집필했는데 갖은 회유와 협박을 당했다. 심지어 지면에 책 광고를 내려고 해도 기업에서 압박이 들어와 광고를 싣지 못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미디어법이 통과되지 않은 지금도 이런 정도인데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반문했다.
소위 미디어법은 보수집단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된다는 게 김 소장의 주장이다. 여기엔 보수집단들의 얽혀 있는 혼맥도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김 소장은 “내가 책을 집필하면서 언론과 재벌, 정치인들의 혼맥도를 그리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혼맥도를 보면 이들 보수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똘똘 뭉칠지 예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 미디어법에는 특정 기업이 언론사의 지분율을 일정부분 이상 소유할 수 없게 해 언론장악을 막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김 소장은 바로 여기에 허점이 있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예를 들어 A라는 언론사가 있는데 B, C, D라는 대기업이 지분을 약 10%씩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각각 보유한 지분은 10%밖에 안되지만 이들이 뭉치면 30%의 지분을 갖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는 서로 얽혀 있는 혼맥 때문이다. 실제 대기업의 총수들은 10% 미만의 지분만으로도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지 않은가. 이를 보면 미디어법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미디어법이 이대로 통과가 된다면 어떤 변화가 올 수 있을까.
김 소장은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는 모두 사라지게 되고 보수집단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국민들에게 제공하게 된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미디어법이 이대로 통과가 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분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도 언론을 좌지우지 하는데 만약 지분까지 확보한다면 과연 언론이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했던 4.19, 5.18 같은 투쟁을 되풀이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 소장은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수준은 향상된 반면 정부와 정치권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막은 것만 봐도 현 정부가 어떤 상태인지 잘 알 수 있다. 최고 권력자가 귀를 막아버리면서 국민들과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무력집회로 변질될 가능성만 가지고 일반시민들을 폭력집회 가능자라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장에 가면 느낄 수 있다. 일부 시민들이 폭력을 행사하면 대다수의 일반시민들이 이를 말리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이만큼 성숙된 국민들을 향해 무력으로 해산시키려는 기득권 세력들이 더 큰 문제다.”
이념의 재정립 필요
김 소장은 현재의 보수는 진정한 보수가 아니라고 비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수라는 이념이 상당히 잘못돼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주장하는 바에 대해 180도 다른 의견을 내야 자신이 진보이고 보수라고 생각한다는 게 현 상황이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는 진정한 보수가 없다. 보수라고 지칭해서도 안 된다. 난 그래서 보수집단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보수는 친일보수뿐이다. 이들이 자신들의 과거를 숨기고 감추고 싶어 한다. 이들 보수집단들의 개혁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과거청산을 해야 한다. 양심고백을 통해 국민들에게 참회하는 마음을 갖아야 한다. 사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우리사회를 양분화하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구도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대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야 한다. 또한 진정한 진보와 보수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서로에 대한 협력이 필요하다. 상생이 절실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삼성 재직 시 경험했던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하기 위해 두레스경영연구소를 설립했다. 자신이 연구했던 내용을 책으로 집필하면서 중소기업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만든 것이다.
김 소장은 “대기업을 통해 고용창출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대기업에서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팅과 교육을 해주기 위해 연구소를 설립하게 됐다”며 설립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두레스경영연구소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키우고 중소기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게 김 소장의 작은 소망이다.
“현재 교육사업부, 출판사업부, 컨설팅사업부를 두고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의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하고 있다. 회사 운영에 필요한 경험들을 사장시키지 않고 잘 전달하고 교육시켜야만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