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 “고난·역경 극복 자랑스러워”
우주의 꿈을 키운 ‘나로우주센터’ 준공
2009-06-17 기자
우주로, 미래로…나로우주센터가 준공됐다. 11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에서 열린 ‘나로우주센터’준공식이 거행됐다. 이곳 우주센터에서는 다음달 30일, 한국 첫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KSLV-1)’가 발사될 예정이다. 나로우주센터는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507㎡(약 150만평)부지에 건설됐다. 지난 2002년 12월 착공한 지 8년 6개월만에 완공됐다. 3124억원이 투입됐다. 이 센터 건립으로 한국은 우주센터를 가진 13번째 나라가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으로부터 나로우주센터 건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시스템 개발의 역경과 고난 극복은 유능한 8명의 연구원과 가족들의 인내가 힘이었다. 우주기술력이 앞선 러시아도 23개월이 걸릴 일을 한국의 연구진들은 17개월 만에 해냈다"
지난 11일, 나로우주센터 준공식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감회에 찬 회상을 했다.
민 센터장의 역경과 고난 극복, 발사대 국산화 추진은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심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러시아의 발사대구축 관련 상세설계문서가 당초 예정보다 4개월이나 늦게 도착해 발사일정을 맞추는데 애를 먹었지만, 이순신을 떠올리며 유능한 연구원 8명과 17개월의 시간이 있음에 안도하고 되레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연구원들도 러시아기술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하루 종일 매달렸고 결국 매일 자정 무렵이 되서야 자체 검토회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적극성을 보인결과 주요 부품 조기제작이라는 성과가 따랐다.
민 센터장은 “우여곡절 끝에 우리 손으로 설계 도면을 만들었지만 100% 일치하는 국내 및 서방의 부품과 공정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며 “애태우며 동분서주 할 때 러시아 전문들이 자신의 사정만 고려해 파견이 늦는다던지 휴가를 가버리는 등 야속한 모습에 소주와 보드카로 달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민 센터장을 비롯한 연구진은 시간과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러시아 부품의 도입보다는 자체개발업무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물론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나하나 결과물이 나올 땐 박수를 치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발사대시스템의 설치가 완료되고 바로 이어서 진행된 성능시험과정에서 러시아가 초기에 제기한 시험 항목을 99개에서 358개로 증가시킨 것은 한국 연구원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부품의 국산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확인 결점을 확인하기 위해 러시아가 예정된 시험항목보다 약 4배가 많은 시험항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민 센터장은 “이 때문에 발사 일정이 지연되기는 했으나, 발사체를 실수 없이 성공적으로 발사하기 위해서는 99.9999%의 고 신뢰도를 갖는 발사대시스템이 요구된다"며 “우리 연구원들은 러시아 전문가들이 수시로 요구하는 시험 수행 이유를 파악해 더 많은 설계 의도와 공학적인 원리를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1초당 약 4kg이 생산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공기에 수분 및 분진 함량·분진크기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기술, 청정한 공기·질소·헬륨 등을 초고압으로 만들어서 8개의 시스템에 공급해야 하는 기술 등은 초고압.초저온 청정기술 수행에 한국연구진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계기가 됐다.
민 센터장은 “4개월간 부품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아다닌 것과 핵심부품을 조달하던 외국회사가 중국 지진으로 납기 일정을 맞출 수 없다고 통보했을 땐 아예 쓰러질 뻔 했다"며 힘든 순간을 떠올렸다.
또 우선 시작하고 보자며 매달린 발사대시스템 구축이 이젠 외국 수출까지 제안 받게 된 것은 그만큼 한국의 기술이 짧은 시간에도 세계화를 이뤄내며 우주시대 동반자로 떠올랐다는 반증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하지만 “죽도록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지금은 여유를 갖고 싶다"며 “많은 도움을 준 러시아 기술진과 힘써 일한 연구원과 가족들에게 아낌없는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수술로 편찮은 아내와 떨어지고도 주야로 일을 하는 연구원이나 명절이나 크리스마스를 한번도 가족과 보내지 못하면서 주말과 공휴일까지 반납해야 하는 갓 입사한 연구원 등의 땀이 우주센터의 준공과 발사대 국산화에 밑거름이었음을 자부했다.
[고흥 뉴시스=김석훈기자] kim@newsis.com